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을 위해 순조로운 출발을 끊은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이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습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26위에 오르며 오랫동안 아시아 1위를 달리고 있는 호주를 만난 것입니다.

축구대표팀은 14일 밤 10시 15분(한국시각), 카타르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사실상 C조 1위 자리를 놓고 맞대결을 갖습니다. 조 순위 자리를 놓고 갖는 경기일 뿐 아니라 사실상 이번 대회 최고 빅매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오늘 경기에서 과연 어느 팀이 상대의 기세를 꺾고 아시안컵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양 팀의 이번 매치는 여러 가지로 기대를 모으는 면이 많습니다. 최정예 멤버로 상대를 만난데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감독을 교체해서 새롭게 팀을 구성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가운데 진정한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기가 그 어떤 경기보다도 기대되는 이유 다섯 가지를 통해 한국-호주 관전 포인트를 간략하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호주전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한국시간) 타르 알와크라 경기장에서 진행된 공식훈련에서 패스게임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의 결승전

이번 경기는 사실상의 결승전이라도 봐도 무방할 만큼 우승후보들 간의 맞대결이라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두 팀 모두 월드컵 본선에 단골로 출전한데다 유럽 빅리그에 진출시킨 선수들이 많아 전력면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시아 최다인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루면서 명실공히 아시아 축구 최강국이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반면 호주는 2006년 AFC(아시아축구연맹)에 편입된 뒤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2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성과를 냈습니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은 원정 첫 16강에 올라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또 한번 살렸고,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호주 역시 죽음의 조 D조에서 1승 1무 1패로 선전을 펼쳐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반면 아시안컵과는 두 팀 모두 이렇다 할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한국은 1960년 2회 대회 우승 이후 단 한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고, 호주는 AFC 편입 후 처음 출전한 2007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이라는 쓴잔을 맛봤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수 있는 적기라 판단한 두 팀의 우승 도전이 어느 팀보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그 길목에서 만난 양 팀의 대결은 아주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최정예끼리 만났다

무엇보다 최정예 멤버들끼리 만난 것이 흥미롭습니다. 박지성과 이청용, 기성용, 차두리 등이 포진한 한국과 팀 케이힐, 헤리 큐얼, 마크 슈월처, 루카스 닐 등이 버티고 있는 호주 모두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 있는 선수들이 모두 출전할 전망입니다. 유럽 빅리그에서 맹활약하며 자국은 물론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갖는 경기는 그 어떤 경기보다도 수준 높고 차원이 다른 클래스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조광래호의 진정한 시험무대

조광래호 입장에서는 출범 후 A매치 5경기 만에 제대로 된 상대와 만나 사실상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국제 대회에서 FIFA 랭킹 20위권인 호주와 만나 대결을 펼치는 만큼 과연 색깔 있고 특색 있는 축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그동안 조광래호는 아시안컵에 맞춰 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밟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란, 일본에 1무 1패라는 아쉬운 성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실수도 많았고, 그래서 출범 초기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바레인전을 통해 조광래호는 빠르고 유기적인 패스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색깔 있는 축구의 맛보기를 보여주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습니다. 이번 경기를 통해 경기도 이기고, 무엇보다 내용 있는 무언가를 보여준다면 더욱 자신감을 갖고 아시안컵 정상 도전에 날개를 달게 될 것입니다. 승부도 승부지만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 축구, 유기적인 패스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만화 축구' 스타일이 얼마만큼 나오느냐가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신예들의 맹활약

첫 경기 바레인전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신예들이 강한 전력을 상대로 또 한번 통하는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사입니다. 첫 경기에 나온 신예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구자철, 지동원, 이용래, 그리고 잠시 그라운드를 밟았던 손흥민이었는데요. 빠른 스피드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감각적인 움직임, 기술적인 능력과 센스가 돋보이는 이들이 호주전에서도 활발한 경기력으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다시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역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구자철입니다. 1차전에서 거의 날아다녔다 해도 무방할 만큼 돋보였던 구자철은 이번 호주전에서도 섀도 스트라이커로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자철과 더불어 원톱 자리에서 활발한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를 뒤흔들고 득점 기회를 엿보려 하는 지동원도 눈여겨 볼 신예입니다. 박지성, 이청용, 차두리 등 기존 선수들과 더불어 신예들의 활약상 또한 호주전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K-리거' 사샤가 나온다

▲ 사샤 오그네노브스키 ⓒ연합뉴스
앞서 유럽에서 뛴 두 팀의 빅리거들을 잠시 언급했지만 또 하나 눈길을 모으는 것은 바로 호주 팀에 K-리거가 있다는 것입니다. 성남 일화에서 지난 두 시즌 맹활약하며 팀의 주축 선수로 발돋움한 사샤 오그네노브스키가 그 주인공입니다.

성남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큰 역할을 해낸 사샤는 이 공로로 지난해 AFC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경력도 갖고 있습니다. 큰 키를 활용한 공중전에 능하고, 특히 세트 피스에서 강력한 헤딩으로 골망을 가르는 모습을 수차례 보여줘 K-리그에서 재미를 톡톡히 본 외국인 선수가 바로 사샤였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사샤가 한국 축구 사정이나 경향을 어느 정도 잘 알고 있기에 그리 달갑지만 않은 상대로 여겨질 것입니다.

그래도 다른 시각으로 보면 K-리그 출신 선수가 아시안컵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상당히 묘하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대회에 사샤와 더불어 우즈벡 특급, FC 서울에서 뛴 제파로프가 좋은 활약을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아시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는 K-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가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그만큼 K-리그의 위상도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 선수들에 매력적인 리그, 수준 높은 선수들이 많이 뛰는 리그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면에서 제파로프와 사샤의 활약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기대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K-리그에서 만나 친숙했던 사샤를 국가대표 A매치 경기, 그것도 국제대회에서 상대팀 선수로 제대로 만난다면 어떤 기분으로 맞이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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