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가 역전의 여왕에게 역전을 허용한 데 이어 드림하이에게까지 발목이 잡히는 대 굴욕을 겪고 있다. 엄청난 물량과 전작 아이리스의 기대감까지 받고 시작한 아테나의 이런 침몰은 역시나 후속편 필패의 정석에 맞춰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현상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월화 드라마 3위 전락은 해도 너무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가방 끈 길다고 공부 잘하는 것 아니냐는 시쳇말도 있지만 블록버스터가 돈값을 못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첩보물을 다루기엔 너무도 부족한 개연성(디테일)

아테나는 단지 액션신만 본다면 대단히 매력적인 드라마다. 그리고 스토리 줄기도 그만하면 긴장과 스케일을 담아낼 수 있는 플롯을 가져왔다. 문제는 디테일이었다. 대테러요원인 정구가 대통령의 딸을 모르는 납득할 수 없는 설정부터 시청자의 기대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통령까지도 자주 등장하는 커다란 스케일을 감당하기에는 아테나 작가진의 첩보물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졌다.

첩보물은 기본적으로 일반 드라마보다 훨씬 더 픽션의 요소가 강하다. 특히나 람보나 주윤발도 울고 갈 이정우의 슈퍼 액션은 따지고 본다면 납득할 장면이 없다. 그러나 첩보물의 특성상 그러려니 접어두고 보자면 멋진 액션이고, 그것을 위한 스턴트맨들의 땀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감독이 너무도 액션신에만 몰입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작가의 부족함조차 결국은 감독의 책임이 되는 까닭이다.

감독은 작가의 대본을 최초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검토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작가와 감독은 자주 다툴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된다. 감독과 작가가 호흡이 잘 맞으면서도 심하게 싸워야 작품은 잘 나오게 돼 있다. 아테나가 10회 동안 범한 몇 가지 오류들에 대해서 감독이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아테나 같은 작품을 찍을 정도면 세상에 나와 있는 액션물은 모두 섭렵했을 텐데, 연출이 놓친 개연성 부족한 설정들은 치명적인 오점이 되었다.

드라마계의 참돔이 되나?

그렇기 때문에 막상 시청자에게 호된 질책을 받게 된 것은 작가도 작가지만 최종적으로 연출의 책임이 너무 크다. 그러다보니 NTS 실험실장 오숙경의 역트릭 논란이라는 것도 생겨났다. 문제는 그것을 인정하기보다는 믿을 수 없는 고집으로 부인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더 큰 실망의 요인이 되었다. 오숙경 역트릭이 믿을 수 없고, 그것이 거짓인 이유는 이후 10회까지 오는 동안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일찍이 유재석과 이효리라는 예능계 두 대어를 두고도 침몰한 패떴을 기억하고 있다. 아테나는 자신들의 실수를 겸허하게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시청자를 상대로 정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 그것이 아테나가 침몰하게 된 가장 결정적 이유가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사전 제작 분량이 대단히 높은 드라마에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뒷감당도 하지 못할 오기를 부린 것인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오숙경의 역트릭이 사실이라면 이후 진행된 모든 작전에서 윤혜인은 배제되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철저한 감시망 속에 있어야 했다. 그러나 윤혜인은 아무런 감시도 없이 자유로웠으며 심지어 윤혜인이 인질로 잡혀 있어 정우가 NSC를 NTS에서 훔치려는 상황에서 그 자체가 아테나(라고 단정 짓지 못해도 적대 조직)의 자작극일 가능성에 대한 추리도 없었다. 구구히 예를 들지 않더라도 오숙경의 역트릭은 조작된 것에 분명하다. 그것이 이 드라마가 가진 비극의 도화선이었고 드라마계의 참돔으로 전락하는 계기였다.

아테나는 벌써 절반을 달려왔다. 이때쯤이면 시청률 30%를 돌파하나 마나를 논해야 할 시점에서 꼴찌의 수모를 겪고 말았다. 드라마 자체의 함량도 부족하지만 문제점에 대한 제작진의 대처도 대단히 불량했다. 이 시점에 연달아 벌어진 농도 짙은 베드신이 그 기폭제 역할을 해줄 거란 나름의 계산이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잘못된 연산이었다. 베드신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존재하지만 특정 신이 시청률을 견인할 수 있다면 망하는 블록버스터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송일국의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와 비의 <도망자 플랜B>가 먼저 망한 블록버스터에 줄서 있고 아테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요즘 시청자의 수준은 제작진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그 점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드라마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테나는 분명 몇 가지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 저울질에서 장점에 기울 중력을 방해한 것은 다름 아닌 제작진의 부정직한 태도였다. 아직은 절반이 남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배우들은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어렵겠지만 그래도 아테나의 분발을 끝까지 믿고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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