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특집이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외국인 근로자들을 초대해 동해 여행을 떠난 1박2일 2011년의 시작은 시끄러운 논란과 불만으로 가득했었습니다. 고국을 떠나 외로이 새해를 맞이하는 이들과 함께 어우러짐을 말하고, 서로를 향한 관용과 이해, 그리고 위로의 자리를 마련하려던 좋은 취지와 기획은 여러 방향에서 쏟아져 나오던 손가락질 때문에 그 빛이 바랬었죠. 득보다는 실이 많을 뻔했던, 의도에 비해 아쉬움이 많았던 특집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기획은 시작할 때부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과 편들기, 미화가 아니냐는 다소 편협한 몇몇 이들의 불만을 들어야 했습니다. 지나치게 부풀려지긴 했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소수 외국인 노동자들의 범법 행위나 불법 취업 등등의 잘못을 외면하고 미화한다는 지적이었죠. 예능 프로그램에 별의 별것을 요구하는 엉뚱한 트집잡기이긴 했고, 일부 사람들에게 한국 체류 외국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1박2일이 추구하는 것처럼 이런 식의 외국인 노동자와의 거리 좁히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잡음이었어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충실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외국인 친구들을 초대한 제작진과 출연진의 문제 때문에 생긴 지적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른바 가학성에 대한, 지나치고 무리한 복불복 게임이 만든 이유 있는 논란이죠. 뜨거운 커피 삼키기, 겨울 바다에 뛰어들기 등의 벌칙들은 분명 이전의 1박2일에서도 가끔 볼 수 있던 벌칙이었지만 그것이 초대 손님들과 함께 했기에 그 잔혹성이 더욱 부각된 것이죠. 게다가 대화나 어우러짐이 완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익은 호흡 중에 웃음을 뽑아내기 위해 무리수를 둔 측면도 분명히 있구요.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했을, 제작진의 욕심이 드러나는 악수였어요.

그렇지만 이런 모든 아쉬움, 논란과 문제 지적들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1박2일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제작진들은 이번 특집의 마지막 자리에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바로 가슴을 울리고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 수 있는, 국적이 무엇이고 태생과 인종이 어떠하든 간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고 마음을 어루만지며 포옹할 수 있는 소재를 내민 것이죠. 그것은 가족. 누구에게나 제일 소중하고 애틋한 공간이자 언제나 따스하고 그리운 소재거리에요.

한 푼이라도 더 가족들에게 송금하기 위해 머나먼 고국을 떠나 홀로 외롭게 생활하는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결코 이질적인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 우리 중 일부는 그러했고, 또 일부는 가족을 외국에 떠나보내며 혼자 기러기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설혹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해도, 힘겹고 지겨운 일상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그 지긋지긋한 전쟁 같은 사회에서의 삶을 견디게 해주는 원동력은 가족. 내 옆의 피붙이들이거든요. 그러니 가족이라는 이 한 단어가 주는 울림은 시청자들의 온 감정을 흔들어놓는 폭풍 감동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이 영상편지를 통해 전해지고, 그들의 가족들이 말하는 사랑의 표현에 눈물을 흘리고, 그들의 눈물에 강호동을 비롯한 출연진들조차도 같은 감정을 전달받고 이들과 함께 코끝이 뜨거워지고 눈이 빨개지며 눈물을 흘렸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머나먼 한국에서 만나는 순간 터트린 오열과 감동이 마음을 흔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우리에게는 모두 가족이 있고, 그 그리움과 감동을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하나입니다라는 구호를 백번 반복하는 것보다 왜 이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지를 설명해 주는 방법은 바로 이런 공통점의 발견,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 가족이었어요.

어쩌면 5명의 형제들이 생면부지의 그들과 함께 바다 여행을 떠나면서 같이 복불복 게임을 하고, 그들의 음식을 나누어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조금씩 마음의 벽을 허문 그 과정들은 바로 이런 강력한 공감을 이끌어주던 마무리를 위해 차곡차곡 쌓아올린 통과점들이었을지도 몰라요. 여러 논란들도 있었고, 무리한 부분도 있었고, 아쉬운 것들도 있었지만 그런 소소한 불만들은 이 마지막 감동 폭탄으로 모두 깔끔하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왜 1박2일이 전쟁 같은 일요일 예능 전쟁판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지, 그들의 진가와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재확인할 수 있었던 특집이었습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생명력은 웃음 그 이상의 무엇.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힘에서 나옵니다. 1박2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눈물이 보여준 폭풍 감동과 함께 그 힘이 무엇인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었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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