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의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행보가 활기차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경기 운영, 창의적인 축구 스타일로 국내 뿐 아니라 외신들까지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8강, 4강에서 이란, 일본을 잇달아 만나야 하는 '중대한 고비'를 맞은 가운데 과연 '왕의 귀환'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확실히 이번 아시안컵에서 한국 축구는 긍정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젊은 선수들의 신명나는 플레이, 그리고 짧은 원터치 전진 패스와 활발한 움직임을 통한 변화무쌍한 전술 가동, 모든 것이 이전 대표팀과는 많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특히 밀집 수비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던 예전과 다르게 측면, 중앙에서 세밀하게 이어지는 공격 패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덕에 적어도 대표팀 경기에 대해 크게 인상을 찌푸리거나 호불호가 엇갈리는 것은 많이 사라진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직 잘 다듬어지지 않은 면도 많이 나타났습니다.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조별 예선 결산 형식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 구자철이 14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C조 2차전 한국 대 호주 경기에서 첫 골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중력 저하 그리고 수비 불안

한국은 조별 예선에서 7골을 넣고 3골을 내주며 수치 상으로는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매 경기마다 1골씩 내준 것은 '옥의 티'였습니다. 그 중 2골은 패널티킥으로 내준 것이었고, 1골은 골키퍼 정성룡의 판단 미스가 문제였던 상황이었습니다. 허용하지 않아도 됐을 골이었는데 허무하게 골을 내주며 득실차로 호주에 조 1위 자리를 내준 계기가 됐습니다.

굳이 실점 상황이 아니어도 조광래호 수비진은 이전 허정무호 수비진만큼 여러 가지 불안한 요소를 많이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볼처리가 미흡했고, 때로는 상대의 빠른 돌파를 놓치며 결정적인 위기를 자주 허용했습니다. 위기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범하는 파울은 위험 지역에서 일어난 경우가 제법 있었습니다. 선수들간 손발이 많이 안 맞는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순간적인 방심이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선수들은 잘 파악하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다 순간적인 역습에 공격을 허용하며 골을 내주는 장면은 토너먼트에서는 상당히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틀을 다듬고 바꾸기보다는 선수들이 더욱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아보입니다. 수비에 대한 조광래 감독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해법이 어떻게 제시될지가 51년 만의 정상 복귀에 큰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체력 저하, 연장전을 준비하라

이와 연결해서 선수들의 전반적인 체력 저하가 눈에 띄게 보이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번에 아시안컵을 계속 해서 본 팬들은 잘 알겠지만 확실히 한국 축구가 후반보다는 전반에 화끈한 플레이가 많이 나온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을 것입니다. 쉴 새 없이 뛰고, 정신없이 짧게짧게 경기를 펼치다보니 반대로 어쩔 수 없이 체력 소모는 나타났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보니 뒷심이 부족해졌고, 골을 넣은 뒤 만회골을 허용하며 지배할 수 있는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전부였습니다.

토너먼트에서는 전후반 90분 내내 우위를 점하는 경기를 펼쳐야 합니다. 특히 경기를 펼치는 양 팀 모두 집중력,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30분 이후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조별 예선에서 조광래호는 전반보다 후반에 눈에 보일 정도로 경기력이 떨어졌습니다. 박지성, 구자철 등 경기를 이끌어나가는 선수들의 강약 템포 조절을 통해 경기 내내 안정적인 폼으로 유지할 수 있는 모습이 절실합니다.

골결정력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플레이, 예측하기 힘든 변화무쌍한 움직임. 조광래호 공격축구의 핵심키워드입니다. 하지만 많이 몰아친다고 해서 경기를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골이 많이 들어가야 이기는 것이 바로 축구지요. 분명히 조광래호 공격 축구가 매력적인 요소는 많지만 3경기에서 단 7골에 그친 것은 아쉬움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한 경기에 20개 안팎의 슈팅을 날렸고, 특히 인도전에서는 슛을 난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슈팅을 날렸지만 경기당 2점대 득점에 머문 것은 '2% 부족한' 느낌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할 자원이 많은 것은 그나마 큰 힘이 될 전망입니다. 벌써 4골을 넣은 구자철을 비롯해 인도전에서 2골을 넣은 지동원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제대로 순풍을 달아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핵심 킬러로 거듭났습니다. 손흥민은 분위기를 바꿀 만한 '조커 역할'뿐 아니라 선발로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활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많은 것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여기에 박지성, 이청용 등 프리미어리거와 기성용, 차두리 등 중거리슛이 좋은 자원들도 많습니다. 한방이 절실한 상황에서 과연 어떤 선수가 골결정력 부족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어떻게 보면 '옥의 티'이면서도 '기본'에 가까운 약점들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해결되지 못하면 아시안컵 정상은 또 4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습니다. 조광래호가 시간 활용을 잘 해서 빠른 시간 안에 약점을 잘 보완하고 '왕의 귀환' 작전을 순조롭게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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