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지난주에 새로 개봉한 영화가 몇 없었죠? 대규모의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는 <글러브>가 유일할 듯하네요. 뭐 그 덕분에 <윈터스 본, 아이 엠 러브> 같은 수작을 봤으니 제겐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웬 영화가 그리도 많이 개봉을 하는 걸까요? <그린 호넷, 걸리버 여행기, 상하이, 타운> 등등~ 대충 봐도 6편 이상이더군요. 설 연휴를 감안해서 개봉일을 정한 것이겠지만, 좀 적당히 나눠서 개봉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미국 박스오피스에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지난주에 대규모로 개봉한 영화가 단 한 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1위는~?

1월 넷째 주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영화는 <No Strings Attached>입니다. 애쉬튼 커처와 나탈리 포트만이 주연한 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바로 지난주에 유일하게 대규모로 개봉한 신작입니다. 홀로 외로이 개봉했지만 박스오피스 정상에 우뚝 섰네요. 그것도 그거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참 오랜만입니다. 잠깐 살펴보니 작년 2월에 적절한 시기를 맞춰 개봉했던 <발렌타인 데이> 이후로 거의 1년 만인 것 같습니다.

<No Strings Attached>는 개봉 첫 주말에 2천만 불을 돌파했습니다. 제작비가 2,500만 불이니 준수한 성적이죠? 애쉬튼 커처가 주연한 영화로는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보다 약간 높은 금액을 올렸습니다. 나탈리 포트만의 경우에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외하면 <V for Vendetta> 다음으로 높은 금액입니다. 그러고 보니 두 배우 모두 단독 주연으로는 눈에 띌 정도로 크게 흥행한 영화가 없었네요. 나탈리 포트만이야 그렇다 쳐도 애쉬튼 커처는 조금 의외입니다. 오락성이 짙은 영화에 주로 출연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대박을 기록한 영화는 없었군요.

이 영화는 오랜 기간을 친구(?)로 지낸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입니다. 엠마와 아담은 육체적인 관계는 맺되 서로를 절대 구속하지도, 간섭하지도 않는다는 조건을 건 특수한 관계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이 뭔가를 더 원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사랑 없는 섹스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감독은 미국 코미디 영화의 산 증인이자 <고스트 버스터>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던 이반 라이트만입니다. <No Strings Atached>는 전작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이 실패한 이후로 절치부심하여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입니다. 아들인 제이슨 라이트만이 <인 디 에어>로 극찬을 받았으니 아버지로서 자랑스럽기도 하고 자극도 좀 받았을 것 같네요.

<No Strings Attached>의 예고편입니다. 국내개봉이 벌써 2월 10일로 잡혔네요. 뭐하자는 플레이지?

지난주에 1위로 데뷔했던 <그린 호넷>은 2위로 하락했습니다. 관객의 반응은 그저 무난한 편이라고 위안을 삼아도 평단에서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이 어둡습니다. 로저 이버트는 이 영화를 두고 미쉘 공드리의 전작인 <이터널 선샤인>이 훌륭했던 만큼 최악이라는 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진짜 끔찍한 수준이란 말인데...

역시 지난주에 개봉했던 딜레마도 한 계단을 하락하며 3위에 머물렀습니다. <딜레마>는 론 하워드 감독에다 스타급 출연진이 즐비한 영화지만 관객과 평단 양쪽으로부터 저조한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개봉 2주차를 지났지만 총 수입이 제작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7천만 불이면 과도한 금액도 아닌데 말입니다.

<왕의 연설>의 흥행세는 여전합니다.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이 유력시되면서 지난주에 다섯 계단을 뛰더니, 수상 이후에도 변함없이 4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비록 흥행수입이 증가하진 않았지만 저렇게 낮은 드랍율은 증가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언제까지 상영을 계속할진 모르겠지만 아카데미 특수를 놓친다면 좀 아쉽겠습니다.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봉일정이 안 잡혔네요. 아무래도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로 개봉을 시키지 않을까 하는데... 참고로 어제 있었던 '제작자 협회 시상식'에서는 <소셜 네트워크, 블랙 스완, 인셉션> 등을 제치고 올해의 영화상을 차지했습니다.

정점을 친 <트루 그릿>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두 계단을 더 하락한 5위로 처졌습니다. 이미 예상한 바대로 이 영화는 역대 웨스턴 무비로는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1위는 무려 1990년에 개봉했던 <늑대와 춤을>이 기록한 약 1억 8천 4백만 불인데, 아카데미 시상식 특수가 없이는 이 기록을 꺾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러니네요. 나탈리 포트만도 골든 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에서도 수상이 유력시되고 있습니다만, <왕의 연설>과 달리 <블랙 스완>은 흥행에서 큰 변화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주는 <왕의 연설>의 수입이 40% 이상 증가할 때 <블랙 스완>이 약 3%에 그쳤고, 이번 주에는 순위 하락과 함께 -25.7%를 기록했습니다. 개봉한 지가 꽤 지나서 그런 걸까요? 어쨌든 제작비의 6배 이상을 벌었으니 흥행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현재 미국 박스오피스 10위권에는 나탈리 포트만의 영화가 두 편이나 있으니 이 또한 기뻐할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파이터>는 더욱 안타깝네요. 이 영화는 골든 글로브에서 남녀조연상을 휩쓸었지만 흥행세가 증가하진 못했습니다. 지난주에도 하락했고 이번 주에도 양호한 편이긴 하지만 하락세가 이어졌습니다. <블랙 스완>도 그렇고 <파이터>도 그렇고 개봉기간이 7, 8주니 수상여부와 별개로 볼 관객들은 웬만큼 다 봤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Little Fockers>는 평단과 관객의 반응이야 어쨌든 우려와 달리 흥행에서 꽤 선방했습니다. 물론 전작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적어도 큰 손해를 입진 않았으니 그럭저럭 만족할 영화입니다. 현재 전 세계 흥행수입은 2억 7천만 불을 넘었는데, 아직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는 개봉을 하지 않았으니 앞으로 조금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9위인 <요기 베어>는 근래의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영화입니다. 개봉 첫 주말에 2위로 데뷔하긴 했으나 이후부터 줄곧 흥행에서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평단과 관객 반응 또한 극히 저조하긴 마찬가지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0위권 안에 머물러있습니다. 어느덧 총 수입도 제작비인 8천만 불을 초과했네요.

<트론 : 새로운 시작>은 이제 힘을 다했나 봅니다. 첫 출발과 달리 흥행은 꾸준히 이어가서 제작비에 근접했으니 앞으로 몇 주간 더 버틸지 궁금합니다. 최근 한 뉴스에서는 곧 발매될 디비디와 블루레이에 3편의 제작을 암시하는 티저가 실릴 것이라고 합니다. 에드 딜린저와 그의 아들이 스크린으로 나누는 대화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라고 말한다는군요. 그렇다면 3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킬리안 머피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일까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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