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일본 한 신문에 한국 경제가 붕괴된다는 기사가 실렸다. 일본이 화이트 국가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할 경우 피해 품목이 1000개가 넘는다는 이유였다. 위기를 넘어 붕괴라는 표현이 무척 거슬리지만 핵심은 한국 경제에 위기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친절한 일본 언론의 한국 경제 위기설은 새롭지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이 입을 모아 외치고 있는 것이 또한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있다. 그토록 언론이 위기설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이상하게도 2년이 지나도록 안녕하다. 이쯤 되면 경제가 아닌 ’위기설‘을 의심해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요즘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해 날카로운 비평으로 주목받고 있는 강유정 교수가 위기의 어원을 소개했다. 이 말은 그리스어 크리네인(krinein)에서 왔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환자가 회복하거나 죽음에 이르는 분기점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즉, 위기 다음에는 극복이거나 몰락이거나 둘 중 하나의 결과가 있을 뿐이다. 언론의 집요하고도 반복적인 한국 경제 위기설은 당연하게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위기설은 무성하다 못해 창궐하는데도 한국 경제는 여전히 어렵기는 해도 잘 굴러가고 있다.

2017년부터 반복되고 있는 언론의 한국 경제 위기설. 도대체 위기의 실체는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다. 언론의 위기라는 공포마케팅이 잘되던 경제도 무너뜨리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언론의 경제 위기 프레임은 위기를 진단하는 것이 아닌 위기를 부르는 주술에 더 가깝다. 또한 효과도 적지 않다. 거짓말도 자주 들으면 처음에는 믿지 않던 사람도 의심을 거두게 된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언론은 2017년 최저임금이 인상이 적용도 되기 전에 최저임금 탓에 경제가 위기라는 기적의 논리를 내세웠다. 언론에게는 어떻게 해서든 한국 경제가 위기여야 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일본 아베 정권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이유 없는 수출규제를 하고, 이어 화이트 국가에서도 제외하겠다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한 고위 관리는 문재인 정부가 존재하는 한 규제는 계속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의도 그것도 악의가 읽히는 한국 언론의 위기설 우려먹기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수준을 한참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적의가 아니라면 불과 한두 해 전과 딴판으로 돌변할 수는 없다. 도통 관심도 없던 자영업자들 걱정을 갑자기 하게 된 것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공약 실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정준희 교수는 이를 “자영업자의 불만을 정부 비판도구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가 힘든 이유는 과당경쟁 구조 때문임을 지적한다. 자영업자의 과당경쟁의 원인, 제조업 등 중소기업들에서 이탈한 샐러리맨들에게 자영업은 거의 강요된 선택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영업의 레드오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하청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방기하거나 혹은 가린 채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이 자영업자를 옥죄는 것으로 호도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아이러니하게도 최 교수의 발언 내용은 지금과 똑같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터져 나왔던 2016년 언론들도 다 한 말들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자영업의 어려움을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레드오션’ 탓으로 분석했다. 불과 한 해 사이에 똑같은 현상에 대한 원인이 문재인 정부로 바뀌었다. 물론 최저임금이 부담이 전혀 아닐 수는 없겠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본래 어려웠던 자영업의 어려움을 정권 공격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위기설이 확산되면 민간소비는 자연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을 한 번 더 하게 된다. 경제위축 상황에서 그나마 민간소비마저 얼어붙게 된다면 경제 성장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존재하지 않았던 위기마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최배근 교수의 걱정이었다.

거기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 국가 배제 조치까지 목전에 두고 있어 한국 경제의 환경은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언론의 경제 위기설은 더 그럴듯해 보인다. 의사의 진단이 정확해도 환자가 받는 충격은 크다. 하물며 오진이라면, 그 여파는 병이 주는 고통보다 더 클 수 있다. 한국 언론의 도돌이표 경제 위기설은 맞지도 않고, 의도도 불량하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자주 언론의 경제 부분을 다루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수적으로는 열세라도 지상파 방송에서 이처럼 대항해주는 것은 언론을 대하는 시민들의 의식을 고취하고, 또 든든한 응원이 되기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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