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이 생각보다는 선전하고 있다. 다만 슈퍼스타K와는 달리 참가자보다는 심사위원이 매회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어쩌면 우울한 성공이다. 그런 속에서 슈퍼스타K가 배출한 걸출한 허각 등의 가수들은 여전히 공중파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당하고 있다. 이것은 엄연한 방송사의 부당한 처사이며 각사 간의 불법적인 담합이 아닐 수 없다. 개그맨의 우스갯소리에도 발끈하는 정의감 불타는 정치인들은 이런 방송사의 낯부끄러운 왕따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공중파와 케이블의 편싸움의 희생자들이 존재하는데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주사회의 누구 하나 나서서 해결해주려고 하지 않는다. 궁여지책이었을지 아니면 매 잡는 것이 꿩일지 이들은 하나둘 소위 가요계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기획사들과 손을 잡기 시작했다. 그것을 두고 엉뚱한 해석이 나온다. 그 기획사들의 힘을 통해 공중파 왕따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고 해도 방송사의 권력남용에 대한 해결은 아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부당행위를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은 향후 점입가경이 될 것 같다. 케이블에 이어 종편이 출범하게 되고, 거기서도 위대한 탄생에 이어 또 다른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기 때문이다. 종편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가수들에 대해서도 공중파의 따돌리기는 다소 여의치 않을 것이다. 기존 케이블과 달리 종편들이 거대 신문사를 모기업으로 하고 있는 탓에 지금처럼 슈스케 가수들에 대한 부당처우에 잠잠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꼴은 더 우스워진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또한 여전히 우리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은 수정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엉뚱하고 발칙한 생각을 해보게 됐다. 위대한 탄생에 슈퍼스타K 가수들이 전원 혹은 대거 참여해서 입상하게 된다면 더 이상 배제시킬 이유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은 절대로 벌어지지 않겠지만 오죽 답답하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겠는가. 우리 사회는 돌만 굴러가도 논란이 만들어지는데 왜 연좌제나 다름없는 공중파의 슈스케 따돌리기에 잠잠한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하나의 상상 역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공중파와 엠넷이 공동으로 대국민 오디션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공중파의 압도적인 전파 장악력에 의해서 엠넷의 지분이 잠식될 것이 거의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중파에서도 나름 자존심 때문에라도 먼저 성공한 케이블과 손을 잡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 그런 것이 불가능한 일일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번 정부의 모토는 공정사회라고 한다. 80년대 초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봐왔던 정의사회구현이라는 표어와 비슷한 뉘앙스로 다가선다. 역사를 읽다보면 소위 역설이라는 해석을 알게 된다. 어느 시대에 유난히 강조했던 것은 거꾸로 그 점이 가장 결핍됐다는 역설을 말이다. 마찬가지로 MBC는 PD수첩을 통해 현 정부의 공정치 못한 공적 인사에 대한 집요한 조사와 그를 통한 통쾌한 고발만 할 것이 아니라 정작 자기 내부에서 밑동부터 썩어 들어가는 공정치 못한 처사에 대한 내부고발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최근 방송사의 한류콘서트에 대한 연제협(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 발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새로이 불고 있는 신한류 붐업이라는 취지로 방송사에서 거대 콘서트를 추진 중이고 이에 대해서 연제협의 볼멘소리가 더해진 것이다. 방송사의 한류콘서트가 뒷북인 동시에 오히려 한류를 저해할 요소까지도 갖고 있다는 반발이다. 또한 개런티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연제협의 입장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의 한류는 드라마가 선도했던 초기의 한류와 달리 가수들이 방송사의 도움 없이 일궈낸 쾌거라는 점에서 방송사의 밥숟가락 얹기라는 비난이 일리가 없지는 않다.

대국민 오디션에 이어 한류 스타 빼먹기까지 공중파 방송의 남의 밥그릇에 대한 탐욕이 그치지 않고 있고, 이를 만류할 어떤 존재도 없다. 과거와 달리 연제협의 위상이 다소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방송출연에 목을 매달아야 하는 을의 입장인 탓에 한류 콘서트 같은 일에도 볼멘소리는 내놓아도 결국 헐값에 자사 가수들을 출연시킬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공중파 방송사의 왕따와 탐욕을 해결할 방법은 진정 없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슈퍼스타케이는 분명 좋은 가수들을 세상에 소개했다. 허각, 장재인, 강승윤 등 기존 가요계가 보여주지 못한 풋풋한 새 물결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대중은 환호했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을 공중파에서 만나고 싶어 한다. 이런 대중의 바람에 대해 시청자가 방송의 주인이라는 허울 좋은 소리에 1%의 존중을 갖는다면 공중파는 옹졸하고 부당한 슈스케 왕따를 스스로 시정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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