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게 잘만 활동하던 아이돌 그룹의 해체, 혹은 소속사와의 분쟁과 다툼은 이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습니다. 아이돌 천하라고 명명되며 가요계는 물론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까지 대한민국 연예계는 이들 재능 있는 청춘들에게 장악되어 있지만 정작 그 이면에는 언제 꺼져버릴지 모르는 짧은 찰나의 전성시대를 화려하게 불태우기 위해 어린 나이에는 감당하기 힘든 오랜 절제 생활과, 각종 무리한 강행군, 불합리한 계약 구조, 힘겨움이 숨어 있기 때문이죠. 조금만 틈이 생긴다면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에요.
기대 이상의 일본 진출 성공으로 인해 그녀들의 넉살좋은 말처럼 그야말로 기염을 통하고 있는, 한류스타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던 걸그룹 카라가 자신들의 소속사인 DSP에게 급작스러운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그것도 리더인 박규리를 제외한 한승연을 비롯한 다른 4명의 멤버들이 한꺼번에 해지를 발표하며 법적 공방에 들어간 것이죠. 연말까지만 해도 점핑으로 각종 프로그램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고, 별다른 잡음이나 이상 징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에 이런 소식은 자못 충격적입니다. 그녀들은 언제나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거든요.
제2의 핑클이란 칭호를 달고 화려하게 아이돌 시대 2기의 문을 여는 한 축으로 출발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모두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것이었습니다. 미미한 활약과 주목도로 언론과 방송의 관심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끝에 1집 활동 이후 그룹의 얼굴인 리드보컬의 탈퇴라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 이후의 고난스토리는 그래도 아이돌인 한승연에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아이라는 듣보잡이란 치욕스러운 별명을 붙여준 힘겨운 기다림의 시간이었죠. 아무런 보장도 미래도 없이 카라의 간판을 지켰던 이는 바로 한승연이었어요.
그렇게 오랜 공백 끝에 새로운 멤버 구하라와 강지영을 영입하고, 재정비 이후 차근차근 후속곡들을 발표하며 정상으로 걸어 올라왔지만 타이틀곡 선정이나 활동 방향, 언론의 노출도는 그녀들의 라이벌들에 비해선 늘 아쉽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의 투성이였습니다. 지금의 걸그룹 천하를 만들었던 2009년 여름의 걸그룹 전쟁에서 누구에게나 평이 좋았던 미스터보다 워나를 내세우는 어중간한 전략으로 파급효과를 스스로 감소시켜버렸고, 주목받아 마땅한 일본 진출의 성과도 별다른 부각 없이 멤버들이 방송에 나와 이야기해야 할 정도로 언론 노출이 저조했죠. 군소 기획사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분명 DSP의 전략과 지원은 아쉬움 투성이였어요.
물론 상황을 지켜봐야하는 문제입니다. 리더인 박규리만이 제외된 이번 결정에 대해서 의아스러운 부분이 많고, 계약시기가 만료될 때마다 반복되는 소속사와의 갈등이기에 그 이면에 어떤 탐욕스러운 제3자들이 중간에 끼여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린 아이들의 꿈을 빌미로 엄청난 희생과 노력, 절제와 괴로움을 부가하는 삐뚤어진 아이돌 세상의 틀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식의 어수선하고 복잡한 갈등과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란 사실이죠. 가장 열심히 노력했던, 언제나 긍정으로 가득했던 카라의 지금 모습은 어쩜 지금 활동하고 있는 모든 아이돌 그룹들도 언젠가는 맞이할 가까운 미래의 우울한 풍경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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