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투수 정찬헌의 공익 입대가 확정되었습니다. 정찬헌의 2008년 데뷔 이래 입대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 LG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선수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정찬헌은 2008년 2차 1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이래, 강속구와 승부 근성으로 시즌 초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3월 29일 문학 개막전에 구원 등판한 정찬헌은 디펜딩 챔피언 SK의 강타선을 4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만일 타선이 뒷받침되었다면 정찬헌은 LG 구단 사상 최초로 개막전에 승리를 따내는 고졸 투수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마무리 우규민의 부진을 메우며 시즌 초반 정찬헌은 정재복과 함께 불펜진을 이끌었고, 5월초까지 2승 1패 2홀드 방어율 2.84의 준수한 기록으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었습니다. 하지만 LG의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지면서 정찬헌은 선발로 전업했고, 이후 1승 12패를 기록하며 시즌 최다패(13패) 투수로 전락했습니다. 난타당하며 방어율도 5.50으로 치솟으며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정찬헌이 선발로 전업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해도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다소 단조로운 공 배합과 정면 승부하는 스타일로 인해 선발 보직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당시 김재박 감독은 2009년 정찬헌을 불펜에서만 활용했습니다. 2008년 선발 등판 시 성적을 감안하면 당연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정찬헌이 불펜에서 혹사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55경기 76.1이닝으로 경기 당 1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입니다. 만일 정찬헌이 앞서는 경기에만 등판하거나, 반대로 ‘추격조’에 편성되어 뒤지고 있는 상황에 등판해 부담 없이 던지는 투수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LG가 지고 있으나 이기고 있으나 정찬헌은 수시로 등판해야 했습니다. 투수에게 부담스러운 이틀 연속 등판이 13번이나 되었으며 5월 17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는 더블헤더에 모두 등판해 도합 2.2이닝을 투구하는 혹사를 당했습니다.

2010 시즌이 돌아왔지만 정찬헌은 부상으로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동현, 김광수 등과 함께 불펜에서 정찬헌을 활용하려던 신임 박종훈 감독의 시즌 전 구상은 어긋났고, 시즌 중반을 넘어가며 마무리 오카모토가 바닥을 드러내고 이동현이 혹사로 구위가 저하되며 LG의 불펜은 번번이 무너졌습니다. 만일 정상적인 몸 상태의 정찬헌이 불펜에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 2년간의 혹사와 두 번의 수술, 그리고 뒤늦은 입대. LG의 부실한 선수 관리로 인해 정찬헌이 마운드에서 힘차게 투구하는 모습을 다시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야구 선수는 부상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신체 일부에 과도한 힘을 가하는 투수의 경우는 야수보다 부상이 잦습니다. 따라서 투수가 부상을 입을 경우 적절히 관리하여 재활 혹은 수술을 통해 하루 빨리 정상을 되찾도록 하는 것이 프런트의 책무입니다.

하지만 정찬헌은 시즌 초부터 수술을 받지 않은 채 재활에만 임했으나 여의치 않았습니다. 결국 6월 27일 건국대병원에서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일찌감치 수술을 받았다면 복귀가 빨랐겠지만 수술 시점이 지나치게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습니다.

당혹스러운 것은 정찬헌의 수술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정찬헌은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2010 시즌 종료 후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 훈련에 참가했지만, 다시 이상을 느끼고 미국 현지에서 11월 17일 재차 수술을 받았습니다. 마무리 훈련에 참가한 것을 보면 정찬헌을 올 시즌 전력으로 간주한 것으로 보이지만, 어이없게도 두 번의 수술을 마친 정찬헌은 어정쩡하게 뒤늦은 공익 입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LG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정찬헌 관리는 한 마디로 갈지자 행보입니다. 2년간의 혹사와 뒤늦은 수술, 수술 실패와 재수술, 그리고 어긋난 시기의 입대까지 ‘소년 가장’이라 불리며 부실한 LG 마운드의 한 축을 책임지며 고군분투한 선수에 대한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찬헌을 마운드에서 다시 보는 것은 2013 시즌이 되어도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설령 복귀한다 해도 짧은 기간 동안 두 번이나 몸에 칼을 댄 정찬헌의 재활이 원활히 이루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2008 시즌을 앞두고 LG는 2007년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눈물의 역투’로 화제가 된 서울고 이형종과 그 경기에서 이형종과 맞대결을 펼친 광주일고 정찬헌, 그리고 성남서고의 이범준을 지명하며 타 구단에 비해 우월한 우완 정통파 강속구 투수들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이형종은 데뷔 첫 승을 뒤로 한 채 임의탈퇴 처리되었고, 정찬헌은 2년간의 혹사와 두 번의 수술 끝에 입대해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범준은 제구는 잡히지 않고 구속만 저하되며 3년 간 고작 6승을 거뒀을 뿐입니다. 야구를 접은 이형종 역시 구단의 관리가 아쉬웠음을 감안하면 LG가 왜 8년 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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