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2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의 사의표명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가짜뉴스' 대응과 관련한 청와대·여당과의 마찰로 직을 내려놓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야당을 중심으로 방통위원장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23일 오전 바른미래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신용현 의원은 "이효성 위원장의 임기는 1년이나 남았을 뿐더러 MB정권 실세로 사퇴여론이 높았던 최시중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임기를 마치지 못한 방통위원장은 없었다"며 "갑작스러운 이 위원장의 사의표명 기저에도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소문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의원은 "최근 벌어진 KBS 외압 의혹 논란,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둘러싼 과기정통부와 의견대립 등 여러 말이 있지만, 가짜뉴스 문제가 결정적일 거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방통위를 바라보는 정부의 안이하고 무지한 인식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방통위는 방송의 독립성, 자유와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조직으로 목적에 따라 위원장 임기보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효성 위원장은 '가짜뉴스'로 통칭되는 허위조작정보 대책과 관련해 청와대·여당과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 확산을 방지하겠다며 각종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의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허위조작정보 특별단속 기간을 운영하고, 생산자 뿐만 아니라 유포자를 추적해 검거하며, 티지털포렌식, 빅데이터분석, IP추적 등 과학수사 기법까지 활용해 추적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반면 이효성 위원장은 미디어리터러시와 자율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고 역기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상 임시조치 제도 개선과 함께 불법·유해정보를 차단하는 데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또한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시장에서 자율규제가 원활히 작동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국민들이 가짜뉴스 여부를 판별할 수 있도록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확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달 11일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자율규제 방안 도출을 위해 학계, 언론단체,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협의회'를 꾸리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방통위의 가짜뉴스 대책에 대해 청와대가 탐탁치 않아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23일 민주평화당은 홍성문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효성 위원장 사의 표명이 여권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홍 대변인은 "방송통신위원장은 임기가 3년으로 아직 1년이나 남아있다"며 "그런데 '가짜뉴스 관련 규제' 방안을 두고 여권과 마찰을 빚은 터라,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배경이 궁금하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의 말을 잘 듣는 위원장을 앉혀, 여권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은 "방송통신위원회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방송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기구"라며 "정부·여당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방통위를 친위부대로 만들려는 기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전날 국회 과방위 소속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정권은 '가짜뉴스'를 '범죄와의 전쟁' 선포하듯 몰아붙이고 있다"며 "반면 이효성 위원장은 이와는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가짜뉴스 근절이라는 미명 아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맞서왔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이효성 위원장이 옳다. 공정하게 가짜뉴스를 규제한다면 누가 반대하겠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가짜뉴스를 규제한다면 누가 이의를 달겠는가"라며 "편파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만 침해하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청와대는)사퇴 종용, 압박한 것이 아니라면 이효성 위원장의 사의를 반려하라. 법에서 정한 3년 임기를 보장하라"며 "그것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의 공정성, 독립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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