어제 1박2일에서는 설악산 종주가 방영되었습니다. 이번 설악산 종주는 지난 겨울산장편에서 멤버들이 스스로 선택한 여행인데요, 애초에 제시된 두 가지 옵션 - 울릉도 재도전과 설악산종주 중 하나였지요. 당시 유독 설악산 종주를 희망했던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이승기였습니다. 처음 두 가지 옵션이 제시되었을 때 멤버들은 황당해하며 거부반응을 보였는데요, 뜬금없이 이승기가 설악산에 산채비빔밥 맛있게 하는 집을 알고 있다며 멤버들의 원성을 자아냈지요. 하지만 이승기는 진작부터 설경이 아름다운 겨울산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강한 의지를 거듭 드러냈고 강호동이 동조하면서 결국 설악산 종주가 결정된 바 있습니다.


다큐와 예능 사이

드디어 시작된 겨울산행, 이번 방송은 겨울산행에 대한 메뉴얼로서도 의미가 있었지요. 사전준비와 안전교육이 충분히 이뤄졌습니다. 산행당시에도 안전요원이 따라 나설 정도로 안전에 상당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대청봉을 향하는 두 가지 길은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멤버들은 두 팀으로 나눠 각기 산행에 나섰습니다. 짧지만 험난한 한계령코스는 강호동과 은지원이, 상대적으로 길지만 완만한 백담사코스는 이수근, 김종민, 이승기가 선택했습니다.

강호동이 지적했듯이 등산은 예능에선 피해야 할 금기입니다. 산을 타다보면 숨이 차서 대화가 곤란합니다. 고행의 과정이라 즐거움을 선사하기 어렵다는 거지요. 결국 예능이 아닌 다큐로 흐르는 것은 필연입니다.


가장 돋보였던 멤버 2인

역시나 설악산 종주는 예능이 아닌 다큐멘터리가 되었지요. 일부 멤버들은 간간히 애드립과 멘트를 날리며 예능분위기를 살리려 노력했지만, 다큐의 흐름을 돌려놓을 순 없었습니다. 특히 강호동과 이승기는 예능에의 미련은 버리고 최선을 다하는 산행으로 방송분량을 대신했습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힘들다는 말없이 묵묵히 산행에 나섰습니다.

한계령코스는 초반이, 백담사코스는 후반이 난코스였는데요. 다른 멤버들의 경우 난코스에서조차 간간히 애드립을 곁들이고 힘든 티를 내는 등 '예능에 걸맞은 투정'을 보여줬지만 강호동과 이승기는 이번 편을 그냥 다큐로 진행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난코스에선 홀로 앞선 채 뚜벅뚜벅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지요. 잔재미조차 버린 채 각기 다른 난코스를 꾸역꾸역 올라가는 이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 역시 겨울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요. 아주 잠시였지만 말입니다.

강호동은 처음부터 이번 방송을 다큐로 받아들인 듯 평소와 달리 방송분량 걱정은 하지 않고 묵묵히 산행에 온힘을 기울였고, 이승기는 초반코스가 상대적으로 편안했기에 처음엔 사진을 찍는 등 산행을 즐기는 듯하다가 난코스에 이르자 산악인 모드로 선회했지요. 1인자이자 맏형인 강호동이 힘들다는 불평 없이 동료를 격려하며 산행한 것에 못지않게 막내 이승기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스태프의 무거운 카메라짐을 염려하고 힘들어하는 스태프에게 손난로를 건네기도 했으며, 카메라를 챙겨와 동료와 스태프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등 산행을 하면서도 등산 자체에 눌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지요. 대신 정상에 가까웠을 때는 속초의 야경에 감탄하는 등 산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막내답지 않은 이승기의 성숙한 모습이 새삼 보기 좋더군요.


아쉬웠던 점

1박2일은 휴일저녁에 편안히 즐길 수 있는 방송입니다. 그런데 어제 방송은 평소같이 편안한 웃음은 별로 없었지요. 겨울산행의 혹독한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이번 겨울 산행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안전에 대해 사전교육이 있었다지만,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스태프들을 보는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일단 카메라 속 풍경은 오래전 겨울 산행의 추억을 자꾸만 자극했습니다.

나는 아름다움의 실체를 보았다.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완성된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것을 나는 바로 여기서 보았다. 아름다워서 위대하고 아름다워서 숭고하고 아름다워서 신성하던 그 모든 것들.. 그 눈 덮인 봉우리의 장려함. 푸르스럼하게 그림자진 골짜기의 신비를 나는 잊지 못한다. 무겁게 쌓인 눈 때문에 가지가 찢겨버린 적송, 그 철저한 아름다움을 나는 잊지 못한다...중략 - 이문열 <젊은날의 초상> 중

위 글에는 설경의 아름다움을 대하는 경이로움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글의 배경은 설악산이 아니지만 설악산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법 한데요, 그러나 이런 풍광은 어제 1박2일을 통해서 느껴보기에는 다소 어수선하고 산만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두 갈래 길이다 보니 장면전환도 많았고, 카메라는 각각의 인물과 멘트를 끊임없이 따라다녀야 했지요.

차라리 온전한 다큐로 가기로 작정을 했다면 전 멤버가 묵묵히 산행하며 풍광 위주로 가든가. 아니면 다소 편한 등산로를 택해서 모든 멤버들이 함께 어우러져 왁자지껄 떠들면서 즐거운 예능으로 가는 것이 더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즉 제대로 다큐로 가든지, 아님 편안한 웃음이 있는 예능을 고수하든지... 중간에서 다소 애매했다는 느낌입니다. 감동과 재미는 늘 고민스러운 선택이겠지만 어느 것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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