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다 따라붙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승부를 몰고 갔을 때만 해도 또 하나의 역사가 만들어지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고비를 넘지 못하고 우승의 꿈이 물건너가고 말았습니다. '왕의 귀환' 작전도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국 축구 특유의 투혼 정신을 앞세워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전반에 다소 밀리는 감이 있었지만 후반 이후 경기를 지배하면서 앞서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워낙 잘 싸웠고, 또 최선을 다 했던 경기에서 얻은 패배라 너무 안타깝고 분한 마음밖에 없습니다.

▲ 아시안컵 4강전 한국 대 일본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배한 한국 선수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2011 아시안컵 정상 정복이 실패로 끝났습니다.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은 일본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황재원의 극적인 동점골로 2-2 승부의 균형을 맞추며 승부차기까지 가는 데 성공했지만 출전한 키커 모두 골을 넣지 못해 0-3으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또다시 아시안컵 결승에 오르지 못한 한국은 오는 29일 0시(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과 3-4위전을 갖게 됐습니다.

이번 한일전에서 한국은 장단점을 한꺼번에 드러내며 결과적으로는 아쉽게 끝맺었습니다. 빠른 패스워크와 파워 넘치는 기교를 앞세운 일본을 상대로 한국은 전반에 중원 싸움에서 밀리고, 수비적에서 여러 차례 허점을 드러내며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달라진 스타일로 공격 축구를 앞세운 한국 역시 후반 이후 서서히 점유율을 높여가며 기회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몇 차례 지동원-구자철의 콤비플레이도 나왔고, 빠른 패스워크를 활용한 만들어나가는 플레이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마무리 부족이 아쉬웠고, 잇따라 나온 원톱 승부수는 단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장단점이 한일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면서 조광래호는 120분 경기를 펼쳤고, 결과는 너무나도 안타깝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경기 패배를 통해 잃은 건 솔직히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반세기 만의 우승 꿈이 물거품되고, 당당히 아시아 챔피언 자리에 오르겠다는 포부 역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 뿐 아니라 선수들 하나하나 간절히 바랐던 것들이 모두 물건너갔기에 그 아픔은 더 컸습니다.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대회였던 이영표를 비롯해 여전히 대표팀 은퇴 논란이 남아있는 박지성부터 구자철, 손흥민, 지동원 등 나이 어린 선수들까지 모두 이번 대회 첫 패배, 그것도 우승 도전조차 하지 못하는 뼈아픈 패배를 맛본 것이라 후유증은 상당할 것 같습니다.

특히 키커로 나서 실축한 구자철, 이용래, 홍정호는 큰 대회, 중요한 경기에서 '엄청난 실수'를 저질러 아픔이 더 클 것 같습니다.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최선이라는 생각에 내보낸 키커들이었고 젊은 패기를 앞세워 당당하게 나섰지만 골망을 가른 선수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팽팽하게 끌고 가야 할 승부차기에서 전혀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패한 것이었기에 이 선수들의 상처는 아주 오래갈 것 같아 보입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가능성을 보인 선수들이 너무나 큰 실수와 실패를 해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전후반 연장 120분 상황만 놓고 보면 한국 축구는 정말 잘 싸웠습니다. 부분적으로 약점이 노출돼 아쉽기는 해도 충분히 박수쳐줄 만했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 멋진 경기로 한국 축구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슬픈 엔딩이 더 슬프고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상황은 바로 황재원의 동점골이었습니다. 1-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총공세를 펼치다 기어이 동점골을 만들어냈을 때는 역시 한국 축구의 스타일은 이런 것이라는 걸 많은 팬들에게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유니폼에 새겨진 투혼 글씨에 걸맞은 플레이로 하나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스토리 전개로 치면 발단-전개-위기-절정이 워낙 완전하게 맞춰졌기에 승부차기만 잘 됐으면 화끈한 드라마 한 편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결말이 '새드(Sad)'하게 끝난 것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지난 8강 이란전에 이어 한국 축구가 결코 호락호락한 축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장면, 그리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가슴 뭉클했지만 결과까지 놓고 보면 더 크게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가 해내야 할 것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습니다. 그러나 영건들의 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스타일로 나선 첫 국제 대회에서 부분적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들이 나왔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무엇보다 남아공월드컵, 각 급별 월드컵, 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아시안컵까지 젊은 선수들에도 한국 축구 특유의 스타일인 투혼 정신을 그대로 살려나간 점은 매우 뜻 깊었습니다. 예전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뭔가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얻은 패배였기에 쓰라리기는 했지만 값지고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어도 내용 면에서는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닙니다. 3-4위전 한 경기가 남아있습니다. 3-4위전에서 만날 우즈베키스탄을 이기면 한국은 또다시 다음 아시안컵 직행 티켓을 거머쥡니다. 이미 허정무호 대표팀 때 경험했듯이 아시안컵 본선 직행은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팀으로서 상당히 많은 이득을 가져다준 바 있습니다. 2달 전, 중국 광저우에서 있었던 아시안게임 이란과의 3-4위전처럼 조광래호 역시 멋진 한 판 승부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모습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진정한 아시아 축구 왕'의 면모를 마지막에 제대로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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