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황현희는 3일 새벽 음주상태에서 택시와 추돌사고를 냈고, 불구속 입건되었습니다. 그러자 3일 저녁, 그가 출연중인 개그콘서트측은 황현희의 개그콘서트 하차를 확정지었습니다. "KBS에도 음주운전 관련 심의규정이 있어서 방송 출연이 어려워졌다. 퇴출이다"라고 밝혔지요. 상당히 신속한 조치입니다. 이런 당연한 조치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심의규정'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적용되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근래에 같은 방송국에 출연중인 두 배우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탤런트 김지수씨의 경우, 음주상태에서 사고를 낸 후 차를 버리고 도주하다가 뺑소니사고운전자로 불구속입건된 바 있는데요, 당시 방송국에서는 “공인으로서 배우들에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하지만 종교인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라며 "죄질에 따라 사법적 처리와 더불어 방송 출연에 제약을 두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이중처벌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가벼운 음주사고를 낸 사람에게 그의 생업마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본다"고 밝혔었습니다. 이른바 생업 논란을 불러일으켰지요. 한편 중견배우 서인석씨의 경우, 대리운전기사를 폭행했었습니다. 같은 방송국의 제작진은 "아직 불구속 입건 단계이기 때문에 하차를 판단하긴 이르다, 별다른 조치는 예정에 없다"며 출연을 강행했지요.

다른 방송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권상우는 운전 중에 사고를 내자 즉각 도주했다가 며칠 뒤 자수하여 벌금형을 받았지요. 당시 음주운전에 대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을 잡지 못하여 단순뺑소니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았지요. 권상우측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일본에서만 유감을 표명했고, 한참이 지나 드라마제작발표회에서 공식 사과한 바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탤런트 전태수씨가 만취상태에서 택시기사와 경찰을 폭행해서 불구속 입건됐는데요, 이에 그가 출연중인 제작진 측에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 후 하차여부를 결정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결국 전태수씨는 자진하차를 결정했는데요, 내막이야 어떻든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기회라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황현희씨처럼 일방적으로 퇴출통보를 받은 것에 비하면, 전태수씨의 경우 그나마 자존심은 지켜줬다고 볼 수 있지요.

권상우, 김지수, 서인석, 전태수, 그리고 황현희 이들의 차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개그프로그램이야 코너 한두 개 없애버리면 그만인데, 드라마는 스토리자체가 깨지기 때문에 하차시키기가 곤란했던 걸까요. 만약 국내 최고 수준의 예능인에게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이런 질문이 공허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경우를 보며 씁쓸하게 말하곤 합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황현희의 음주사고에 대한 당연한 조치가 오히려 공허한 이유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예전에 비해 많이 성숙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예전처럼 언론이나 방송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듣기만 했던 시절에 비해, 오늘날 우리는 자신의 의견을, 다양한 통로를 통해 표출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를 통해 표출된 대중의 의지가 이룬 대표적인 성과가 유승준씨 입국금지 조치였습니다. 이후 병역기피만큼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공정성의 기준이 됐지요. 오히려 연예인에게 더욱 냉정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번 황현희씨의 사태가 많은 사람들을 부끄럽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이중 잣대에 대한 부당함을 짚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특정인의 인기, 지명도, 위치에 따라 다른 잣대가 적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거지요. 오히려 병역기피처럼 유명인일수록 더욱 무거운 책임이 따랐으면 합니다. 그래서 앞으론 '억울하면 출세하라'란 말이 통용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대신 장차 '출세하면 더 조심하라'란 말이 우리사회의 상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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