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지TV가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다. 감히 다른 나라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례하고 비상식적이며 또 오만방자한 언동인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언론이 이런 주장까지 담아낼 정도로 이성을 잃은 상태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분노에 앞서 냉정하게 본다면, 일본이 이런 극단적 주장까지 들고 나온 데서 오히려 그들이 갖는 초조와 불안을 발견하게 된다.

정치평론가라는 인물이 이처럼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발 친일·매국적 기사들의 영향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은 일본어로 번역한 기사들을 제공하고 있다. 신문사 이름만으로 충분히 내용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본어 번역본의 제목들이었다. 한국판 “우리는 얼마나 옹졸한가”는 일본어판에서 “한국인은 얼마나 편협한가”로 바뀌었다. 심지어 해당 기사에 달렸던 댓글들까지 일본어로 번역해서 제공했다고 한다.

히라이 후미오가 출연한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뉴스 프라임 0717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일본이 주로 참고하는 한국발 기사들이 이렇다 보니 자연 허무맹랑한 상상까지 갖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대단히 심각한 발언을 한 일본 평론가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정치평론가 쯤 되면, 일국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운운 이전에 좀 더 면밀한 조사와 검토가 필요하고, 언론사 역시 근거의 타당성을 따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일본의 언론자유지수를 감안했을 때 이런 상식의 흐름은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아베의 연설 때 반대 목소리를 낸 일본 시민이 순식간에 경찰에 의해 끌려가는 상황을 본다면, 일본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민과 언론을 통제하는 저변에 깔린 것은 아베의 숙원인 평화헌법 개헌이다.

후지TV의 이런 주장이 나온 시점도 미묘하다. KBS는 17일 고순도 불화수소를 중국으로부터 대량으로 공급받기로 한 사실을 전했다. 중국 매체들의 보도를 인용한 이 기사는 중국 빈화그룹이 한국 반도체 기업과 납품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이 사실을 일본 언론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보도한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라는 고순도 불화수소의 제재 효과가 무효화되는 것에 대한 긴장과 초조를 읽을 수 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의 탈일본이 가져올 여파에 대한 우려도 담겨 있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중국과 러시아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산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일본이 노린 한국 경제 흔들기는 걱정한 만큼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 불화수소 중국에 대량 주문”…일본 언론 ‘화들짝’ 보도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그렇게 된다면 결국 타격을 받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고대로 한국이 아닌 일본이 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것은 곧 아베 정권의 전략 실패이고, 며칠 뒤 일본 참의원 선거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음도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친 아베 언론들이 무리하게 한국 상황을 왜곡하고, 악의적인 주장도 내놓게 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은 북한이라는 적을 잃었고, 이제 한국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일본을 혐한으로 무장시켜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어떻게든 통과시키려는 의도이다. 뜬금없이 수출을 규제하고,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에는 그런 두 가지 목적을 담고 있다.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를 곤란에 빠뜨려 문재인 정부를 흔들겠다는 것이고, 화이트 리스트 제외를 통해 한국은 위험한 나라라는 왜곡된 인식을 일본 국민들에게 심겠다는 의도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커져가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한국 관광객이 급감했고, 한국 내 일본 제품 매장들은 썰렁하다. 도쿄 등 대도시는 몰라도 지방 소도시들은 아베의 정책으로 불만과 불안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한국 때리기의 핵심무기인 불화수소마저 어렵지 않게 해결점을 찾아가고 있다. 한마디로 아베의 무리수가 빗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후지TV의 허무맹랑하고 오만방자한 주장 뒤에 가려진 초조함의 이유일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