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축구 전통의 강호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예선에서 2연패를 당하며 일찌감치 예산탈락이 확정됐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등과 함께 예선 A조에 편성됐던 쿠웨이트는 1차전에서 중국에게 0-2로 완패를 당하더니 2차전에서도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시종 버거운듯한 경기를 펼친 끝에 1-2로 패배, 남은 카타르전 경기결과에 관계없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최근 개최된 7차례 아시안컵에서 6차례나 결승에 진출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번 대회에서는 맥을 못췄다.

시리아, 일본, 요르단과 함께 예선 B조에 편성되어 일본과 8강 진출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러나 1차전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극심한 골결정력 부재를 드러내며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이후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를 맞았다. 그리고 최악의 팀 분위기 속에서 맞은 요르단과의 예선 2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1차전에서 보여줬던 한심한 경기를 되풀이하며 요르단에 0-1로 져 예선 2패로 남은 일본과의 경기에 관계없이 예선 탈락의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에서는 당초 일본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조 1위를 확정지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저 일본의 조1위 차지의 제물이 되지 않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쳐야 하는 안쓰러운 처지에 몰리고 말았다.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1980년대 이후 아시아에서 중동축구가 정상의 자리로 도약하는데 있어 선구자이자 선두주자의 역할을 해온 중동축구 성장의 상징이었다.

한국 축구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출전 이후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하기 까지 무려 32년이라는 시간동안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던, 그리고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불리며 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4강 진출 1회,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 1회를 이뤄낸 한국 축구가 지난 51년 동안 아시안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던 이 불가사의한 상황에 놓이게 된 주된 이유가 바로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로 대표되는 중동세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특히 지난 13일 밤 요르단에 일격을 당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는 단순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졸전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중동축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과거 1980년대 오일달러를 앞세워 브라질 축구 지도자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축구에 막대한 투자를 한 덕에 중동축구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들어 중동축구는 정체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번 대회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개개인의 개인기는 여전히 출중했지만 골을 만들어내는 과정의 세련된 팀플레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객관적인 전력상 상대적으로 열세로 평가되던 요르단은 전반전 내내 수비위주의 전술을 펴다 전반 42분경 슈팅인지 크로스인지 모를 '슈터링' 한 방으로 거함 사우디아라비아를 침몰시켰지만 경기력 면에서 초라하기는 매 한 가지였다.

이후 열린 일본과 시리아의 경기에서도 시리아 선수들이 보여준 플레이는 일본의 공격을 일단 막아내는데 주안점을 두는 플레이를 펼쳤을 뿐 자신들 만의 전술과 전략으로 일본 수비진을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특히 중동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상대 선수와의 사소한 신체접촉에도 주심의 카드를 유도하기 위해 또는 시간을 끌기 위해 그라운드에 쓰러져 일어나지 않는 고질적인 침대축구를 반복, 보는 이들의 짜증을 유발했다. 가히 중동식 '안티풋볼'이라 불러도 과언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6개 팀 가운데 중동국가는 9개국(카타르, 쿠웨이트,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바레인, 이란, 아랍에미리트, 이라크)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가 중동 국가인 카타르에서 열리는 만큼 중동세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전문가들이 예상한 중동축구의 강세도 고질적인 텃세와 편파판정, 그리고 침대축구의 가능성을 고려한 결과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본 결과 실제 중동의 홈 어드밴티지는 어느 정도 예상대로 드러나고 있지만 중동팀들의 경기력과 성적은 이란 정도를 제외한다면 기대 이하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3일과 14일 새벽 열린 예선 B조 경기 결과를 포함해 이번 대회에서 치러진 총 12경기에서 중동의 9개팀이 올린 성적은 3승2무6패. 이 가운데 시리아와 이란, 요르단이 거둔 승리는 모두 같은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거둔 승리였으므로 이번 대회에서 중동 국가들이 비중동국가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단 1승도 없는 셈이다.

이와 같은 양상이 지속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단 1개국의 중동국가도 4강에 오르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지금 중동 팀들이 비중동팀들(인도는 제외하고...)을 상대로 기댈 구석은 우월한 기량이 아닌 편파판정과 텃세, 그리고 침대축구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듯하다. 기량적인 면에서 동북아시아 국가들이나 호주를 결코 넘어서기 어렵다는 말이다.

사실 오늘날 아시아축구연맹(AFC)를 위시한 아시아 축구계는 여러 면에서 중동이 장악하고 있다. AFC 회장도 중동 사람이고,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을 유치했으며, 중동의 오일머니는 직간접적으로 세계 축구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 국가들의 축구실력은 정체되어 있고, 그로 인해 중동축구는 알지 못하는 사이 매너리즘에 빠져있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앞서 언급한 편파판정의 문제나 침대축구의 문제, 그리고 폐쇄적인 축구문화와 후진적인 축구행정도 중동 축구의 위기의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조기 탈락은 단순히 중동 축구 전통의 강호 2개 팀의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보여지기 보다는 오늘날 중동축구가 봉착해 있는 위기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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