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이 끝난 뒤, 한국 축구에 떠오른 핵심 화두는 바로 '본격적인 세대교체'입니다. 대표팀 전력의 중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냈던 박지성과 이영표가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이들의 공백을 메울 실력 있는 신예들이 어떻게, 얼마나 더 잘 성장할지가 큰 과제로 남게 됐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에 오른 구자철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황태자로 주목받았습니다. 감각적인 플레이와 인상적인 볼 컨트롤, 그리고 드리블, 패스, 슈팅 등을 모두 갖춘 다재다능한 미드필더로서 박지성의 계보를 이을 차세대 중원 사령관으로 화려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랬던 구자철이 개인적으로나 한국 축구 전체적으로 꽤 의미 있는 유럽 무대 진출을 하며 또 한번 비상한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 아시안컵 3.4위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구자철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구자철은 지난달 말,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와 3년 6개월 계약에 합의하며 유럽 무대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당초 스위스 영보이스와 협상이 이뤄지는 것 같았던 구자철은 그보다 수준이 훨씬 뛰어나면서 경쟁력이 있는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해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초부터 호시탐탐 유럽 무대 진출을 노렸던 구자철로서는 하반기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마침내 소중한 꿈을 이뤘습니다. 입국 기자회견에서 "실수, 실패, 좌절을 통해 성장해 왔다. 나 자신을 믿는다.마지막엔 결국 해낼 것이다.내 길을 스스로 잘 알고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다짐하며 포부를 밝힌 것을 보면 유럽 진출에 대한 각오가 얼마나 당찬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량 좋은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잇따라 이뤄지고 있지만 구자철의 유럽 진출은 다소 남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중량감이 있는 대회를 치르고 난 뒤 곧바로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기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때에 이뤄졌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시안컵 득점왕, 그리고 새로운 에이스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가운데 경쟁력 있는 유럽 무대에 진출한 것은 상당히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의미 때문에 구자철의 유럽 진출은 더욱 흥미롭고 기대가 되는 게 사실입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2002년 월드컵에서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며 곧바로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 입단, 유럽 무대에 진출했던 박지성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당시 황선홍, 홍명보가 나란히 대표팀에서 은퇴해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에 이뤄진 박지성의 해외 진출은 훗날 개인적으로나, 한국 축구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것이 현재 구자철의 해외 진출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가능성 있는 유망주에서 벗어나 대표팀의 기둥임을 확실히 보여준 만큼 유럽이라는 큰 무대에서 뛰면서 더 기량을 다듬고 키워 나간다면 충분히 박지성의 뒤를 이을 한국 축구의 진짜 에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해외에 진출한 어느 선수들처럼 구자철이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는 바로 리그, 팀 스타일에 하루 빨리 적응하는 것입니다. 특히 구자철이 들어갈 포지션 경쟁이 만만치 않아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구자철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서 빠르게 적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현재 볼프스부르크를 맡고 있는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이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감독이기에 감독의 의도대로 빠른 시기에 성과를 보여준다면 입지를 넓혀 나갈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이미 구자철은 공격적인 성향이 짙은 선수로 정평이 난 선수입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낯선 환경에 서는 무대이기는 해도 지금까지 이어온 발전적인 행보, 그리고 특유의 성실한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준다면 중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기를 바라는 볼프스부르크 입장에서는 당연히 구자철의 중용을 더욱 원할 것입니다.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수비적인 면까지 보강하고, 체력적인 문제를 극복해 나가면서 더욱 더 성숙해진다면 구자철의 승승장구는 오래도록 이어질 수 있습니다.

22살로 아직은 한창 어린 나이인 구자철. 그래서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그의 유럽 진출 성공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환하게 밝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무대 적응이라는 큰 과제를 넘어 또 한번 더 큰 꿈을 키워 나갈 구자철의 앞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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