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가 힘찬 발진을 앞두고 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새벽(한국시각), 카타르에서 열리는 2011 아시안컵 C조 조별 예선 첫 경기 바레인전을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마쳤습니다. '왕의 귀환, 아시아의 자존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51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축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확실하게 아시아 축구 최강국이라는 명성, 자존심을 살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첫 경기는 아주 중요합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전체적인 분위기, 흐름을 좋게 가기 위해서라도 이번 바레인전 승리는 절대적으로 필수입니다. 바레인이 한국보다 실력이 처진다고 하지만 4년 전 아픈 기억을 떠올리면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님은 분명합니다. 더욱이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힌 B조의 일본, 사우디 아라비아의 출발이 좋지 못해 조광래호도 방심을 하면 어려운 출발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조광래호에게 정말로 중요한 아시안컵 첫 경기, 바레인전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관전포인트 5가지를 소개합니다.

▲ 아시안컵 한국 대 바레인 경기를 하루 앞둔 9일 오후(한국시간) 도하 알칼리파 주경기장에 마련된 메인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조광래 감독(왼쪽)과 바레인의 살만 샤리다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경기-중동 징크스를 허물어라

한 대회를 치르는 데 시작, 그리고 첫 경기는 아주 중요합니다. 어떻게 첫 경기를 치르느냐에 따라 그 대회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 한국 축구는 그동안 아시안컵에서 첫 경기 징크스를 갖고 있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유독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한을 겪어야 했습니다.

1996년부터 2007년 대회까지 한국은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1996년 아랍에미리트 대회에서 홈팀 아랍에미리트와 1-1 무승부를 거둔 한국은 2000년 레바논 대회에서 중국과 2-2, 2004년 중국 대회에서 요르단과 0-0, 2007년 동남아 4개국 대회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와 1-1 무승부를 거두며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니 복병들에게 잇달아 발목 잡히면서 조별 예선을 매우 어렵게 치르고 8강에 올랐던 적이 많았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또 바레인과 힘든 승부를 치른다면 분명히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동 땅에서 중동 징크스를 타파해야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이전에 (포스팅)을 통해 소개한 바 있지만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유독 중동에 약한 면모를 보이면서 우승에 실패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시리아, 아랍에미리트 알 자지라 팀과 경기를 가져 면역력을 키우기도 했는데요. 두 가지 징크스를 허무는 것은 한국 축구의 아시안컵 우승 행보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면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4년 전의 아픔을 씻어라

특히 바레인과는 4년 전 악연을 갖고 있습니다. 당시 1차전에서 사우디와 1-1로 비긴 한국은 2차전에서 바레인을 만나 조별 예선 첫 승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김두현이 선제골을 넣으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 했지만 바레인의 탄탄한 조직력에 서서히 허점을 노출하기 시작했고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연달아 2골을 내주고 1-2로 패하면서 탈락 위기에 몰렸습니다. 전혀 한국다운 경기를 펼치지 못했고, 최악의 졸전을 보인 끝에 진 경기여서 핌 베어벡 당시 감독에 대한 위기론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허정무 감독 시절에도 한국 축구는 2009년 2월, 바레인과 평가전을 통해 만나 2-2로 비긴 바 있습니다. 실력 차는 분명히 있지만 바레인의 허를 찌르는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던 한국 축구였습니다. 이번 기회에 4년 전의 아픔도 씻고 최근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상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등 기존 에이스들이 대거 출전하지만 '비밀병기'와 다름없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이번 경기에서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구자철을 비롯해 원톱 공격수 출전이 점쳐지는 지동원, 다양한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이용래, 그리고 조커 역할을 해낼 손흥민, 김보경, 윤빛가람 등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수도 있습니다.

가장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선수는 구자철입니다. '구자철 시프트'라는 키워드가 크게 주목받을 만큼 구자철은 조광래호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한 분위기입니다. 빠르고 세밀한 패스플레이, 지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뛰어난 구자철은 이번 경기에서 최전방 또는 측면으로 공격의 흐름을 원활하게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전망입니다. 구자철이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빠르고 정확한 공격 축구의 성패가 엇갈릴 전망인데요.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구자철의 활약상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조광래호의 막내 손흥민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미 평가전을 통해 손흥민의 잠재력, 가능성을 확인한 조광래 감독은 후반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 조커 역할을 손흥민에게 맡길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대담하고 재치 있는 플레이가 좋은 손흥민이 성인 첫 국제 대회에서 자신의 장기를 살리고 팀에 크게 공헌하는 역할을 해낼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손흥민이 첫 데뷔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향후 '포스트 박지성', 세대교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공격수여! 골을 넣어라

공격수들의 득점포 가동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수비를 펼쳐도 골을 넣지 못하면 아주 힘든 레이스를 펼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2007년 대회 때 8강, 4강, 3-4위전에서 모두 골을 넣지 못했고, 조별 예선 때도 경기당 1골에 그쳐 득점포 빈곤에 시달린 바 있었던 걸 기억하는 팬들이 있을 텐데요. 이를 잘 아는 조광래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해내야 하는 첫 번째 과제로 '공격 축구를 지향하겠다'면서 시원스러운 경기를 펼치겠다는 전략을 선보였습니다.

일단 이번 대회에 나서는 정통파 공격수는 3명입니다. 이 가운데 김신욱은 지난 시리아와의 평가전에서 다소 처지는 모습을 보여 지동원과 유병수로 이번 대회를 치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둘 다 결정력도 좋고, 이타적인 플레이, 경기 감각도 괜찮아 경험 부족의 약점만 보완하면 이번 대회에서 박주영의 뒤를 이을 공격 자원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만약 공격수들이 시원찮다면 박지성, 이청용, 손흥민, 염기훈 등 공격 본능이 뛰어난 선수들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축구 경기에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골을 많이 넣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킬러 본능'을 제대로 보여주는 공격수들의 활약이 어떻게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퍼즐' 차두리를 주목하라

이미 베스트11을 어느 정도 확정했다고 밝힌 조광래 감독이 마지막 단 한 자리를 놓고 고민한 포지션이 있었으니 바로 오른쪽 풀백이었습니다. 수비 지향적으로 가느냐, 공격적으로 가느냐를 놓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단 첫 경기는 공격 성향이 강한 차두리로 가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미 남아공월드컵, 이전 여러 경기를 통해 확인됐지만 맨투맨 수비가 좋으면서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좋은 차두리를 통해 또 하나의 무기를 장착하고, 진정한 공격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뜻을 보인 것입니다.

강력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몸싸움에 능한 차두리는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저돌적이고 상당히 공격적인 선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킥 능력이나 세밀한 플레이도 좋아져 셀틱의 '숨은 공격 자원'으로 활약을 펼쳤습니다. 부상이 있기는 했지만 다시 컨디션을 회복한 차두리가 남아공월드컵 본선 때와 같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선수들은 분명히 첫 경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 바레인전에서 한국 축구다운 패기 넘치는 경기를 펼치면서 시원한 첫 승을 챙기는 모습을 꼭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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