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표팀의 두 번째 경기가 펼쳐진 아시안컵은 보는 재미가 남다릅니다. 우승에 도전하는 우리 대표팀의 가능성에도 집중할 수 있고, 월드컵 유치에 성공한 카타르의 대회 운영도 지켜볼 만하죠.

그 가운데 아시안컵이 우리에게 더욱 빛나고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K리그 출신들이 유독 빛나는 대회가 바로 아시안컵이란 점인데요. 우리 대표팀의 주축으로 우뚝 선, 구자철, 지동원 같은 이름부터 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선수들도 K리거가 만만치 않게 함께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대표팀의 아시안컵 첫 경기 바레인전에서 모든 득점은 바로 제주 구자철에게서 나왔는데요.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별, 팬들의 투표로 받은 팬타스틱 플레이를 포함해 도움왕과 베스트 11 등 3개 부분에서 수상한 구자철 선수, 제주 돌풍의 주역이기도 한 K리그의 자랑 구자철 선수는 아시안컵에서도 어려운 첫 경기를 순조롭게 풀어준 주인공이었습니다.

1988년 아시안컵 1차전 승리 이후 23년간 무승부에 머물렀던 우리 대표팀. 아시안컵에서 바레인을 만나면 모두 졌던 우리 대표팀의 모든 징크스는 구자철 선수의 활약으로 이겨냈다고 볼 수 있죠.

구자철 선수 외에도 이번 우리 아시안컵 대표팀에는 절반 이상의 선수들이 K리거입니다만, 특히 눈여겨볼 선수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우리 대표팀의 떠오르는 공격 자원, 바로 전남 지동원 선수입니다. 경남의 윤빛가람과 펼쳤던 신인왕 경쟁에선 아쉽게 놓쳤지만 경기력에선 대등한 모습을 보였고, 특히 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의 바탕이 된 2골을 기록하며 단숨에 우리 대표팀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를 예고했죠.

이번에도 분명 눈여겨볼 득점원으로 지동원 선수를 꼽을 만한데요. 전남 소속의 지동원 선수의 올 시즌 기록은 26경기에서 8득점, 4도움.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펼쳤던 경남 윤빛가람은 29경기 9득점 7도움으로 역시 우리 대표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시안컵 속 K리거의 활약은 우리 대표팀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중국이나 일본 같은 주변 국가가 아닌 조금은 낯선 나라들 가운데 이번 아시안컵 대표로 우리 K리거를 포함한 팀들이 있다는 거. 특히 우즈베키스탄과 호주의 경우, 팀내 핵심 선수 가운데 우리 K리그 소속 선수들이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죠.

FC서울 제파로프, 이번 대회 개막전이기도 했던 우즈벡과 카타르의 경기에서 두 번째 골을 터뜨렸던 제파로프는 쿠웨이트전에선 결승골을 기록했습니다. 사실상 8강행을 확정한 우즈벡, 팀의 주장이기도 한 제파로프는 지난 여름 단기 임대로 서울유니폼을 입었는데요. 선수 프로필엔 아직도 당당하게 "FC서울"이 소속팀으로 나와 있습니다.

제파로프의 K리그 기록은 16경기 동안 1득점 7도움. 득점력은 떨어졌지만 공격 포인트는 적지 않은 수치인데요. 우즈벡 축구영웅으로 떠오른 그의 이번 대회 활약 속에 우즈베키스탄에서는 K리그에 대한 평가도 같이 상승 중이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다소 생소한 K리거 보유 국가는 바로 우리대표팀의 상대인 호주, EPL소속 선수가 5명이나 되는 호주에서 수비라인의 핵심에 선 선수는 바로 우리 K리그 성남 소속 사샤 선수입니다. K리그 성남의 수비수로 활약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고, AFC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았습니다.

K리그 사상 최고의 용병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사샤와 맞붙은 우리 대표팀. 왠지 이런 경기 조합에 가슴이 뛰고 K리그에 대한 뿌듯함이 생기지는 않으신가요? 올 시즌 K리그에서 사샤의 기록은 29경기 3득점 K리그에 뛴 2년 동안 60경기에서 5득점과 도움 한 개를 기록한 사샤. 아무래도 수비수라는 특성상 공격포인트는 적습니다만, 우리 K리그 사상 최초의 외국인 주장이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는 팀내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는 거.

사실 외국에서 우리나라 기업 상표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국제적인 대회에서 뛰는 선수들이 우리 K리그 구단을 소속팀으로 뛰는 모습, 그런 감동과 비슷한 짠한 감격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우리 K리거들, 그들이 함께 하는 이번 2011 아시안컵이 여러모로 주목받는 겨울, K리그의 겨울은 이렇게 또 조금은 따스하게 기억되고 우리에게 또 다른 개막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네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