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 2011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2007년 이후 거액을 투자해 박명환, 이진영, 정성훈, 이택근을 FA 및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것과는 차별화되는 행보입니다. 구본준 구단주가 2군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 FA 영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니 당분간 스토브 리그에서 LG가 화제가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LG는 새로 선발한 두 외국인 투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뿌린다는 우완 리즈와 작년 마무리 훈련부터 합류한 좌완 주키치가 제몫을 해주느냐에 시즌 성적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빅5’로 대변되는 LG 타선이 타 팀에 비해 뒤지지 않으며 최근 몇 년 간 투수력 붕괴로 LG의 성적이 처참했음을 감안하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리즈와 주키치가 과연 몇 승을 합작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 지난 24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가와구장에서 LG트윈스 선수단 단체 훈련에 앞서 합류한 외국인 투수 리즈를 김영직 수석코치가 선수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외형적으로 기록되는 승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닝 소화 능력입니다. 지난 시즌 LG는 올해처럼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선발했습니다. 시즌 개막과 함께 LG 유니폼을 입고 뛴 것은 선발 곤잘레스와 마무리 오카모토였고, 5월 중순 곤잘레스가 퇴출된 뒤 더마트레가 영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세 명의 외국인 투수 모두 이닝 소화 능력이 낙제점이었습니다.

곤잘레스는 단 1승도 얻지 못하고 7.68의 저조한 방어율로 오명을 남기고 퇴출되었는데 이닝 소화 능력도 좋지 못했습니다. 9경기 중 6이닝을 넘게 소화한 것은 4경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선발 등판한 경기 중 6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이 절반이 넘는다는 의미입니다. 곤잘레스를 대신한 더마트레는 15경기의 선발 기회에서 6이닝 이상 투구한 경기가 단 3경기에 불과합니다. 무려 12경기에서 6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선발로 투입된 곤잘레스와 더마트레는 도합 24경기의 선발 등판에서 1/3에도 못 미치는 7경기 밖에 6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퀄리티 스타트의 기준이 되는 6이닝 3실점에서 실점의 기준은커녕 이닝 기준도 채우지 못했으니 곤잘레스와 더마트레는 선발 투수로서 낙제점이었습니다.

오카모토는 1이닝 마무리로 고정되며 시즌 초반에는 반짝했지만, 구속이 올라오지 않고 구종이 노출되면서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상실해 마무리 보직에서 밀려났습니다. 7월 15일 잠실 기아전에서 세이브를 챙긴 이후 시즌 종료까지 단 한 개의 세이브도 얻지 못하며 필승계투조의 중간 투수는커녕 패전 처리로 전락했습니다. 선발 투수가 아닌 마무리 투수가 세이브가 아닌 승수를 챙기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니 오카모토가 얻은 5승이 팀에 기여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선발이 붕괴된 LG에 있어 종반 1이닝만 책임지는 외국인 마무리 투수는 결과적으로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지난 시즌 LG의 세 명의 외국인 투수들은 이닝 소화 능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선발 투수가 이닝을 먹어주지 못하고 마무리 투수는 1이닝도 믿고 맡길 수 없으니 LG의 불펜투수들은 그야말로 호떡집 불 난 것처럼 매일 등판해 팔이 빠져라 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발 투수가 5이닝만 책임져도 불펜이 두터워 나머지 이닝을 위력적인 불펜 투수들이 돌려 막는 SK나 삼성과 달리 145km 이상의 직구를 보유한 불펜 투수가 희귀해 허약하기 짝이 없는 LG의 불펜에는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었고 시즌 초반 근근이 버티던 불펜이 무너지자 삽시간에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다시는 회생하지 못했습니다.

LG의 불펜 붕괴의 책임은 선발에 있으며 특히 외국인 투수의 부진으로 마운드 붕괴와 팀 성적 하락이라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졌으니 지난 시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리즈와 주키치의 이닝 소화 능력이 관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LG에 있어 5이닝짜리 선발은 무의미하며 반대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 승수는 저절로 따라올 것입니다. 설령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해도 6이닝 이상 버티며 접전으로 끌고 간다면 타선의 힘으로 충분히 종반 역전을 노려볼 만합니다. LG 불펜에도 별다른 전력 보강이 없기에 두 투수의 이닝 소화 능력은 더욱 중요합니다.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리즈와 주키치의 이닝 소화 능력이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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