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가 아쉬웠던 지난 밤. 긴장감 넘친 준결승전은 모두 끝났고, 우리 대표팀은 조금 맥빠진 3-4위전을 남겨놨는데요. 이번 아시안컵의 최종 승자, 그 후보는 호주와 일본으로 좁혀졌습니다.
아쉬운 축구 속에서 조금은 특이하게 살펴본 것 하나, 이번 아시안컵 중계방송의 승자는 어젯밤, "KBS"가 아닐런지요?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경기임에도 전국 37.7%, 수도권의 경우는 42.2%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보여줬습니다.
하루 동안 방송된 공중파의 모든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했던 KBS의 축구중계. 사실 축구 자체만으로도 이미 주목받아 마땅한 경기였고, 당연히 재미난 매치업입니다만...
이미 지난 호주전에서도 효창구장에서 거뒀던 아시안컵 우승의 이야기를 현지 촬영으로 끌어내 오프닝에 써 신선함을 줬던 KBS. 아시안컵 중계를 맞아 참신하고 박수받을 만한 시도를 보여준 오프닝이었습니다. -이미 유럽에서의 각종 축구중계에서는 익숙하게 쓰이는 중계 오프닝의 형태이긴 합니다만.-
일본전에서는 조금 진부하기도 합니다만... 일본과의 대결이란 점에 포커스를 맞춰 속도감 있는 편집의 영상으로 오프닝을 했습니다. 국내 스포츠 중계에서는 사실 이런 오프닝에 큰 힘을 들인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중계방송 자체의 준비와 노력에서는 장비와 수준, 여러 가지의 발전을 보여 왔던 것과 많이 비교되는 부분이죠. 몇몇 빅매치나 야구 포스트시즌에서 비슷한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왠지 하이라이트 느낌에 경기전망에 불과했다는 거.
영화의 예고편과 같은, 혹은 특집 프로그램의 프롤로그 같은 그런 시도는 드물었습니다. -아마도 못해서 안 했던 건 아닐 듯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안한 거라 봐야 할 거 같습니다.-
하지만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눈은 높아지고, 해외 스포츠 중계 오프닝을 접한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합니다. 지난 월드컵, 혹은 동계올림픽 당시에 현지 방송의 오프닝들은 인터넷 상에서 매우 많은 이들에게 공유됐습니다. 눈앞에 다가온 경기에 대한 두근거림을 최대한 극대화시키는 이런 오프닝, KBS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그 위엄을 보여줬죠.
"MBC스포츠플러스"와 "SBS-ESPN"은 전 경기 중계와 나름의 간판급 해설진을 한국전에 배치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어필했습니다. -이런저런 노력이 있다 해도 스포츠 중계 선택에 있어 해설과 캐스터가 최대 변수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K본부의 이번 아시안컵 중계에 오프닝 시도는 앞으로 많은 스포츠중계에 유사한 노력을 끌어오리라 예상되기에, 이미 그런 스포츠 중계를 익히 접한 시청자들이 많고, 그런 요구가 있어 왔기에... 이번 KBS의 시도는 가치 있게 남겨지리라 생각합니다.
이전까지의 경기 중계 정리나 하이라이트 모음, 혹은 경기 예고 수준의 영상과는 다른 이번 KBS 오프닝의 위엄. 아시안컵 중계방송에서의 또 다른 수확이란 생각이 듭니다.
덧. 앞서 이란과의 8강을 중계한 S본부의 시청률이 14%대였는데요. 주말로 다가온 3-4위전의 시청률이 어떨지도 궁금한 노릇입니다. 아무리 봐도 이번 아시안컵 "MBC의 불운"은 끝까지 이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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