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선과 글로벌 오디션을 모두 마친 위대한 탄생이 114팀의 대규모 참가자들을 캠프에 모아놓고 34명을 고르는 일차 오디션을 단행했다. 당연히 예선 때 화제가 됐던 참가자들은 이변 없이 모두 34강 무대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114팀에서 70%를 떨어뜨리는 무자비한 가지치기에 동원된 방법이 좀 의아했다. 기발하다고 할 수도 있겠고, 슈퍼스타K를 의식한 나머지 억지스런 심사기준을 만든 것이 아닐까 싶은 부분도 존재한다.

캠프에 모인 참가자들은 각자 다섯 개 기준에 따라 조가 갈렸다. 그것은 가창력, 표현력, 무대 매너 등 예선을 통해 심사위원들로부터 지적받은 것들을 재점검한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위대한 탄생 예선을 통해서 눈을 번쩍 뜨게 하는 대어는 없었지만 멘토링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서 참가자들이 달라지는 것을 보는 성장을 담겠다는 의지는 처음부터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선 첫 번 심사 결과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생겼다. 종합하자면 과연 위대한 탄생의 심사기준은 무엇이냐는 원론적인 의문이다. 좀 더 신랄하게 말하자면 심사기준 혹은 심사위원들에게 심사의 의지와 권한이나 있을까 하는 의혹이다. 아직 114개 팀을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예선을 통해서 그나마 주목받았던 참가자들은 굳이 위대한 탄생이 정해놓은 기준이 아니어도 딱히 더 좋아진 부분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거꾸로 예선에서 보였던 가능성과 기대감을 의심케 하게도 했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이미 34강을 정해놓고 심사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했다. 심사위원 다섯 명이 각자 4명씩을 담당하게 될 20명을 정해놓고 나머지는 들러리로 세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의문이 들게 한 데는 참가자들이 예선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도 있지만 심사위원들의 태도 또한 크게 한몫을 했다. 또한 사전에 데이비드 오와 권리세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몰기 편집은 이들이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복선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들은 현장 심사를 하지 않은 다른 심사위원들로부터 원천적인 의심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34강에 연착륙할 수 있었다. 심지어 권리세의 경우 김태원은 “어떤 면 때문에 올라왔냐”는 말을 할 정도로 그 자질에 대한 회의를 표했다. 그런가 하면 데이비드 오에 대해서는 처절함이 없다는 말도 했다. 이 말은 매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처절함에 대한 뉘앙스는 어쩌면 심사하는 자신에 대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상징하는 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도 아주 잔인한 사건이었다.

권리세, 데이비드 오, 김혜리 등에 가려서 크게 관심조차 받지 못한 평범한 참가자였고, 본선 일차 오디션에서는 소녀시대 훗을 제대로 부르지 못한 최진아에 대한 도대체가 이해 못할 심사가 벌어졌다. 노래가 끝난 후 심사위원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뜨악했다. 결국 김태원은 그녀를 두 그룹 사이 중간에 서라고 지시했고, 둘 중 하나를 본인에게 선택하라고 했다. 아직 어느 쪽이 합격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을 강요받은 최진아는 다행히 합격 쪽을 운 좋게 선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합격인 것을 안 뒤에는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이것은 데이비드 오와 권리세에 대해서 혹평 후 반전 합격보다 훨씬 더 문제를 남겼다. 먼저는 한 여성 참가자에 매우 잔혹한 선택을 강요한 가학성을 보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더 심각한 점은 심사위원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미래를 좌우하는 심사를 포기한 것이다. 잘은 모르겠으나, 오디션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은 아주 간절한 소망과 꿈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한 번 더 연장해주는 것은 매번의 오디션이고, 그 권한은 심사라는 시스템에 달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를 혼자 하지 않고 여럿이 하는 것이고, 그러는 이유는 객관성,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장터 야바위 도박도 아니고 둘 중 하나를 골라 당락을 결정하라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심사는 세상 어떤 오디션에서도 볼 수 없는 최악의 사건이었다. 심사위원 그들에게는 한 스테이지를 더 간다는 것이 단지 일이겠지만 참가자들에게는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순간이다. 공정한 심사가 필요한 것은 떨어진 참가자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해줘서 그것이 지옥이 아니라 또 다른 희망으로 바꿔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골라잡아 합격한 최진아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이게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길지 않았던 그 순간만은 정말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이제 위대한 탄생 심사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심사를 하고 있기는 한가? 하든 하지 않든 그들은 심사위원의 자격을 이미 많이 상실하고 있다. 아니 심사평을 하는 부분까지는 여전히 날카롭고 진지한 심사위원이고, 가수 선배이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큰 의문부호를 찍을 수밖에 없다. 혹시 그들에게 심사권한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더라도 야바위 심사를 한 그들은 이미 심사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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