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설연휴를 맞이해서 TV에서는 갖가지 특집이 한창입니다. 이번 설특집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아이돌 위주였지요. '아이돌의 제왕'을 필두로 ‘스타커플 최강전’, ‘아이돌 건강미녀 선발대회’, ‘아이돌 브레인 대격돌’ 등이 기획됐고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 ‘아이돌스타 7080 가수왕’ 등 그야말로 특집의 주인공은 아이돌의 몫이었습니다.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요. 지난 추석특집도 별다르지 않았는데요. 화려한 볼거리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아이돌을 내세운 차별화 없는 프로그램들은 우리 대중문화의 편중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문화소비층들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문제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설특집 중 아이돌특집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시선을 끄는 의미 있는 특집이 있었습니다. 바로 MBC 아이돌스타 7080가수왕이었는데요, 가히 최고의 명절 특집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20년의 간극을 이어낸 이덕화

이덕화와 호란이 사회를 그리고 유열, 인순이, 임백천, 전영록이 심사위원을 맡은 아이돌7080가수왕은 기획과 구성에서부터 세대를 아우르는 배려가 돋보였는데요, 특히 사회자 이덕화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덕화는 80년대 쇼프로의 대명사였던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토토즐)의 MC로 '부탁해요~'라는 멘트를 많은 이들의 뇌리에 뚜렷이 남겨줬던 추억 속 명사회자입니다. 이런 그가 20년의 세월을 넘어 아이돌과 함께 하는 모습이 편안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고참가수들은 그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인데요, 사회자 이덕화는 이들과 오늘날 가요계의 중심인 아이돌 사이의 간극을 감당해냈습니다.

이덕화는 추억속의 연예인이 아니라 여전히 오늘과 호홉하는 연예인이라는 인상을 줬는데요, 얼마 전 토크쇼 '밤이면 밤마다'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당시 이덕화씨는 패널인 대성이나 유이의 이름을 부를 때도 낯설음없이 편안했습니다. 비슷한 연배라도 전혀 교류가 없다면 어색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또 익숙지 않은 이름을 단지 외워서 부른다 해도 어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덕화의 편안함이 상당히 이채로웠지요. 이러한 그의 모습은 이번 아이돌7080가수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수많은 아이돌들의 이름을 전혀 틀리지 않고 마치 늘상 접해왔던 듯 자연스럽게 편안히 부르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아이돌과 질문하던 그 억양 그대로, 심사위원석에 있는 고참가수들과 소통하는 장면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습니다. 이는 안방에서 시청했던 7080세대의 시청자들에게도 아이돌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접점이 되어주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서로 다른 세대의 만남

7080세대의 노래를 아이돌이 부르는 것은 결코 화려한 볼거리는 아닙니다. 또 아이돌 문화를 소비하고 있는 젊은 세대나 아이돌에 익숙지 않은 장년층 모두에게 자칫 어색한 특집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기꺼이 마음을 연 선배들과 이에 화답한 아이돌의 마음속에서 우리 가요계의 면면을 되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일부 어색한 무대에 대해선 어색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던 고참가수들도 자신들이 즐겼던 노래에 열정을 담아내는 아이돌에게는 진심으로 갈채를 보내줬지요. 특히 FT아일랜드의 펑키 편곡 '한동안 뜸했었지'가 끝나자 바로 무대로 뛰어올라가 함께 다시 부르며 20년의 세월을 한 무대에 옮겨놓기까지 했습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의 노래에 마음을 담아내는 아이돌 덕분에 모처럼 현재와 과거의 소통을 지켜볼 수 있었지요.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이돌가수들은 워낙 오랜 기간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아왔기에 실력들이 출중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뛰어난 실력이 자신들의 노래에 한정되는 경우도 간혹 보였습니다. 80년대 가수들은 이 노래 저 노래, 다른 가수들의 다양한 노래를 서로 공유하며 즐겼던 것 같은데,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소통했던 기풍이 요즘은 다소 떨어지지 않았나 싶은 느낌입니다. 아마도 각자가 전문화 고도화되다보니 이런 경향이 생겼겠지요. 각자 다른 분야의 가수들이 서로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세대교감을 이뤄냈다

심사위원인 네 명의 고참가수들의 흐뭇한 표정에서 우리 대중문화 역사의 증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음과 열정을 담아 선배들의 노래를 선보인 후배들의 무대에서는 우리문화의 역량을 볼 수 있었지요. 심사위원 유열씨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돌가수들이 보여준 이 무대가 일회성으로 그칠 게 아니라 가수들의 음반에도 한곡씩 담겼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지요. 또 '당시에는 앨범에 선배가수들의 노래를 한두 곡씩 꼭 넣었다는 전영록씨의 말 또한 인상적이었지요. 이렇듯 세대교감을 위한 노력은 늘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세대간 소통이 조금은 소홀해진 것은 아닌가 반성을 해보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특집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의 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앞으로 콘서트를 하더라도, 7080 노래들을 저희 스타일대로 편곡해서 우리의 노래를 많이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가수왕을 시상한 FT아일랜드의 소감입니다. 선배들의 바람과 후배들의 화답이 합쳐져 그동안 잊혔던 우리의 가요들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세대간의 거리를 좁혀주고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돌이 친숙한 장년층과 7080가요가 편안한 청년들... 우리네 감성교감의 의미 있는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이돌 일색이었던 근래의 명절 특집 중 단연 최고의 특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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