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뜨거운 감동의 다큐를 만든 후에 마치 무한도전이 스스로 ‘클래식’이라 부르며 초심을 다졌던 것처럼 말은 하지 않았지만 1박2일의 숨은 모토 ‘나만 아니면 돼’가 담긴 배신의 레이스를 준비했다. 이 미션은 확실히 예전 멤버들 특히 MC몽이 있었다면 더 재미를 살렸겠지만 없는 사람을 아쉬워할 수는 없고, 또 한편으로는 김종민의 예능감 부활이라는 커다란 열매를 따기도 했으니 1박2일로서는 성공한 미션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KBS 앞에서 강원도 홍천까지 혼자 운전해서 다섯 가지 물품을 배달해야 하는 미션인데 촛불은 무조건 시작과 동시에 탈락이라는 전제였다. 물론 그 자체는 문제는 없다. 그래야 촛불을 선택한 사람이 결사적으로 다른 멤버들의 배달을 방해하게 되니 게임의 흥미를 높이기 위한 당연한 안배였다. 아니어도 상관없었겠지만 출발과 동시에 탈락이 보장된 촛불로 이 배달 미션은 좌충우돌의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게 되니 1박2일 제작진이 머리 하나는 정말 잘 썼다.

거기다가 가평 휴게소에서 모두를 만나게 해서 미리 탈락한 멤버가 다른 멤버의 미션을 방해할 수 있게 했으니 가평의 대전은 배달 미션의 하이라이트가 벌어질 장소였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 그곳에서 강호동의 달걀이 깨졌으며, 이승기의 퍼즐이 코미디언 라인에 의해서 산산조각이 났다. 결국 PD까지 속인 은지원과 밥 대신 선택한 이수근의 청 테이프 신공으로 철벽방어에 성공한 운동화만이 안전하게 가평 휴게소를 빠져 나갔다.

그러나 은지원은 다시 목표 장소인 산장에 도착해서는 김종민의 지연 작전에 말려서 결국 1등을 이수근에게 빼앗기게 된다. 그런 모든 과정에서 배신의 아이콘이 된 김종민은 어쨌든 복귀 후 가장 많은 활약과 존재감을 보이게 됐고, 다소 과장된 듯한 타이틀이지만 ‘예능감 폭발’이라는 민망한 기사도 나오게 했다. 그런데, 과연 그런 것일까? 강호동에 이어 은지원까지 훼방 놓은 김종민의 일대 활약이 자발적인 동기로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지난 외국인 노동자 특집에 홀로 겨울바다 입수를 통해서 모진 다짐을 했다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사람이 달라질 수는 없다. 그런 이유보다도 배달 미션의 곳곳에서 뭔가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들이 노출됐던 것이 배달미션이 김종민을 살리기 위해 1박2일 전원이 전폭적으로 꾸민 눈물 겨운 조작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 몇 가지 이유를 밝히기 전에 미리 말해두고 싶은 것은 그래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의 김종민은 분명 웃겼다. 2년의 공백 후 변화된 예능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1. 강호동은 왜 먼저 김종민에게 연대를 제안했을까?

자판기 커피를 뽑아오는 순서에 의해서 결정된 배달 품목에서 꼴찌를 한 김종민은 아예 커피를 들고 오지도 않았다. 마치 꼴찌를 하려고 작정한 것처럼. 그래서 마지막 남은 촛불을 자동 선택하게 됐고 다른 멤버들의 집중 공격을 받다가 결국 이수근에 의해서 촛불은 꺼지고 말았다. 그리고 곧바로 이수근과 이승기는 차로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대접에 가득 담긴 물을 들고 차에 오를 수 없는 은지원은 식당으로 가서 주전자에 옮기느라 늦었지만 강호동은 바로 출발하지 않고 김종민에게 연대를 제의한다.

왜 그랬을까? 배달 미션은 물품을 훼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1등이어야 의미가 있는 게임이었다. 상식적으로 김종민이 매달려야 하는 상황에 출발할 생각도 하지 않고 김종민을 설득하는 강호동의 태도는 배달 미션의 미스터리가 시작되는 지점이었다. 그런 강호동의 아리송한 태도는 가평 휴게소에서 김종민이 달걀을 깨뜨릴 때도 소리는 질렀지만 손 닿을 거리에 있던 김종민의 손을 적극적으로 낚아채지 않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왜 그랬을까?


2. 가평 휴게소의 몇 가지 미스터리

가평 휴게소에서의 대격전은 생각보다는 조금은 싱거웠다. 이수근은 청 테이프로 철벽방어 태세를 갖췄기 때문에 공격하기가 어려웠고, 은지원은 원천적인 훼이크에 성공했다. 이승기가 그런 은지원에게 쉽게 성공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그들은 서로 뻔히 보일 만한 상황에서 서로를 외면했다. 만일 카메라와 스태프가 없다면 복잡한 휴게소에서 아무리 익숙한 멤버라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항상 카메라가 딸려 있어서 가까운 거리에서는 못 볼 수가 없다.

그런 장면이 이수근을 곁을 지나간 은지원, 이승기에게 벌어졌고, 식당에서 이승기 바로 옆을 지나가던 강호동이 그랬다. 정말 못 봤을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무신경하고, 주의력이 전혀 없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평소 1박2일 멤버들이 그랬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영하 20도의 혹한기에 야외 취침이 걸린 미션이다. 그들은 정말 못 보고 지나친 것일까?


3. 이수근은 어떻게 까투리방을 알고 직행할 수 있었나?

가평 휴게소에서 이수근의 신발에 라면 국물을 붓고 거기다가 강호동의 달걀까지 깨뜨린 김종민은 곧바로 출발해 은지원과 동시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다시 은지원까지 방해했다. 그 작전은 유효해서 결국은 이수근에게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산장에 먼저 도착한 은지원은 까투리방을 몰라 직원에게 물어보고서야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뒤늦게 도착한 이수근은 누구에게 묻지도 않고 은지원을 지나쳐 까투리방으로 향했다. 이수근은 전에 와본 적이 있었던 것일까?

크게 세 가지 의혹을 짚어보았다. 말 그대로 단순한 의혹일 수도 있고, 1박2일이 어차피 버리지 못할 김종민을 위한 신묘년 대기획일 수도 있다. 그 진실은 이후부터 김종민이 진정 국민예능 1박2일의 예능선수로 충분히 인정받을 활약을 지속해가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배달 미션을 통해 배신의 아이콘을 획득한 감각이면 이후에도 얼마든지 예능감을 보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설혹 조작이라 할지라도 비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재미있었고, 더 이상 김종민이 욕먹지 않고 밥값을 한다면 1박2일에도 좋고, 시청자에게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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