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11년의 첫 달을 넘겨버린 1월 마지막 주의 미국 박스오피스는 어땠나 한번 볼까요?

엑소시즘이라는 케케묵은 소재의 활약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도 엑소시즘을 다룬 페이크 다큐 <라스트 엑소시즘>이 간발의 차로 2위로 데뷔했었죠? 1월 마지막 주의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The Rite>도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미국은 아무래도 크리스찬의 비중이 높거나 혹은 신앙심이 깊기 때문일까요?

단순히 공포영화의 인기가 높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안소니 홉킨스라는 명배우의 출연도 이 영화의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The Rite>의 개봉 첫 주말 성적은 <라스트 엑소시즘>보다 약 5백만 불이 적습니다. 8월 말이긴 했지만 여름에 개봉하는 공포영화에 이점이 더 많았을 테니 엇비슷한 셈으로 봐도 좋을 듯한데... 이게 다 안소니 홉킨스 덕분!? 이라는 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니 너무 신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ㅎㅎ

아, 감독의 영향도 조금은 있었기를 바랍니다. <상하이>의 리뷰에서 말씀드렸던 미카엘 하프스트롬이 연출했거든요. <1408>을 생각하면 <상하이>보다 <The Rite>에 대한 기대가 훨씬 큽니다. 그... 그런데... 방금 확인해 보니 관객의 반응은 나름 괜찮지만 평단의 반응이 가혹하네요. 거의 <그린 호넷>과 맞먹는 수준이라니...

이탈리아 로마로 엑소시즘 수업을 받으러 간 미국인 신부가 등장하는 <The Rite>의 예고편입니다.

지난주에 1위로 데뷔했던 <친구와 연인 사이>는 한 계단을 하락하면서 2위에 머물렀습니다. 이 영화는 평단과 관객의 반응이 썩 좋지 않은 것에 비하면 흥행에서는 나름 제 몫을 하며 선방하고 있습니다. 주연을 맡은 두 배우, 특히 나탈리 포트만의 공이 큰 걸까요? 드랍율도 양호하고 총 수입에서도 제작비를 이미 초과했군요.

3위는 오랜만에 주연으로 만나는 액션스타! 제이슨 스타뎀의 신작 <미캐닉>입니다. 가끔 황당한 영화에 출연해서 당혹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제이슨 스타뎀만큼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는 배우도 드물죠. 이번 영화도 3위에 오른 걸 보니 뿌듯합니다. 흥행수입도 그의 다른 출연작들과 비교해 엇비슷해서 변함없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많은 액션스타가 출연했던 <익스펜더블>은 제외하고, 최근작인 <아드레날린 24 2>의 개봉 첫 주말 수입인 약 7백만 불보다는 훨씬 많습니다. <트랜스포터 3>와 <데스 레이스>는 각각 1,210만 불과 1,260만 불이었네요. 제이슨 스타뎀이 주연했던 영화 중에서는 <트랜스포터 2>가 약 4,300만 불로 가장 높은 흥행수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약 1,650만 불을 기록했던 걸 감안하면 <미캐닉>이 앞으로 최고 흥행작으로 올라설 가능성도 전혀 없어 보이진 않죠?

<미캐닉>에서 제이슨 스타뎀은 한 치의 오차도,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완전무결한 암살자로 등장합니다. 그와 가까웠던 두 명이 살해를 당하자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찾아내 복수하고자 나섭니다. 항상 단독으로 움직이던 그였으나, 살해당한 두 명 중 한 명의 아들이 찾아와 함께 복수하자고 요청하면서 둘은 스승과 제자이자 파트너를 이룹니다.

<미캐닉>의 예고편입니다.

4위는 지난주 국내에도 개봉한 <그린 호넷>입니다. 평단의 반응은 냉혹했지만 관객의 반응은 그럭저럭 양호한 편이라 흥행에서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네요. 저도 며칠 전에 봤는데... 이 정도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게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입니다. 지금쯤 제작비의 절반쯤 벌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힘겨워 보이는 건 변함없지만 잘하면 속편도 만들어질 듯합니다. 현재까지의 전 세계 흥행수입을 합치면 약 1억 4천만 불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유력 후보인 <킹스 스피치>의 흥행세는 대단합니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더니 줄곧 상위권에 머물고 있군요. 이렇게 롱런을 계속한다면 1억 불 돌파도 불가능은 아닐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현지 시각으로 30일에 열린 미국배우조합(SAG)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을 모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걸로 다음 주에도 흥행세가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죠?

일각에서는 <킹스 스피치>의 선전을 두고 <소셜 네트워크>를 견제하려는 세력의 음모라는 이의를 제기하는 모양이던데... 리뷰에서부터 일관되게 주장했듯이, 오히려 <소설 네트워크>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킹스 스피치>를 보지 못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만, 그 등장이 그래서 반갑습니다.

6위는 예상을 깨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트루 그릿>입니다. 흥행은 이만하면 대단히 고무적이고, 시상식에서의 선전만 보태면 되겠군요. 근데 국내 개봉제목이 <더 브레이브>라죠? 처음에 다른 분들이 <더 브레이브>라고 말하길래 이 영화는 또 뭔가 했습니다. 오늘에서야 <트루 그릿>의 한글제목이란 걸 알았네요.

아... 이를 어찌할꼬... 론 하워드의 신작 <딜레마>는 하락을 거듭하더니 이번 주에는 네 계단을 떨어지며 7위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캐스팅을 보면 제작비 7천만 불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만, 흥행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네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의 수상자로 유력한 나탈리 포트만의 <블랙 스완>은 8위입니다. 순위는 낮지만 여전히 드랍율이 훌륭하고, 총 수입은 어느새 1억 불을 눈앞에 두고 있네요. 나탈리 포트만도 미국배우조합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니 다음 주까지도 미국 박스오피스 탑 10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9위는 주연보다 조연의 활약이 빛나는 영화가 된 <더 파이터>입니다. 이 영화의 크리스찬 베일과 멜리사 레오는 골든 글로브에 이어 미국배우조합 시상식에서도 남녀조연상을 휩쓸었습니다. 이들은 아카데미에서도 수상이 유력하군요.

10위의 <요기 베어>는 그냥 이 한 마디로 정리가 됩니다."헐!!!" 아직도 10위권에 머물다니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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