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에 MC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이경규가 출연했습니다. 확실히 이경규는 명불허전입니다. 사실 이경규의 진가는 토크쇼에 나올 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남자의 자격>이나 다른 프로그램에서 MC를 볼 때도 이경규의 실력은 훌륭하지만, 더욱 더 재미있는 순간은 그가 토크쇼에 나왔을 때입니다.

이경규가 재미있는 것도 재미있는 것이지만 예능계의 상황을 판단하고 다른 MC들을 분석하는 데 정확한 눈을 가진 건 확실하거든요. 이경규에게 많은 질문들이 오갔습니다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은 "강호동" vs "유재석" 질문인 것 같습니다.

질문 중 "유재석과 강호동 중에 누가 더 MC를 오래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경규는 약간 주저하다가 "강호동"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를 보니 솔직히 흥미로우면서도 날카로운 지적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유재석은 너무 착하다"였지요. 정말 생뚱맞게 들리지만 경규옹의 생각을 조금만 들어보면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유재석의 이미지가 너무 착하기 때문에 그는 한번 큰 일이 있으면 상처도 더 많이 받을 것이고 재기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것이지요.

반면 자신이나 강호동은 실제로 욕을 많이 먹기도 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이미 그런 점에서 다소 일종의 면역이 있기에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우스갯소리로 "욕 많이 먹는 사람이 오래 산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재석은 우리의 적"이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합니다. 전혀 악의는 없었고, 단지 독설과 버럭 등을 주 무기로 삼는 자신들과는 유재석이 너무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존재라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지요.

실제로 강호동은 호불호가 굉장히 심한 연예인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강호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유재석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강호동이 유재석보다는 시청률 에 있어서 앞서는 면도 있구요. 하지만 그에 비해 강호동은 싫어하는 사람은 또 굉장히 싫어하는 그러한 면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강호동은 상대적으로 욕을 많이 먹는 편입니다.

그게 강호동이 유재석보다 인기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단지 좋아하는 사람이 엄청 많은 동시에 싫어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강호동에 대한 비난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강호동은 비난에 대해서 유재석보다는 조금 익숙해져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강호동도 댓글이나 비난을 보면 사람이기에 상처를 받겠지만 어느 정도 단련은 되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겠죠. 위에 말한 것처럼 이미 "면역"이 형성되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유재석에겐 대체로 비난이 없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만약 비난이 몰아친다면 더 힘들어하고 더 마음이 아파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겠지요. 쉽게 예를 든다면 강호동은 매를 많이 맞아 봐서 또 매를 맞는다면 이미 맷집이 단련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덜 아픈데 비해서, 유재석은 매를 덜 맞아봐서 매를 맞는다면 상대적으로 더 아프게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럴지는 모르지만 강호동은 여러 가지 비난 가운데서도 뚝심 있게 자기 길을 잘 가고 있습니다. 솔직히 작년에도 강호동은 비난으로 힘들어했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전혀 지치지 않고 극복했지요. 김C 하차, 김종민 부진, MC몽 군대 문제와 관련해서 누구보다도 힘들었을 법한 강호동이지만,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1박 2일을 이끌고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점을 이경규가 높이 평가하고 장수의 비결로 꼽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이경규가 강호동을 유재석 위에 두려하거나 이런 뉘앙스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강호동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간 것도 아닙니다. 강호동의 진행방식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분명히 갈리는 호불호가 강한 방식인 면에, 유재석의 진행방식은 본인이 힘든 스타일이라는 것이지요. 강호동은 조금 어긋나도 견뎌낼 수 있지만, 유재석은 조금만 어긋나면 견디기 힘든 스타일이라는 것이지요. 또한 유재석은 이경규의 말대로 "선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번만 어긋나도 후폭풍이 더 셀 것입니다. 솔직히 유재석이 그런 물의를 일으킬 만한 인물도 아닙니다만 어떤 상황을 가정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요.

진심으로 후배들을 걱정하고 지켜보면서 후배들의 장점과 단점까지 하나하나 정확히 파악하는 이경규의 모습을 보면서 괜히 이경규가 예능계의 대부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호동-유재석은 적어도 한 5년 길게는 한 10년 더 예능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국민 MC이자 능력자들입니다. 예능이고 양자택일의 초이스가 주어졌기에 이경규가 강호동을 선택했지만, 이경규에게는 둘 다 소중하고 뛰어난 후배들일 것입니다.

이경규가 후배들을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점과 강호동의 뛰어난 정신력 그리고 유재석의 착한 됨됨이도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짧지만 강한 질문과 대답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경규옹, 유재석, 강호동 모두 지금처럼 2011년에도 우리에게 즐거움을 줬으면 합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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