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다. 반응은 엇갈린다. '신선하다' 입장도 있고, '어이없다' 입장도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을 구성하는 형식과 내용일 것이다. 전반적으론 낚인 인상이 짙다. 그런데 문제는 정녕, 오 대표는 낚일 줄 몰랐을까 하는 것이다. 아니다. 그는 알고 있었다. 23년차 기자를 모독해선 안 된다.

중앙일보의 표현을 빌자면, 그는 '63억 원의 연매출과 76명의 기자 그리고 7만여 명의 시민기자가 있는' 언론사의 대표다. 오 대표의 인식이 '누구'만 못해 중앙일보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했다고 보긴 어렵다. 아니 오 대표는 그 누구보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가 시기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지, 자신의 발언이 어떤 맥락으로 활용될지 긴장감을 갖고 고민했을 당사자이다.

▲ 중앙일보의 주만판인 중앙SUNDAY 9일자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의 인터뷰를 1면에 실었다. 이 인터뷰는 6~7면으로 이어져 3면에 걸쳤고, 다음 날인 10일 중앙일보 2면에도 게재됐다
그래서 그는 낚인 게 아니다. 오 대표는 인터뷰 후 트위터를 통해 "인터뷰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한 명의 기자로서 다른 언론인이 자기를 인터뷰하자고 하면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고 했다. 명분이 없다는 것은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것과 동의 구조이다. 오 대표의 인터뷰는 중앙일보의 주말판 중앙SUNDAY에 3면에 걸쳐 실렸고, 10일자 중앙일보에는 핵심(!)이 간추려져 2면에 배치됐다.

중앙일보는 그간의 지면 논조상 다소 이질적인 인물인 오 대표를 선택한 이유를 간명하게 제시했다. 중앙일보의 김종혁 편집국장은 "중앙일보는 열린 보수를 지향하고, 일류 진보는 대우해준다"며 인터뷰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오 대표 역시 "열린 진보를 추구하고 경직된 진보에는 회초리를 들자며 생산적이고 양심적인 보수와는 악수하자는 입장"이라며 화끈하게 화답했다.

멀쩡히 봐주기 참 아찔한 관통이다. 중앙일보의 전격적인 오 대표 인터뷰는 졸지에 그간 숱하게 중앙일보를 비판해온 매체와 시민사회의 입장을 '이류 진보'로 규정되도록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오 대표의 책임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일류 진보'에 으쓱해진 것인지 오 대표 역시 중앙일보를 '생산적이고 양심적인 보수'로 에두른 장면은 아무리 생각해도 머쓱하다. 오마이뉴스의 독자 가운데 중앙일보에 이런 최고의 찬사가 바쳐지는 장면에 고개를 주억거릴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오 대표는 언론의 변화에 가장 큰 적이 '충성스런 독자'라고 했지만 말이다.

중앙일보를 향한 오 대표의 찬사가 오마이뉴스의 입장이 아닌 오 대표 개인의 견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기자로서 인터뷰에 응했다는 오 대표였는데, 인터뷰어에게 이런 '나른한 연대감'을 표하는 것은 사주의 겸양 쯤 될지는 몰라도 기자의 본분은 못 된다.

'엄숙주의(Rigorism)' 입장에서 명색이 진보언론을 표방하는 매체의 대표가 어떻게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할 수 있느냐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라도 중앙일보와 인터뷰 할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적으로 그 믿음이 얼마나 동의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특정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한 그 자체를 도덕적 올바름으로 재단하긴 물론,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은 있어야 한다. 원칙이 없다면 한 개인의 그리고 집단의 사고와 행동을 객관적으로 인지할 수도 평가할 수도 없게 된다. 원칙으로 인터뷰를 한 행위 그 자체를 강제하는 것이 다소 고루하다면, 적어도 인터뷰 내에서 오마이뉴스 대표로서 오 대표의 원칙을 확인할 수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오 대표의 중앙일보 인터뷰는 원칙을 벗어났다. 발언의 세세한 내용은 둘째치더라도 '시의성' 면에서 우선, 적절하지 못하다. 얼마 전 중앙일보는 '종편' 사업자에 당첨됐다. 사업자에 선정된 지난 해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중앙일보의 논조는 확연히 달라졌다. 친정부적 논조일색이던 지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사업자 선정이라고 하는 이해관계가 종결되면서 정권에 대한 부담을 상당부분 덜었다는 점과 동시에 4개의 사업자가 선정된 위기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송 사업자로 존재적 변화를 꾀하며, 일방적 친정부 매체라는 색깔을 덜어내기 위한 작업도 엿보인다. 그리고 정권 후반기를 맞아 현실 권력과 거리감을 두고 미래 권력을 향해 나아가려는 징후도 엿보인다.

이렇듯 복합적인 상황을 맞고 있는 중앙일보는 이 모두를 '종편'을 중심으로 지면에 집약시키고 있다. 그래서 야박하게 말하자면, 중앙일보가 '종편'을 파는 매대에 오 대표가 미끼 상품으로 '전시'된 셈이다. 이 전시가 노리는 효과는 간명하다. '우리도 진보와 대화를 한다'는 상징적 선전으로 활용될 것이 너무도 분명한 전략이었다. 하나의 미끼를 내걸어 미끼를 제 멋대로 과잉 상징화하고, 여러 가지 부수적인 것들을 낚으려는 정치행위다.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오 대표도 이를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오 대표는 얻을 게 별로 없어 보이는 인터뷰에 응한 것일까?

설마, 정말 중앙일보가 '생산적이고 양심적인 보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니면 개인적인 공명심 때문에 모두 아니다.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면, 명확하다. 오 대표는 '진보집권플랜'을 팔기 위해 인터뷰에 응했다. 단순히 책을 판다는 것이 아니라 보수지로부터 진보진영의 정치적 리딩 언론이라는 인정을 받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종편'과 '진보집권플랜', 전혀 다른 층위다. 비교할 수 없는 문제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둘이 중앙일보와 오마이뉴스에게 각각 사활적 이해관계를 지닌 '생존의 문제'라는 점에서는 같은 긴장감을 갖는다. 중앙일보에게 '종편'이 50년 간 유지해온 플랫폼을 바꾸는 문제라면, 오마이뉴스에게 '진보집권플랜'은 플랫폼을 유지, 강화하는 차원의 문제이다.

오 대표가 언급하기도 했지만, 오마이뉴스의 성장기를 돌아보면 지난 2차례의 대선이 매우 중요한 모멘텀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지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당선'에 기여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오마이뉴스는 지난 대선에선 '문국현 낙선'이란 정치적 상황을 맞으며 휘청했다. 오마이뉴스의 성장이 '시민이 기자다'라는 참여 저널리즘에 기인한 문제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또 한 자락에는 진보 진영의 후보와 운명 공동체를 이룬 노골적 선거 참여 전략이 있었단 것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시대정신과 조우한 노무현을 적극 지지한 것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언론의 정치 참여로 이어졌다면, 공학적인 판단만을 근거로 문국현을 지지했던 지난 대선 당시의 오마이뉴스 행보는 많은 말을 남겼다. 그리고 차기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오마이뉴스는 조국 서울대 교수를 앞세운 '진보드림팀 놀이'라는 컨셉의 새로운 정치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SUNDAY와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오 대표는 '보수집권플랜'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진보집권플랜'과 맞대결을 해보자는 것이다. 자신이 밀고 있는 정치 마케팅의 파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욕망을 적나라하게 고백한 이 발언에 앞서 그는 "종편 자체를 반대한 건 아니다"고 했다. 중앙일보의 욕망을 이해한 셈이다. 너의 욕망을 인정할 테니, 나의 욕망을 받아 달란 논법을 가진 이가 진보언론의 대표로 과잉 상징화된 것이다.

인터뷰 후 오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열린 진보 열린 보수가 제대로 된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열린 진보란 무엇일까? 중앙일보는 열린 보수인 것일까? 그보다는 '상업적 진보주의로 무장하니, 못 만날 보수는 없더라'는 표현이 훨씬 정확하고 세련돼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