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맞수 대결이 성사됐습니다. 늘 만날 때마다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서 더욱 기대되는 매치, 한일전이 아시안컵 토너먼트 4강전에서 이뤄졌습니다. 두 팀 모두 나란히 조별 예선 성적을 포함해 3승 1무로 4강까지 올랐는데요. 과연 어느 팀이 74번째 맞대결에서 웃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은 축구를 통해 73번 만났습니다.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40번이나 한국이 웃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에 잠시 주춤했지만 2007년 아시안컵 3-4위전 이후에는 2승 3무로 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렸습니다. 하지만 일본 역시 199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하면서 아시아 축구에서 한국을 위협할 만한 팀으로 발돋움했습니다. 그 덕에 몇 차례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으며 한국 내에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마다 웃은 팀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이었습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미우라 가즈요시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해 벼랑 끝에 몰릴 뻔 했던 적이 유일한 '옥의 티'였습니다. 그 외에 월드컵 예선, 그리고 아시안컵, 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 대회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경기를 가질 때마다 웃은 팀은 늘 한국이었습니다. 이는 이번 아시안컵 4강전에서도 한국 팀의 승리를 기대해볼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아시안컵 역시 4년 전, 3-4위전에서 일본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낸 뒤 이운재의 선방으로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며 이번 대회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쥔 좋은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8강전에서 황선홍의 2골에 힘입어 3-2 승리를 거뒀으며 4년 뒤에는 예선에서 2-1 승리를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절대 우위를 보여줬습니다.
전임 허정무 감독 시절에도 좋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에 열린 동아시아컵 때는 한국과 일본 모두 졸전을 거듭해 양 팀 감독이 '가시방석 자리'를 놓고 경기를 갖는다 해서 '단두대 매치'라는 타이틀로 경기를 가졌습니다. 팽팽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국이 경기 내내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끝에 3-1 쾌승을 거두고 기사회생하며,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어 3개월 뒤, 월드컵 본선 직전에 열린 평가전에서는 박지성, 박주영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두며 월드컵 16강으로 가는 데 상승세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됐습니다. 이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울트라 니폰 서포터를 향해 쳐다보며 당당한 세레모니를 펼친 박지성의 모습은 지금도 오래 회자되고 있습니다. 모두 적지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고 월드컵 본선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는 원동력을 만들었다는 면에서 아주 중요한 승리였습니다.
비록 딱 한 번 '옥의 티'이기는 했어도 결과적으로는 마지막에 한국이 웃었던 1994년 미국월드컵 예선 전체까지 포함하면 일본 축구가 중요한 고비마다 한국을 넘어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공교롭게 당시 경기가 열린 장소는 바로 카타르 도하, 이번 아시안컵이 열리는 그 곳입니다. 일본 축구에는 '도하 치욕'으로 기억되는 그 곳, 반대로 한국 축구에는 '도하의 기적'으로 기억되는 그 곳에서 17년 만에 두 나라는 다시 중요한 순간에 만나게 된 셈입니다.
일본 축구, 아니 일본 전체에게 카타르 도하가 기억하기 싫은 곳을 만들어낼지,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이 보여줄 짜릿한 그 순간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예전의 영광, 그리고 재미, 감동을 모두 선사하는 74번째 한일전, 그리고 41번째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또 한번 '도하의 기적'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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