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시즌이 길고 시즌 동안에는 거의 매일 경기가 펼쳐집니다. 그나마 겨울이 돼서야 쉴 수 있는 것이 바로 "야구선수"의 한해살이, 그런데 그 겨울도 마냥 쉬기 힘듭니다. 마치 "방학"처럼 조금은 긴 휴식의 시간이 있을 법한 "휴가"가 있는 계절이 바로 겨울입니다만...

선수들의 겨울은 아주 짧은 휴식 뒤에 아주 힘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 갈수록 더 일찍 시작되고, 더 중시되며, 강화되고 있는 각 구단들의 "스프링 캠프"가 그 주인공입니다. 괌이나 플로리다, 사이판이나 일본의 남부지역들.

선수들의 전지훈련을 떠올리면 그 외형은 그럴 듯합니다. 휴양지나 신혼여행지로 꼽히는 곳들, 절로 찾아서 놀러가는 곳들에서 펼쳐지는 겨울철의 피한, 경치와 풍경이 좋은 곳에서, 더구나 요즘처럼 추운 시기에 따스한 곳으로 가서 보내는 선수들의 겨울은 따스해 보이죠.

부럽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곳에 취재를 간다고 하면 그것도 부럽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결코! 좋지 않습니다. 나쁩니다. 힘들고, 지루한데다가 매우 피로합니다. 어떤 구단이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선수단이 머무는 곳의 공통점은 바로 "외진 곳"이라는 거!

도심과 거리가 멀고, 주변에는 휴양지로서 리조트 정도나 있을까? 나머지는 운동장과 야구장, 그리고 산과 바다입니다. 당연히 하루하루가 "야구"로만 이어지고, 지겨움과 힘겨움, 그 안에서의 경쟁과 피로함만이 전지훈련지에는 가득합니다.

많은 야구팬들이 익히 보셨을 일본 프로야구 니시오카 츠요시 선수의 야구론,(이제는 미네소타 소속이겠군요.) 그가 직접 썼는지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이 "야구론"이란 글은 한번쯤 보실 만하기에 일부를 인용해 봤습니다.

...(전략)...

고교야구를 보면 무슨 파인플레이가 메이저리그보다 더 많이 일어나는지. 아슬아슬, 다이빙캐치하면서 잡고... 그렇지? 수비들도 재미없게 잡으려고 밤낮 노크볼만 잡아대고 있어. 그래서, 정식경기에서는, 절대로 실수가 없도록 가장 재미없게 잡는 거야.

한번 운동장에 서서 높이 날아오는 플라이볼을 잡으려 해봐. 의외로 힘들껄? 공이 어디로 오는지, 언제 떨어질지, 잘 판단이 안 설 껄?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게 프로의 임무지.

야구라는 종목은, 경기장에서 땀 흘리는 스포츠가 아니라, 경기 전에 땀을 흘리는 스포츠야.
평범한 2루수 땅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몇 천 몇 만 번의 땅볼을 잡으며 땀 흘리고 외야플라이를 잡으면서 주자를 진루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수도 없이 하늘로 뜬 하얀 공을 쳐다보지. 타자가 140km가 넘는 공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치기 위해 어릴적부터 계속 공을 보아 온 거야.

...(후략)...

프로야구의 겨울, 전지훈련이란 시간, 바로 이런 노력을 위한 수고의 시간이자 선수들에겐 가장 힘겨운 계절일 겁니다. 스프링캠프의 하루하루는 매우 반복적이고, 지루하게, 또 힘겹게 흘러갑니다. 사실 특집방송을 제작하러 가보면 매년 보는 걸로도 벌써 지치고 또 지겨워지는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숭고하고 대단합니다. 그 겨울을 눈으로 본 뒤, 시즌을 맞이하면 여러 가지로 느끼는 바가 많아지죠.

올 겨울도 어김없이 진행되기 시작한 전지훈련 특집방송. 선수들의 숭고한 겨울, 그 진한 땀을 만나러 갈 준비를 서서히 시작합니다. 야구의 꿈을 만들어주는 준비의 시간, 모든 선수들의 땀과 그들의 겨울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며!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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