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가든이 종영되고 나서도 애청자들의 열기는 사그라질 줄 모르고 있습니다. 최근엔 오스카양말 출시소식까지 있던데요, 급기야 방송국에선 설날특집으로 시크릿가든 스페셜을 또 편성했다고 합니다. 애청자로서 반가운 소식이긴 하지만 속편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자는 한번에 한 남자만 마음에 담을 수 있다'
어디선가 접했던 말입니다. 절대적일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공감이 가더군요. 시크릿가든 속 길라임 역시 김주원이라는 한 남자만을 마음에 담게 됩니다. 하지만 드라마 초반, 강렬하게 다가오는 주원 때문에 혼란스럽던 시절, 라임은 의식적으로 주원을 마음에서 밀어내야 했었지요. 물론 밀어내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주원 앞에서 라임은, 윗몸일으키기하며 얼굴을 들이밀면 외면하지 못했고, 안아주면 안겼고, 입술이 다가오면 눈을 감았었지요. 하지만 이런 모습은 순간일 뿐 평소의 라임은 주원에게 냉냉할 뿐이었습니다. 그녀가 주원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너무도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만 했지요. 시청자와 더불어 늘 긴장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 무렵 라임이 마음 놓고 애교를 작렬시킬 수 있었던 대상은, 마음속의 스타 오스카였지요. 선머슴 같은 라임은 오스카 앞에서만큼은 수줍은 소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연인으로서가 아닌 팬으로서겠지요. 그래서 윤슬때문에 고뇌하는 오스카를 기꺼이 위로할 수 있었던 것일 테고요. 오스카 앞에선 상냥하게 '오빠 운전조심하세요'라고 말하는 라임이었지만 이미 라임의 마음속에는 김주원이라는 한 남자만이 들어와 있었던 겁니다.
이렇듯 마음속으로 들어와 버린 한 남자를 현실에서 감당해나가는 라임의 이야기에 시청자는 열광했습니다. 때론 지독한 상처에 눈물짓기도 했고 때로 스스로의 마음이 헷갈리기도 했던 라임만큼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긴장했었지요.
서윤호와 한동주는 둘 다 재벌입니다. 똑똑하고 개성 강한 남자들이지요. 이렇게 잘난 남자들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꿈과 가치를 지켜나가는 꿋꿋한 '다지'인데요. 강인한 인상을 주는 건 아니지만 결코 약한 여자도 아닙니다. 한 템포 느린 듯한 맹한 여인 그래서 더욱 순수해보이는 다지의 씩씩한 도전에 자꾸 시선이 갑니다. 조건을 따지고 앞날을 계산하는 것에 익숙한 요즘 세태에 신선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지요.
비록 시크릿가든만큼 강렬하지 않고, 감성의 색깔도 많이 다르지만, 파라다이스목장만의 청량한 분위기는 잔잔한 여운을 주고 있는데요. 시크릿가든이 종영되고 다소 허전했던 마음을 은근히 달래 줄만한 괜찮은 로맨틱코미디를 만난 것 같습니다. 라임이 시크릿가든에서 안식을 얻었듯이, 다지는 파라다이스목장에서 꿈을 이룰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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