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아공월드컵에서 가장 주목받은 키워드 중에 하나를 꼽으면 바로 '차미네이터' 그리고 '차부자'였습니다. 강력한 피지컬과 저돌적인 스타일을 앞세워 '차미네이터' '차바타' '로봇설' 등의 별칭을 얻고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던 차두리, 그리고 그의 아버지이자 한국 축구의 영웅으로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차범근이 그 주인공이지요. 차두리가 축구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차(車)부자의 훈훈한 관계가 꾸준하게 많은 주목을 받았고, 특히 지난해에는 남아공월드컵 덕분에 '국민부자' 칭호를 받으며 국민들의 마음을 또 한 번 사로잡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면서 동네 이웃, 그저 평범한 네티즌과 같은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차범근-차두리 부자가 2011 카타르 아시안컵 덕분에 또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대회에도 지난 남아공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차범근은 TV 해설위원으로, 차두리는 국가대표 선수로 나란히 나섰는데요. 조별 예선 첫 경기 바레인전부터 이들의 훈훈한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 토고 연습경기 관전하는 차 감독 부자 ⓒ연합뉴스
먼저 차범근 해설위원. 아들 차두리의 경기력에 대해 평소대로 좀처럼 말을 하지 않다가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구자철의 두 번째 골을 돕자 아들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후 차두리가 과감한 슈팅으로 또 한 번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 차 위원은 "셀틱에서 왼발 슈팅으로 골 한번 들어가더니 또 비슷하게 감았네요"라면서 "선수가 말이죠. 저렇게 골맛을 한번 보면 못 말리는 겁니다"라며 또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상당히 말을 아끼면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는 훈훈한 멘트로 축구팬들의 기분을 흐뭇하게 한 차범근 위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들 차두리. '차두리 로봇설'을 믿는(?) 팬들은 차범근 위원이 차두리 로봇의 버전을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하며 남아공월드컵 때보다 더 좋아진 경기력을 선보인 차두리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차두리는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뛰면서 거의 오른쪽을 지배하다시피 하며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특유의 저돌적인 스타일을 앞세워 날카로운 공격력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강한 피지컬과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며 상대 공격진을 무력화시켰습니다. 든든한 경기력을 보여준 차두리 덕분에 한국은 원하는 대로 시원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고, 51년 만의 우승을 향한 기분 좋은 출발을 보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경기장에서는 차두리가, 그리고 TV에서는 차범근이 흐뭇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또 한 번 '국민부자'의 명성을 날렸습니다.

이 '국민부자'가 오랫동안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솔직하면서도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어떠한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냉정하면서도 아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흐뭇한 기분을 감추지 않는 아버지 차범근, 그리고 경기 내내 활짝 웃으면서도 강인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개성 넘치면서도 팀 동료들과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내내 웃음을 끊이지 않게 만드는 아들 차두리의 모습은 진정으로 축구와 가족을 사랑하며 많은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발산해 냈습니다. 요즘같이 세대 차이가 심하고, 특히 부자 간의 관계가 전반적으로 그리 좋지만은 않은 세태 속에서 차부자는 축구,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제 몫을 다 하고 또 가슴 따뜻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는 평소 SNS를 통해서도 자주 확인할 수 있기도 했습니다. 차두리가 최근 소속팀에서 득점포를 가동했을 때 '흐흐흐'라는 표현을 쓰며 흐뭇해한 차범근 위원의 모습, 틈날 때마다 차두리의 딸 차아인 양을 SNS 공간을 통해 보며 정답게 소통하는 모습은 제3자 입장에서 본 팬들을 마냥 흐뭇하게 했습니다. 새로운 미디어를 접하는 것이 쉽지 않아 포기하기 쉬울 텐데도 차범근 위원은 부지런하게 SNS를 활용해 아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덕분에 어떻게 보면 더 나아가 진정한 '축구부자'요, '국민부자'로 떠오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차범근 해설위원이 중계에 나섰을 때 차두리가 골을 넣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격 본능이 달아오른 차두리가 결정적인 순간에서 골을 넣어 팀 승리를 이끄는데 큰 역할을 해냈을 때 과연 차범근 위원의 해설 멘트는 어떠할지 참 기대됩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4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저기 우리 아들도 뛰지 않습니까'라며 대놓고 아들 자랑을 해 화제를 모았던 차범근 위원의 자랑 섞인 멘트가 또 한 번 기대되는 것은 그저 너무 훈훈하고 정다운 모습에서 나오는 '행복 바이러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차부자가 선사하는 '아시안컵발 행복 바이러스'가 한국 축구 대표팀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지고,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쾌거도 이뤄내면서 또 한 번 전국민적인 인기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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