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의 이번 아시안컵 도전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지난해 2월, 동아시아컵에서 한국에 3-0 완승을 거뒀을 때만 해도 중국 축구가 뭔가 새로운 면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팀의 스쿼드가 약한 면이 있었지만 주요 몇몇 선수들의 기술, 그리고 전술적인 운영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던 걸 보며 '내년 아시안컵에는 뭔가 일을 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이후 중국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며 더딘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약간의 기대가 있기는 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실력 때문에 발을 동동 굴릴 수밖에 없습니다. 일말의 기대는 사라졌고 우려했던 대로 본선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며 조별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습니다. 13억 대국이면서 축구만 하면 한없이 작아지는 중국 축구가 또 세계 무대도 아닌 아시아 무대에서 무릎을 꿇고 만 것입니다.

▲ 지난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16강전에서 골을 넣고 좋아하는 조영철, 털썩 주저 앉은 중국 선수 표정이 대조된다 ⓒ연합뉴스
중국 축구는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 시절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이름을 올린 2002년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끝을 모르는 추락을 거듭했습니다. 물론 2004년 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아컵 우승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계속 해서 놓치며 잇달아 고개를 떨궜습니다. 월드컵에서는 아예 아시아 최종예선조차 오르지 못했고,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도 목표와는 달리 조기 탈락의 수모를 겪었습니다. 리그 역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수준 낮은 축구를 보여주다 결국 조기에 탈락하며 출범 이후 단 한 팀도 결승에 진출시키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습니다. 국가대표팀이나 리그팀 모두 전혀 국제무대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중국 축구였습니다.

중국 축구의 실패는 어떻게 보면 높은 열기만큼이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인프라, 그리고 대국(大國)과는 전혀 걸맞지 않은 선수들의 실력 등 총체적인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리그는 리그대로 많은 문제들이 있었고, 여기에 비례해 선수들의 수준 또한 내외적으로 문제들을 드러내며 발전을 더디게 하는 복합적인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아무리 외국의 좋은 지도자들이 들어오고 해도 질적으로 달라지는 면이 없다보니 경쟁력도 떨어지고 국가대표팀의 정체 현상도 계속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 C리그의 수준은 예전부터 많은 말들이 있었습니다. 안정환이 중국 리그에 진출했을 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과 더불어 '거친 선수들이 많아 과연 제 기량을 발휘할지 걱정'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있었던 걸 예로 들면 짐작이 갈 겁니다. 워낙 선수들이 거칠게 경기를 하다 보니(심지어 몇몇 선수는 경기 중 실명하기도 했지요) 질적으로 실력이 좋아지기보다 반칙만 늘어간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관중들조차 지나친 열기 때문에 비매너적인 행동이 터지는 등 마치 '화약고'와 같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또 잇달아 벌어졌던 승부조작, 뇌물 수수 파동은 C리그의 수준을 부끄럽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가 됐습니다. 분위기가 비정상적이니 당연히 양적으로는 좋아지는 면이 있다 할지라도 질적으로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해외파 선수들이 한국, 일본에 비해 적은 것도 눈길을 끕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중국 선수 가운데 해외파는 독일 샬케04에서 뛰고 있는 하오준민 단 한 명이었습니다. 선수들의 개척 정신이나 도전 의식이 전반적으로 별로 없다 보니 해외로 눈을 돌리는 선수들은 오히려 예전에 비해 더 줄어들었습니다. 당연히 세계 축구계에서도 중국 축구 선수들에 비해서는 한국, 일본 쪽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지요. 물론 중국축구협회가 협회 차원에서 선수들을 유럽으로 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하지만 그동안 유럽 무대에서 성공한 선수가 별로 없었던 걸 감안하면 선수들의 의식 등 대대적인 개혁 없이는 '무늬만 좋은 꼴'을 면하기를 어려울 것입니다. 이렇게 좋은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갖출 수 있는 선수, 그리고 잠재성이 있는 선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보니 아시아는 물론 동아시아에서도 한국, 일본에 이어 '넘버3'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축구입니다.

중국 축구의 국가적인 열기는 가장 인구가 많은 대국만큼이나 대단합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역시 “중국이 아무리 스포츠 강국이라고 해도 축구를 못하면 진정한 강국이 아니다”라고 말했을 정도니 축구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열기만큼이나 선수들의 수준, 그리고 팀이나 리그 수준은 현저하게 떨어져 있습니다. 많은 팬들은 '이제는 기대하는 것조차도 버겁다'고 할 정도랍니다. 정말로 중국 축구에 봄은 오기라도 하는 것인지, 언제쯤에나 올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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