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바레인에 첫 승을 신고한 한국 축구가 14일 밤(한국시각), 호주와 조별 예선 2차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이번 경기에서 한국은 승리를 거두고 깔끔하게 조 1위로 8강에 오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호주는 반드시 넘어야 하는 상대이고, 조광래호의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호주와의 역대 전적에서 6승 8무 7패로 열세에 놓여 있습니다. 물론 최근 3경기에서 연속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1990년 국내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첫 승을 거두기까지 6무 5패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상대가 바로 호주였습니다. 특히 1970년대에 열린 월드컵 예선에서는 좋은 스쿼드를 갖추고도 중요한 길목마다 발목을 잡혀 무릎을 꿇어야 했던 아픈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 카타르 알와크라경기장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 훈련에서 기성용 등 선수들이 미니게임을 하며 호주전을 대비해 전술을 가다듬고 있다 ⓒ연합뉴스
호주와의 악연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한국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북한에 자극을 받아 국가 차원에서 엄청난 지원을 받고 성장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이회택, 김호, 김정남, 박이천 등이 이 당시에 주목받는 선수들이었고, 이들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월드컵 본선 출전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서 본선 티켓이 단 1장만 걸려 있었습니다. 더욱이 한국은 1차 예선을 치러야 해서 일본, 호주를 반드시 넘고 본선을 바라봐야 했습니다. 더블리그 방식으로 치러진 가운데 1차 리그에서 일본과의 경기를 비긴 뒤, 호주와 만난 한국은 1-2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습니다. 다행히 2차 리그에서 일본에 2-0 승리를 거두고 1승 1무 1패를 거둔 상황에서 다시 호주를 만났는데요.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낼 수 있는 기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였기에 선수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리고 1차전과는 다르게 활발한 경기력으로 우세한 모습을 보여주며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흥분시켰습니다. 1-1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후반 20분 한국은 절호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이회택이 패널티 박스 안에서 반칙을 얻어내 패널티킥을 얻은 것입니다. 키커는 수비수 임국찬이었습니다. 하지만 임국찬이 찬 볼은 잘못 맞으며 힘없이 골키퍼의 품에 안겼고, 결국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했고, 그것으로 한국의 1970년 월드컵 본선 도전을 끝났습니다. 이 실축 하나는 팀 뿐 아니라 임국찬 개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쳐 팬들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씁쓸한 뒷이야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4년 뒤인 1973년 한국은 또 한 번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렸습니다. 그 길목에 또 호주가 버티고 서 있었습니다. 한국은 1차 예선에서 이스라엘을 꺾고 올라와 기세가 등등했고, 호주는 이란을 꺾고 한국과의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본선 티켓 한 장을 놓고 벌인 대결이었던 만큼 한국은 4년 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역사상 두 번째 본선 진출을 바라봤습니다.

예선 1차전 호주 시드니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한국은 들뜬 분위기로 2차전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홈인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2-0까지 앞서며 관중들을 흥분시켰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뒷심 부족으로 2골을 내주면서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쳐 제3국인 홍콩에서 3차전 재경기를 치러야만 했습니다. 힘이 빠진 한국은 졸전 끝에 0-1로 패하며 또 다시 호주에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역시 월드컵 본선 진출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고, 호주는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또 4년 뒤인 1977년,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다시 한 번 호주와 대결을 펼칠 기회를 얻었습니다. 당시에는 현재와 비슷한 최종예선 형식으로, 5개 팀이 1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팀당 8경기씩 홈앤드어웨이로 경기를 치렀는데요. 하지만 한국은 호주 시드니에서 가진 호주 원정에서 차범근이 득점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1-2로 패했고, 2차전 홈에서도 0-0 무승부를 거뒀습니다. 이것이 발목이 잡히면서 3승 4무 1패 승점 10점(당시에는 승리팀에게 승점 2점, 무승부팀에게 승점 1점 부여)으로 이란에 밀려 본선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1970년대 3번의 월드컵에서 한국은 호주에 발목이 잡히면서 월드컵 본선 진출 기회를 계속 해서 뒤로 미뤄야만 했습니다.

월드컵이 아닌 대회에서도 한국 축구는 호주와의 악연을 가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2001년, 국내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한국은 프랑스에 0-5 대패를 한 뒤, 멕시코에 2-1 승리를 거두고 1승 1패로 3차전을 맞이했습니다. 3차전 상대는 당시 오세아니아 챔피언이었던 호주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많은 골 차이로 승리를 거둬야만 4강에 오를 수 있었는데 한국은 1-0 승리에 그치면서 아쉽게 4강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호주는 이 대회에서 브라질을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키며 3위로 대회를 마쳤습니다.

호주가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가입하면서 한국과 월드컵, 올림픽 예선, 그리고 2007 아시안컵 등에서 만나 많은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대결은 지난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친선경기가 전부였습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박주영, 이정수, 설기현의 연속골로 3-1 승리를 거뒀지요.) 국제 대회에서 맞대결을 벌이는 것은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이후 10년 만인 이번 아시안컵이 처음인 셈이지요. 그것도 박지성과 이청용, 그리고 팀 케이힐과 헤리 키웰 등 에이스들이 나란히 나서는 최정예 멤버로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결은 어느 때보다 기대되고,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축구가 진정한 아시아 최강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리고 예전에 겪었던 아픔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이번 호주전을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이번 경기 승리를 통해 호주와의 역대 전적에서 동률을 이루면서 더욱 자신감을 갖고 51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을 노리는 한국 축구 조광래호가 되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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