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사태를 통해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기득권을 가진 기획사 사장들은 결코 현재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꿀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합리한 조건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주장하자마자 벌떼처럼 달려들어 을의 입장인 카라 3인을 공격하는 그들에게서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탐욕스러운 모습만이 보일 뿐입니다.

논점을 흐리고 자신들의 치부는 가리는 기획사들

지난 일요일 방송된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JYJ와 카라 사태를 통해 불거진 연예 기획사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결론도 낼 수 없는 무의미함을 넘어 기득권을 가진 소속사의 발언에 무게가 실린 이 방송은 기획사 편들어주기라는 비아냥을 받을 정도로 문제의식마저 열악한 방송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언론들이 카라 사태에서 중요하게 거론했던 것은 불합리한 계약 구조와 문제점이 아닌 '배신'이었습니다. 감히 현재의 그들을 있게 한 기획사를 배신하고 돈 벌겠다고 이런 식으로 나오는 그들이 '배은망덕한 존재들일 뿐이다'는 식의 시각은 철저하게 가진 자들을 대변하는 모습뿐이었습니다.

거대함을 넘어 비대해져 자신의 무게도 감당 못할 정도가 된 거대 기획사들은 <시사매거진 2580>에서도 드러났듯 자신들이 피해자일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 하나 만들어내기 위해 한 달에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할지 못할지도 모르는 그들을 위해 얼마나 희생해야 하느냐는 식이었습니다.

성공여부를 알 수 없는 투자를 하는 만큼 자신들에게 유리한 분배는 당연하다는 논리는 철저하게 자신들만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을 뿐입니다. 소위 문화장사를 하는 이들이 손해 보는 장사를 수십 년째 계속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니 더욱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사 사장들이 개인적으로 벌어들인 돈이 수백억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님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카라 사태를 진흙탕으로 이끌며 기득권 세력을 대변했던 김광수 역시 가수들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둔 존재였습니다.

잘못된 투자로 빚더미에 앉은 것을 아이돌 기획사의 숙명으로 포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되지요. 작년 급등한 SM 주식을 팔아 엄청난 시세 차익을 낸 이수만 역시 아이돌 장사를 통해 엄청난 개인 수익을 거둔 존재입니다.

YG나 JYP 역시 엄청난 돈 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의 행보를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들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들의 계약 문제가 불거지면 자신들은 피해자일 뿐이라며 '악어의 눈물'을 보이는 모습은 씁쓸할 뿐입니다.

수백억에 달하는 개인 재산을 모은 기획사 사장들이 손해 보는 장사만 했다는 식의 자기 포장이 진정성을 얻을 수 있을까요? 들어가는 비용은 밝히면서 자신들이 거둬들인 수익은 밝힐 수 없다는 모습만큼 뻔뻔스러운 모습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이 진정 대한민국 문화산업을 위해 희생에 가까운 노력을 하고 있다면 지출만큼 수익에 대해서도 투명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언론을 통해 성공이 불투명한 아이돌에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서 힘들다는 식의 언플만을 하는 모습은 황당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돈 벌기 위해 하는 연예산업에서 돈보다 중요한 게 그들에게는 있을 수 없습니다. 풍족하게 쌓이는 돈에 취해 지속적으로 아이돌들을 착취하는 그들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은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JYJ가 불합리한 계약 구조를 문제 삼았기 때문에 노예 계약이라 불리는 계약 기간이 현실적인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었습니다. 기득권 세력에게만 유리하게 적용되었던 내용들이 내부의 반발과 고발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고 이로 인해 합리적인 조건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진보가 아닐 수 없습니다.

JYJ가 그런 행동을 했기에 SM에 남아있는 아이돌들이 과거보다는 좋은 조건을 약속 받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카라 3인의 행동으로 인해 많은 아이돌들이나 기획사 사장들은 현재 자신들의 문제를 다시 고민해보는 계기를 가졌다고 봅니다.

연예 기획사 사장이 직접 나서 자신들에게 반항하는 아이돌들은 연예계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깽판 수준의 난장판을 보인 것 역시, 기존 기획사 사장들이 JYJ와 카라 3인으로 인해 그동안 누려왔던 부당 이익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JYJ의 준수가 이야기를 하듯 "왜 자신들이 대한민국 방송에 나올 수 없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말에 주목해야 합니다. 언론이나 방송마저도 비대해진 거대 기획사에 의해 움직이는 기형적인 문화에서 진보적인 문화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장사꾼들이 손해라고 하는 말은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과연 연예 기획사(물론 영세한 기획사는 적자에 허덕이는 경우들이 많지만)들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대한민국의 대중문화 발전을 위해 사비를 털어가며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고 보는 건가요? '갑'으로서는 결코 손해 볼 수 없는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이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합리적인 방식의 분배를 요구하는 아이돌들에게 '돈만 밝히는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는 것보다 파렴치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2011년은 연예 산업이 좀 더 투명해지고 '갑과 을'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활용되는 시작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런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갑과 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소비자인 '팬'들의 태도도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숲보다는 나무를 바라보고 이보다 더 심한 경우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보기 위해 나무조차도 보지 않는 현상은 이젠 사라져야만 할 것입니다. 숲을 보호하면 그 숲 속에 다양한 종의 꽃과 나무 동물들이 공존할 수 있음을 알고 있으니 말이지요. 거친 생태계라 비유되는 연예계이지만 '공정'만이 공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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