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예능 복고 시리즈가 대단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매주 보여주는 것마다 좋든 나쁘든 폭발적인 이슈를 생산하면서도 정작 방송의 생사를 쥐락펴락하는 시청률면에서는 썩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일요일의 1박2일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으로 뽑히면서도 시청률에서는 너무 큰 편차로 인해 다소 체면이 서지 않았다. 그런 점이 무한도전으로서도 얼마나 고민이었을지는 연말결산 특집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었다. 그 고민은 신묘년을 맞아 무한도전이 시도하는 일단의 복고 시리즈가 시청률을 쭉 잡아끌고 있다.

그렇지만 무한도전의 욕심은 그저 시청률만 맹목적으로 쫓는 데 만족할 리가 없었다. 박명수의 휴먼 다큐화 됐던 타인의 삶을 통해서 뜨거운 감동과 함께 5년만의 복고 게임을 통해서 시청자에게 향수와 웃음을 함께 선사했다. 그리고 이번 주에 방영된 무도판 <티비는 사랑을 싣고> 역시도 이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했다. 자장면 장발장이 된 정준하의 20년만의 고백은 감동을, 길의 첫 사랑을 찾아 나섰다가 일은 뒷전이고 사심을 그대로 드러낸 노홍철은 폭풍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이번 주 무도판 <티비는 사랑을 싣고>의 최대 화제는 노홍철의 사심방송이었다. 아마도 제작진도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 아닐까 싶은데, 따지자면 노홍철의 사심을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 문제가 있다면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노홍철의 연애실패를 이미 잘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방송의 사적 활용은 개의치 않고 이상형을 만나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 웃음으로 응원을 대신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뤘다.

노홍철은 길의 첫 사랑을 찾기 위해 두 번째 리포터로 등장했다. 노홍철의 그녀의 집을 찾아가서 만난 사람은 당사자가 아닌 동생으로 의사고시를 마친 미모의 여성이었다. 노홍철이 아니라 누가 봐도 완벽한 여성이었고, 미모의 엄친딸에 반해버려 어쩔 줄 몰라 하던 노홍철의 패닉방송은 그대로 젊은 남성들을 빙의케 했고, 거기에는 점잖은 미소 뒤에 본능을 숨겨야만 하는 중년남성들의 말없는 지원도 받았을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방송을 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고 보니 애초에 길의 첫사랑 편에서 화제가 됐어야 할 국민여동생 박보영의 살인귀염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말았다. 과속스캔들의 박보영의 존재감을 단지 수줍어하는 모습만으로 눌러버린 이 미모의 여성과 노홍철과의 이야기는 이후 실제 관계로 발전하게 될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노홍철은 방송에 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장면을 제작진은 기어이 내보내고 말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티비는 사랑을 싣고>에 나선 두 리포터 유재석과 노홍철에게 편파 편집을 통해서 웃음을 주었는데, 유재석은 흔히 옛날 예능에서 장소를 이동할 때 제자리에서 팔짝 뛰었다 화면이 바뀌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복고적 애드리브를 했으나 결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오히려 그 전후를 모두 보여줘 유재석을 민망케 했으나 반면 노홍철에게는 과거 방식 그대로 편집을 해줘서 유재석을 앙탈하게 만들었다.

유재석, 노홍철 등이 화면에 등장해서 예능감을 발휘했다면 제작진은 편집의 기술로써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쥐락펴락했다. 새삼스러운 감탄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미 정평이 난 자막에 이어 무도판 <티비는 사랑을 싣고>는 예능 편집을 묘수를 보여주었다. 그 편집기술의 종결은 노홍철이 진짜로 카메라 없이 단신으로 그 여성의 집에 올라가 차를 마시고 내려오는 장면을 내보낸 것에 있다. 웃음에 박한 필자지만 그 장면에서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솔직함 때문에 노홍철의 사심방송이 모두 용서 혹은 정화가 되는 것만 같았다.

무한도전은 참 이상한 프로그램이다. 개념으로 따지자면 어지간한 시사 프로그램도 범접 못할 날카로움을 가졌으면서도 웃음 하나로 승부하자면 정말 별 거 아닌 것으로 사람을 들었다 놓았다를 자유자재로 한다. 2010년은 무한도전이 웃음에 매진할 분위가 아니었다. 그래선가 재미보다는 다소 의미와 감동이란 부분에 무게중심을 둘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연말결산을 통해 예고한 바를 실천해가는 요즘은 또 작년과 참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이렇듯 무한도전의 진정한 힘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진화의 힘이 아닐까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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