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독립선언이 갈수록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다. 또한 정작 당사자들보다 삼자들이 더욱 카라 사태에 흥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연제협이나 코어 김광수 대표와 그에 반대하는 젊제연의 공방이 그렇다. 계속해서 5인의 카라라는 화두가 전제처럼 논의되고 있지만 유난히 그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의심을 갖게도 된다. 그 의심의 가장 결정적 계기는 소위 배후세력에 대한 증거로 공개된 문자 메시지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카라 3인의 도덕적 입지가 대폭 줄어들게 됐다. 사실은 그럴 일도 아니다. 애초에 법무법인을 통해 계약해지를 들고 나올 정도로 강경했던 태도 뒤에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지나치게 순진한 것이다. 그러나 교묘한 언론 플레이라고 할까 아니면 위태해 보이는 카라 3인보다 기획사에 더 가까울 수밖에 없는 악어새의 습성 때문일지는 모르겠지만 언론은 마치 5공 시절 공안사건에서나 사용했던 배후세력이라는 불온한 단어를 서슴지 않고 사용했고, 여론은 카라 3인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를 두게 됐다.

숱한 설이야 듣는 이에 따라서 흘려버릴 수도 있지만 애초에 박규리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 모두에게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됨으로 해서 적어도 멤버 간의 아주 심각한 불신의 골이 파이게 된 것이다. 그것을 구하라가 자진해서 내놓았다고는 보기 어렵다. 설혹 그렇다고 하더라도 5인의 카라가 최선 차선을 떠나 추호의 흔들림 없는 원칙이라면 공개해서는 안 됐다. 이렇게 되고도 과연 카라 멤버들이 팀웍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물론 그저 비지니스로 서로를 대하며 이제 막 불붙기 시작한 카라의 전성기를 끌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중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 당사자들에게는 끔찍한 생활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처를 안고서라도 카라가 본래의 체제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카라 팬들에게는 반전의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문자 메시지 공개로 인해 카라 사태의 주도권이 뒤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은 가수와 소속사 간에 분쟁이 발생하면 약자를 응원하는 관습 때문이라도 가수를 지지하게 되는 이 문자 메시지 다시 말해서 배후세력이라는 음험한 단어의 효력이 발휘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카라 3인이 잘못한 것처럼 흘러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카라 3인이 버틸 힘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소속사 측에서는 반길지 모르겠으나 이런 해결은 최선이나 차선도 아닌 최악에 가까운 봉합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해서는 진정한 5인의 카라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기 때문이다.

소속사와 3인의 부모 그리고 연제협과 기타 누구도 아무리 거칠게 공방을 주고받고 시궁창이 되더라도 멤버들에 대한 직접 해가 될 사항들까지 드러내게 해서는 화해가 아닌 강요가 될 뿐이다. 아니 현 상황에서 가장 불쌍해진 것은 구하라일 것이다. 당장은 회사로부터 칭찬을 받겠지만 카라 3인으로부터는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초에 구하라는 카라 3인과 행동을 같이 하다가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꿨다. 현재는 회사의 보호 안에 있지만 카라가 활동을 재개한다고 해도 3인에 섞이기는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다고 박규리가 품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렇듯 멤버 간의 관계가 어색하고 껄끄럽게 되고서야 카라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멤버 본인들도 그렇겠지만 이렇게 큰 상처를 입은 카라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또한 전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 무서운 것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는 것이 카라 3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고 한 일은 아닐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것은 카라 3인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가수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압력이고, 그들이 가진 힘의 과시는 아니었을까 싶다. 카라 이렇게 해서는 돌아올 지점을 넘어선 것 같다. 추노꾼보다 더 집요한 연예권력의 힘은 무자비하고 잔혹하다. 그리고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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