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이란과의 2011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전반, 회심의 왼발 중거리포를 쏘아올린 '황태자' 윤빛가람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2회 연속 4강에 올랐습니다. 조별 예선을 포함해 아시안컵에서 지금까지 3승 1무를 기록하며 무패중인 조광래호는 오는 25일 밤(한국시각),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결승 진출을 놓고 한판 승부를 갖게 됩니다. 만약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한국 축구는 지난 1988년 이후 23년 만에 결승에 오르며, 51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에도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됩니다.

지금까지 4경기를 치르면서 기분 좋게 무패로 4강까지 올랐지만 무엇보다 '내용이 있는 4강'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4년 전, 동남아 4개국 대회 당시 4강에 올랐을 때, 그리고 불과 몇 달 전인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올랐을 때와 비교해봐도 확실히 긍정적으로 달라진 면모를 보여줬는데요. 조광래호가 출범한 지 갓 반 년밖에 지나지 않은데다 멀리 3년 뒤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바라보는 팀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이란 경기에서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영표 등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광래호의 힘은 바로 '젊은 피'였습니다. 이번 8강전에서 수훈갑 역할을 해낸 윤빛가람을 비롯해 4골을 넣은 구자철, 인도전에서 데뷔골을 넣은 손흥민과 2골을 넣은 지동원, 그리고 골을 넣지 못했지만 서서히 대표팀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이용래까지 큰 역할을 해낸 선수들이 대부분 20대 초중반인 선수들입니다.

이전까지 이들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 그리고 리스크(risk)를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떤 상대를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플레이를 보여주며 팀 승리에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이미 아시안게임, U-20 대회 등을 통해 경험이 있는 이 선수들은 아시아 무대는 작다는 듯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치며 승승장구에 큰 힘이 됐습니다.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등 기존 선수들과 더불어 이 젊은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해주니까 팀은 유기적으로 원활하게 잘 돌아갈 수 있었고, 잇따라 상승세를 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러한 신-구 조화를 통해 감독, 그리고 선수 모두가 원하는 축구를 구사하니 보다 시원하고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보다 짧게, 그리고 공격적으로, 또 때로는 영리하게 펼치는 플레이는 경기 내내 '생각하는 축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한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하고, 어떻게 패스해야 하며, 어떻게 슈팅을 해야하는지까지 세세하게 펼치는 모습은 마치 '컴퓨터 축구'를 연상케하는 듯 했습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선진 축구를 조광래호가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조금이나마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컴퓨터 축구', '전술 축구'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큰 성과 중의 성과였습니다.

이는 마치 지난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맡았을 당시 한국대표팀도 연상케 합니다. 당시 한국은 약 1년에 걸쳐 팀을 리빌딩한 끝에 월드컵 본선이 열리기 한 달 전, 완성돼서 본선 때도 꾸준히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신-구 조화를 통해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칠 줄 알면서 강팀을 만나도 자신 있게 경기를 펼치며 승승장구했던 모습은 2011년 1월 아시안컵에서의 조광래호에도 그대로 이어진 듯합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새로운 한 세대를 이루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 역시 2002년 히딩크호와 2011년 조광래호의 비슷합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히딩크호는 월드컵 본선 직전에 팀이 완성된 반면 조광래호는 앞으로도 3년이나 더 발전할 기회, 그리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잠재력, 그리고 향후 발전 가능성을 놓고 보면 조광래호가 히딩크호가 했던 것 이상을 해낼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물론 부족한 면도 있습니다. 득점 마무리 문제, 세트 피스 부족, 수비력 등 다듬어야 할 면도 많이 남아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매번 새로운 모습,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시안컵 남은 2경기, 그리고 그 이후에도 이러한 약점들까지 잘 보완한다면 충분히 좋은 팀이 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이제 아시안컵 우승까지 남아있는 경기는 단 2경기. 단기 속성으로 강팀 가능성을 보여준 조광래호가 해피엔딩으로 아시안컵을 장식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잠재력 있는 팀, 젊고 패기 있는 팀의 면모를 남은 경기에서 제대로 보여주는 조광래호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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