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독립 투쟁이 초반부터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처음 법무대리인을 통해 발표할 때는 리더 박규리를 제외한 4인의 공동행동으로 밝혔으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 중 구하라가 소속사 잔류 의사를 밝힘에 따라 동방신기처럼 잔류와 해지가 2대 3의 비율로 나뉘었다. 그와 함께 박규리는 진행하던 라디오 스케줄을 수행하지 못했고, 현재 카라 소속사인 DSP에 의한 공식 일정이 일시적으로 모두 중단된 상태다.

갑작스레 터진 카라 사태를 두고 수많은 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구하라의 잔류 소식과 함께 해지를 요구하는 멤버들이 마치 돈독에 오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게 하는 주요 언론의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 아니 사실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카라 아니라 어떤 아이돌이 예술혼에 사무쳐 활동하겠는가. 결국은 돈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기에 따른 정당한 수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을 정당하게 보장받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거나 혹은 소속사를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 구하라가 소속사에 남는 것은 의리라고 부추기는 것은 은근히 한승연 등 해지를 요구하는 3인을 의리부동한 사람으로 매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니콜의 어머니가 이번 사태 이전부터 타 기획사를 접촉했다는 아직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흘리고 있다. 누구에게 우호적이건 카라의 계약해지 사태가 벌어진 당일의 기사는 대부분 소속사의 자료를 토대로 한 것들이어서 그 배경에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동방신기 와해는 국내와 일본에서 정점을 찍고 난 후에 벌어진 일이지만 소녀시대, 원더걸스와 같은 해에 데뷔하고도 한참 뒤인 작년에서야 빛을 보기 시작한 카라는 아직 그 성장의 과실을 충분히 맛보지 못한 상태다. 그것은 소속사도, 카라 본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년 일본 활동을 통해서 카라의 이름으로 올린 매출액은 사실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고 마케팅에서 비교가 안 되는 소녀시대를 어떤 부분에서는 앞서고 있는 카라이기에 시쳇말로 대박 상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카라가 소속사와 평등한 관계로 동행하기 위한 계약 수정의 시점은 현재가 적당하다. 너무 커버리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과거처럼 방치해둘 수도 없을 만큼 성장했다. 게다가 새로운 시장인 일본에서의 반응도 최대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놓고 볼 때에 작년에 욕설이 적힌 티셔츠로 구설수에 올랐던 인터넷 쇼핑몰 카라야 정도의 수익은 무시해도 될 정도일 것이다.

결국 이 시점이 아니면 카라와 소속사 간의 불평등한 계약관계를 개선하고, 그 혜택을 보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 만일 3인방의 부모들이 카라 해체를 목적하고 시작한 일이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법무법인을 통한 계약해지 요구가 충격효과를 노린 엄포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화해의 기대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희망적인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은 벌써부터 2대 3의 편 가르기를 하는 징후들 때문이며, 3인방에 대한 이미지 폄하가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원만한 해결과 타협의 자세를 열어둔 것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언론을 조정해 3인방을 토끼몰이하는 듯한 인상이 짙다. 기사 제목들을 몇 개만 확인해봐도 그런 의심을 갖게 된다. ‘카라, 결국은 돈문제’ ‘구하라 의리 지켰다’ 등이다. 결국 카라 3인에 대한 어떤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앞서도 말했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예인이 정당한 수익 배분을 요구하는 일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의리를 운운하기 이전에 소속사가 멤버들에 대해 정직하고 양심적인 계약과 매니지먼트를 했느냐를 따져야 할 것이다. 기획사와 연예인의 가장 기본적인 의리는 계약에서 시작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 계약이 일방적이었고, 정직하지 못했다면 3인방 아니라 누구에게도 의리를 논할 자격은 없지 않을까? 더욱이 방치된 걸그룹 카라를 생계형 아이돌이라는 신조어까지 낳게 한 한승연을 향한 폄훼는 아무리 이기고 싶더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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