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표팀의 기분 좋은 승리로 한껏 관심이 높아진 2011카타르 아시안컵, 아마 많은 분들이 오늘 하루 조금은 졸린 날을 보내셨을 듯한데요. 새벽 1시대 경기는 이제 한번 정도만 더 있을 예정이고 나머지는 밤 10시대 경기, 결승도 12시니까 시청하기도 아주 좋은 이번 대회입니다.

대한민국의 어제 경기, 근데 다들 어느 채널로 보셨습니까?

사실 이번 아시안컵 대회는 스포츠채널들의 공격적(?) 편성에 힘입어 그 분위기가 한껏 더 살아나는 듯한데요. 개막경기부터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는 MBC-SPORTS+, 상당한 경기를 생방으로, 또 녹화로 커버하는 SBS ESPN, 놀라운 건 우리대표팀의 경기도 모두 스포츠 채널에서 동시에 생중계 한다는 겁니다.

뭐가 그리 놀랍냐구요? 과거 우리의 이런 국제대회 중계 패턴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다른 나라의 경기들도 공중파가 생방송을 독점한 월드컵, 간혹 우리나라 외에 경기들은 스포츠채널에서 생방송되기도 했습니다만, 우리 대표팀의 경기는 오직 공중파로만 생방송이 됐다는 거! 다들 기억하실 듯합니다.

공중파의 생방송은 유일하게 진행됐으며 스포츠 채널들은 모두 녹화나 딜레이 방송으로 다뤄야만 했다는 거! 심지어, 이런 패턴은 국가대표팀 경기 외에 한국시리즈나 프로축구 챔피언 결정전에도 함께 했는데요.

이번 아시안컵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첫 경기 바레인전, 공중파의 SBS외에도 SBS-ESPN과 MBC-SPORTS+로 동시에 방송됐죠.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쭈욱 이어질 듯하다는 거! 금요일에 예정된 예선전 최고의 매치업, 우리와 호주의 경기도 KBS공중파 중계 외에 스포츠 채널의 중계가 동시에 편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아시안컵의 이번 동시 중계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습니다. 지난해 12월 아시안컵을 포함한 올림픽 아시아예선, AFC챔스리그 등 다양한 AFC패키지를 MBC-SPORTS+가 단독으로 계약했죠.

당시 단독중계의 우려(?)도 있었으나 결국 사이좋게 공동 중계를 하게 된 것, 거기에 공중파는 순차적으로 편성하는 기특함(?)도 보여줬다는 거. 과거를 돌이켜보면 이 아시안컵은 우리나라 방송계의 중계권 분쟁 역사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늘 공동으로 계약해 국제대회 등을 중계해 온 우리 방송계의 "코리아풀", 하지만 이 "코리아풀"이 깨진 첫 순간이 바로 1996년 아시안컵입니다. 알리 다에이의 활약으로 기억에 남는 지난 1996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AFC아시안컵, 당시 KBS가 중계권을 단독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단독으로 계약은 했지만, 우리 대표팀은 간신히 8강에 진출하더니, 이란에게 2대 6으로 크게 지며 큰 아픔만 준 대회였다는 거-

이후로 우리 코리안풀은 결합과 공조 파기를 오가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지난 남아공월드컵은 그런 문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순간이기도 한데요. 큰 균열 뒤 일단은 방송사들의 화합을 보여주고 있는 지금, 아시안컵은 아주 사이좋은 중계 편성으로 박수를 받을 만합니다.

여러모로 기대가 큰 이번 아시안컵입니다. 케이블채널이 전 경기를 중계하고, 공중파와 함께 우리 대표팀을 동시 편성 중계하며, 공중파들은 순차적으로 중계 편성한 사례. 대회가 끝날 때까지 그 약속과 공조가 잘 이어질지도 의문이고 사이좋은 중계권 계약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궁금합니다.

어찌됐건 다양한 중계가 있기에, 입맛에 맞게 골라 보는 재미가 이번 아시안컵의 또 다른 재미, 오늘은 아마도 북한경기가 있죠?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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