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한 수출규제는 한국 수출의 중심인 반도체 산업을 흔들고 더 나아가 한국 정부를 위기로 몰아넣으려는 의도도 해석되고 있다. 일본 국내적으로는 당연히 평화헌법 개헌선을 충족시키기 위한 7월 21일 참의원선거에서의 승리를 목적으로 한다. 동기도 목적도 불순한 것이 일본의 수출규제이며, 한국이 대비할 여유도 주지 않은 기습적인 공격이라는 점에서 비열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일본의 수출규제에 합리적인 논리와 근거가 있을 리 없다. 그런 일본에 핑계꺼리를 제공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의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인이었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가 싫다고 하더라도 우리와는 역사적 악연을 풀지 못하는 일본에 득이 되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는 시민들 반응이다. 시민들은 정부 대책 이전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였고, 상인들은 팔지 않는 또 다른 불매운동으로 가세했다.

사린가스로 전용할까 수출 규제?…일 '가짜뉴스 선동전'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그런 한편 일본의 방송사들은 아베정권의 수출규제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분위기다. 후지테레비에는 일본 자민당 간부가 나와 조선일보를 인용하며 일본 수출물자의 북한 유출 의혹을 제기했는가 하면,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익명의 정부관계자의 말이라면서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불화수소로 북한이 사린가스를 만들 수 있다는 의혹을 전했다.

모두가 근거 없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공식 답변이다. 10일 한국 방송 뉴스의 시선 역시 여기에 모아졌다. 핵심은 사린가스를 제조하는 데는 일본의 고순도 불화수소가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만일 북한이 사린가스를 만들고자 하더라도 고가의 일본 제품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팩트를 제시한 내용이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일본 방송이 진실보다는 아베정권에 편에 선 왜곡보도를 하고 있음을 분명히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에 맞선 한국 방송사들의 뉴스들의 대응 역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10일 기준으로 보면 일본 관련 뉴스를 가장 많이 보도한 곳은 MBC <뉴스데스크>로 7꼭지를 담았다. 그 다음으로 JTBC <뉴스룸>이 6꼭지, KBS와 SBS는 그보다 적은 4,5 꼭지를 편성했다.

'전략물자 유출' 무슨 근거?…"韓 조선일보 보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모두 사린가스 전용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 가운데 일본의 의혹제기에 한국의 보수언론 조선일보의 기사가 활용되었다는 사실은 MBC와 JTBC가 주목했다. 딱히 조선일보를 비판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정파적 동기에 의해 만들어진 기사가 특별한 상황에서 정부가 아닌 국가적 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음을 경계하고자 했을 것이다.

MBC와 JTBC의 보도 분량은 적절했다. 다만 민영방송은 SBS는 그렇다 치더라도 수신료를 강제징수하는 KBS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소극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KBS는 10일 9시 뉴스에 일본의 수출규제가 아닌 보톡스 약품 불법유통을 톱뉴스로 배치했다. 국민건강에 위협이 될 만한 사건이어서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 정부와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국민적 관심의 관점에서 볼 때 의문이 남는 편성이었다.

[단독] 보톡스 1위 메디톡스, 허가 전 미검증 약품 ‘불법 유통’ (KBS 뉴스9 보도화면 갈무리)

일본의 수출규제는 명백한 정치적 보복행위이며 국내정치개입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어느덧 경제적으로 세계 정상급 국가로 발돋움한 한국이 내심 못마땅하던 차에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피해자들에 대한 배상판결을 빌미로 한국, 특히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들의 잘못으로 발생한 배상문제에 반성이 아닌 적반하장의 보복행위로 대응하는 것은 조폭이나 다름없는 저급한 본성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 언론은 국가적 위기상황이라는 특별한 각성이 요구된다. 이 사태의 결말은 현재로서는 짐작조차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느 때보다 정부와 국민 모두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 언론의 역할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적어도 MBC와 JTBC 정도는 해야 옳다. 반면 KBS의 보도상황은 아쉽다. 수신료의 가치를 다하고 있냐는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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