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첫 국제대회로 기록될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와 같은 성적은 당초 대표팀이 목표로 삼았던 51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에는 분명 미치지 못한 결과다.

최소한 결승전 까지는 진출했어야 목표치에 근접은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준결승에서 패하며 밀려났던 3-4위전에서 이겨 3위에 입상한 것은 어찌 보면 목표치와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조별예선 통과 과정에서 충분히 조 1위로 8강에 진출, 이란, 일본 등과 같은 껄끄러운 상대를 피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끝내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스스로 가시밭길로 들어서면서 결국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나 전술과 같은 원인이 아닌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부분은 못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조광래호에게 언론으로부터 또는 팬들로부터 지난 2007년 대회 때와 같은 비판 내지 비난이 가해지지 않는 이유는 역시 이번 대회에서 조광래호의 선수들이 보여준 이전 대표팀과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팀컬러와 차원 높은 경기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중요한 순간마다 한국 축구의 천적으로 등장했던 이란을 경기내용과 결과에서 완벽히 제압했던 지난 8강전은 '조광래 축구'의 진면목을 과시했던 백미였다.

과거 외국인 감독이건 국내파 감독이건 신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지도자들은 지도자 선임 이후 단기간에 자신의 스타일의 대표팀을 만들어 보이려 부단히 노력했고, 그 결과 몇몇 평가전에서 실제로 전임 감독과는 차이가 있는 팀컬러와 전술로 꽤 괜찮은 경기를 펼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조광래호와 같이 권위 있는 타이틀이 걸린 대회에서 일관성 있게 팀이 추구하는 전술과 팀 플레이를 유지하면서 상대팀들을 제압해 나갔던 대표팀은 찾아보기 드물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 대표팀이 보여줬던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뭔가 다른' 한국 축구를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조광래호가 보여줬다고 해도 크게 과장된 표현은 아닐듯하다.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하나 된 팀 스피릿에 입각한 생각하고 즐기는 축구, 간결하고 정교한 패스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점유율의 축구, 그리고 빠르고 콤팩트한 조직력의 축구라는 '조광래 스타일의 한국 축구'를 이번 아시안컵에서 완전히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준 구현해 낸 셈이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결국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서 충분히 준비된 지도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축구 지도자라면 누구나 조국의 대표팀 감독을 꿈꾸지만 실제로 자신이 지닌 축구철학에 입각해 구체적으로 팀을 어떻게 조직하고 운영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이 신임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작년 7월부터 현재까지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대표팀 감독이 되면 어떤 감독이 되겠노라는 나름대로의 면밀한 계획을 세워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조 감독이 이번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조광래 축구는 그러나 전혀 새로운 축구는 아니다.

FC서울의 감독 시절부터 야인 생활을 거쳐 경남FC의 감독으로 활동하기에 이르기까지 조광래 감독이 쉼 없이 실천해왔던 유망주와 '숨은 진주'의 발굴과 발탁 노력이 이번 대표팀에도 그대로 실현됐고, 미드필드에서의 세밀하고 짜임새 있는 패스 플레이를 중요시하는 조 감독이 평소 추구해온 축구스타일이 지금 대표팀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결과 이번 아시안컵에서 조광래호는 비록 목표했던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새로운 컬러의 한국 축구 대표팀의 팀컬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고, 세대교체 역시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이뤄냈다.

대표팀 감독 선임에 있어 국내파냐 외국파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표팀을 맡을 만큼의 준비된 지도자냐 아니냐가 대표팀 감독 선임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조광래 감독이 몸소 일깨워 준 셈이다.

요즘 세간에서는 조광래 감독의 성대모사가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터뷰 때마다 다소 어색한 미소와 함께 "네 뭐..."라는 어눌한 더듬거림으로 시작하는 경상도 억양이 짙게 배인 조광래 감독의 어투를 재미있게 본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따라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이렇듯 맘씨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그 어눌한 조광래 감독의 모습 속에 이미 오래전부터 어느 누구보다 깊고 예리한 한국 축구에 대한 고민이 숨겨져 있었고, 그가 꿈꾸던 대표팀 감독의 기회가 주어진 순간 마치 이미 예정된 수순처럼 그의 손에 의해 변화된 한국 축구가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 조광래 감독에게 지금보다 더 큰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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