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스카이라이프 체험을 이야기하며 바보상자로만 생각되던 티비를 보며 똑똑해지는 법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역시 이 조그만 상자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은 웃음과 감동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이 공간에서 주로 다루는, 그리고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의도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구요.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시간에 맞추어 보지 못했을 때 어렵지 않게 다시 찾아볼 수 있는 편리함, 흘러간 방송분을 우연히 접하며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쾌감, 그리고 공중파에서는 보지 못하는 여러 참신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기쁨이 바로 그것이죠.

물론 요즘엔 다시보기 서비스가 잘 되어있고, 조금만 방법을 찾아보면 다운로드로도 여러 방송들을 접할 수 있기는 하지만, 커다란 TV화면으로 느긋하게 즐기는 즐거움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워낙에 다채로운 채널들이 준비되어 있는데다가, 그것들만 하나씩 꼼꼼히 뒤져보기만 해도 지루해할 틈이 없기도 하구요. 지난번엔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설명해드렸다면 이번에는 예능 프로그램을 다루는 채널들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제가 제일 즐겨 시청하는 채널들이거든요.

우선 TVN부터 시작해야겠죠. 대부분의 연예 전문 채널들이 공중파에서 이미 방영한 프로그램들을 재방송하기 십상인 반면 TVN은 이미 여러 양질의 컨텐츠를 자체 제작하면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벌써 시즌8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쌓아 올리고 있는 막돼먹은 영애씨는 물론, 하이킥 시리즈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 시트콤의 대부 김병욱 사단이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생초리 같은 꼭지의 드라마들은 공중파에서 시도하기 힘든 다큐 형식의 드라마나 좀 더 자유로운 표현을 가미하며 이 채널의 색깔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습니다.

남녀탐구생활이라는 대 히트작을 필두로 성우의 재발견, 새로운 개그 코드의 시작을 알린 롤러코스터나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로 벌써 장수 프로그램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택시도 바로 이 채널에서 제작하고 있는 기발한 프로그램이죠. 매주 화제를 불러 모으는 화성인 바이러스는 물론, 서서히 재기에 성공하고 있는 김성주의 차분한 진행이 돋보이는 Enews 역시도 발 빠른 화제잡기로 유명한 연예전문 리포터 프로그램이구요. 가장 유행하는 드라마나 영화도 발 빠르게 재방송하고 있으니 이상의 라인업만 보아도 웬만한 공중파 방송국이 부럽지 않은 역량이에요.

공중파 방송국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는 채널들 역시 흥미롭습니다. 특히나 MBC every1 같은 경우 자사의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것을 기반으로 여러 파일럿 프로그램을 신설하면서 예비MC들의 역량을 테스트하기도 하고, 아이돌을 중심으로 색다른 컨텐츠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방송국이죠. 최근엔 슈쥬의 선견지명이나 미인도 같은 프로그램이 주목할 만합니다. 새롭게 시즌을 시작한 무한걸스 시즌3도 멤버들의 적응기이긴 하지만 관록의 송은이를 중심으로 하고 있기에 미래가 기대되는 방송이구요. 다소 창작 프로그램의 빈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SBS플러스나 KBS Joy 역시도 의외의 발견을 할 수 있는 채널들입니다.

비단 예능 전문 채널이 아니더라도 고를 수 있는 선택은 다양하게 놓여 있고, 실험하는 분야 역시 다양합니다. 가끔씩 자극적이거나 극도로 선정적인 장면이나 화제를 다루기도 하고, 때로는 열악한 제작 여건이나 지나친 표현들 때문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예능 전문 채널들이 주는 매력은 그만큼 부족한 부분을 기발한 아이디어나 독특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입니다. 열거한 방송국들과 프로그램들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요. 리모콘을 조금씩만 움직이고 편성표를 유심히 보기만 해도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의 양은 압도적으로 커집니다. 이것이야말로 집에서 즐기는, 손쉽고 편리한 문화생활 아니겠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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