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는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어떤 감정선을 가지고 시청자들과 대화를 할지, 어떤 식으로 전개해야 그들이 자신과 함께 호흡을 할지를 잘 알고 있는 김작가는 일주일을 기다린 많은 이들을 눈물 속으로 몰아갔습니다. 운명을 함께 하려 폭풍의 언덕에 올라서는 연인들처럼 번개가 치는 그곳으로 향하는 그들이 과연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궁금할 뿐입니다.

충격적 결말은 바로 이것 아닐까?

1.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는 그들, 사랑을 이야기하다

라임의 집을 찾은 주원의 어머니.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때와는 달랐습니다. 라임 아버지의 사망 13주기에 찾은 납골묘에서 마주했던 그들은 그렇게 초라한 라임의 집에서 다시 한 번 마주합니다. 라임은 전혀 알지 못했던 13년 전 사건에 아버지를 대신 살아 남은 이가 바로 주원이었다는 사실은 라임을 한없는 아픔으로 몰아넣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왜 하필이면 자신의 아버지와 목숨을 바꿨던 이가 주원인지 그녀에게 가해지는 그 지독한 운명에 눈물만 흐를 뿐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 남자는 액션스쿨까지 가서 라임을 찾지만 라임의 말이 거짓임을 알게 됩니다.

과일 가게 앞에서 한 없이 울고 있는 라임을 바라보며 차가운 날씨에 울지 말라며 자신의 목도리와 장갑을 벗어줍니다. 이 못난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 마지막까지 눈치 채지 말라며 눈물을 과일 탓으로 돌리기만 합니다. 자기보다는 상대를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는 이런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는 유죄일 뿐입니다.

가장 힘겨운 순간 '다크 블러드' 합격 소식을 듣게 된 라임은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져야만 한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그렇게 라임은 몰래 주원을 훔쳐보며 전화를 합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눈에 담아두려는 라임의 눈에는 한없이 눈물만 흐르고 그렇게 마지막을 준비하던 라임은 운명처럼 슬이와 마주합니다.

피카소의 그림처럼 전시하고 살아가는 주원과 슬의 삶는 달리, '존재를 감춰야 존재가 드러나는 운명인 스턴트우먼'으로 살아가는 라임은 슬이에게 현실의 한계를 토로합니다. 처음부터 예상된 위기에 슬은 결코 포기하지 말라며 용기를 줍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독한 마음을 잡은 라임을 뒤흔든 건 역시 주원 어머니였습니다.

마지막 용기를 내 자신이 주원에게 맞는 여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눈물로 호소하지만 주원의 어머니는 주원을 백화점 사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강수를 둬 버립니다. 자신이 힘겨운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는 것을 볼 수 없는 라임은 이젠 이별해야만 할 때임을 직감합니다.

밀어내고 밀어내도 자꾸 자신을 찾는 주원을 위해 그녀는 하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직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사고와 자신을 위해 죽어야만 했던 라임아버지의 기억은 그들에게는 더 이상 가까워지기 어렵게 만드는 벽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렵게 막았던 '다크 블러드' 촬영을 하며 뇌사에 빠져버린 라임. 그렇게 옆에서 그녀를 지키던 주원은 라임이 자신이 즐겨 보던 책갈피에 넣어둔 '인어공주'의 마지막을 읽고 결심합니다. 자신을 위해 거품처럼 사라져 버릴 다짐을 한 라임을 위해 주원도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그녀에게 영원한 새로운 삶을 주려 합니다.

어머니에게 예쁜 꽃과 함께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항상 자신을 아껴주던 오스카에게 탐내던 선물을 전해주며 마지막을 고합니다. 너무 슬퍼서 일부러 더 크게 웃는 주원은 그렇게 오스카와도 마지막 하루를 보내고 인터넷을 통해 찾은 비 오는 지역으로 라임과 함께 갑니다.

영혼 체인지를 통해 스스로 뇌사 상태로 가겠다는 주원의 선택은 자신을 희생해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원한 사랑을 선택하도록 하는 지독한 사랑의 마지막이었습니다. 라임은 인어공주가 왕자를 위해 물거품을 선택하듯 스스로 사라져버렸습니다. 하지만 주원은 동화 속 왕자와는 달리 인어공주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되기를 자청해버립니다. 이 지독한 사랑을 위한 선택은 시청자들에게 '근원적 사랑'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번개가 치는 먹구름 속으로 차를 몰고 들어서는 주원은 그렇게 자신을 버리고 라임이 새로운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영혼이 바뀐 후에 읽을 마지막 편지를 쓰는 주원은 한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그렇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가장 완벽한 사랑을 선택하는 주원.

끝없는 잠 속에 자신을 가둬두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라임이 평생 해보지 못했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의 몸을 얻고 자신은 죽어도 헤어질 수 없는 라임의 몸을 얻을 수 있기에 행복해 합니다. 그 지독한 사랑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그들은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2. 아영의 꿈은 결말을 알리는 예지몽?

신통방통한 꿈을 잘 꾸는 라임의 친구 아영은 결말을 암시하는 꿈을 라임에게 팝니다. 죽음과 같은 깊은 잠과 그 해결책까지 제시한 그녀의 꿈은 3회 남은 <시크릿 가든>을 예상하게 하는 모든 것입니다.

"새하얀 눈밭 한 가운데 끝장 예쁜 식탁이 차려져 있는 거야. 근데 그 식탁에 너랑 사장님이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더라. 완전 예쁜 꽃차를"
"꽃 차? 혹시 꽃 술 아니었어?"
"나야 모르지. 꿈에서 맛이 나냐. 근데 너랑 사장님 말고 한 사람이 더 있었거든. 근데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어. 아무튼 둘이 그 차를 마시니까 하늘에서 새빨간 장미꽃잎이 비처럼 쏟아지는 것이 있지. 완전 황홀했었어"

신비가든에서 낡은 식탁에 앉아 서로의 알 수 없는 운명을 맞이했듯 마지막 순간 그들은 다시 식탁에 앉아 있습니다. 처음과는 달리 너무 예쁜 식탁에 앉은 그들은 차인지 술인지 알 수 없는 예쁜 꽃차를 마십니다. 영혼을 바꿀 수 있게 만드는 그 신비의 묘약은 마지막 순간 영혼이 바뀔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 변화가 주원이 선택한 영혼 체인지라기 보다는 마지막 순간 라임이 선택하는 마지막 영혼 체인지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라임의 절친 아영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한 사람은 신비가든에 있었던 라임의 아버지로 분한 여자일 가능성도 높지요. 마지막 장미 꽃잎이 비처럼 쏟아진다는 설명이 그들이 해피엔딩일 수밖에 없음을 예고합니다. 장미가 빨간색임을 들어 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피를 흘린 이후 맞이하는 상황이기에 이는 피로 해석하기 보다는 장미 꽃잎이 가지고 있는 꽃말에서 답을 찾는 게 현명합니다.

'사랑, 애정, 행복한 사랑'을 뜻하는 장미 꽃말은 중요한 힌트가 됩니다. 다른 색도 아닌 빨간 장미 꽃잎이 쏟아진다는 아영의 말은 주원과 라임이 행복한 사랑으로 마지막을 장식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행복한 사랑을 정의할 것이냐입니다.

뇌사에 빠진 라임과 영혼을 바꾼 주원. 그런 주원을 위해 라임이 선택할 수 있는 사랑은 무엇일까요?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영혼이 바뀌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서로의 몸을 오가며 나눌 수 있는 그 교감이 영원히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는 형태라면 그들의 사랑은 일반인들은 결코 알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완전체에 가까운 사랑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영혼이 정지한 뇌사 상태에서 그들의 영혼이 바뀐다면 모두가 뇌사가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13년 전과 같이 누군가의 희생은 다시 그들을 깨워줄 수도 있을 겁니다. 꽃차인지 꽃술인지 알 수 없는 그것과 낯선 사람의 존재는 바로 그들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마지막 열쇠일 테니 말입니다.

암수가 한 몸인 '자웅동체'처럼 그들은 하나의 몸에 서로의 영혼이 함께 하는 완벽한 주원과 라임으로 살아갈 가능성도 농후해 보입니다. 갑자기 뇌사에서 깨어나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결말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많이 달려온 <시크릿 가든>은 현실에서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그들만의 완벽한 사랑으로 영원한 사랑을 만들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원이 부른 '그 남자'는 가장 극적인 장면에 흐르며 그의 결심을 더욱 애절하고 안타깝게 이끌었습니다.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라임을 간호하며 흐르던 '한 남자' 역시 마지막을 정리하는 주원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이끄는 데 한 몫 했습니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동화 속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버리겠다는 라임의 마지막 다짐을 보며 흘리는 주원의 눈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아픈 눈물이었습니다. 주원의 마지막 유언 같았던 메시지를 읽으며 20살 때 주원 같다는 엄마의 말은 그들이 다시 한 번 죽음의 문턱에 다가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13년 전 행복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죽음 앞에 놓였던 주원처럼, 13년이 흐른 지금 주원은 다시 한 번 죽음을 맞이합니다. 과연 13년 전과 같이 라임의 아버지는 다시 한 번 주원을 죽음에서 구해줄 수 있을까요? 이제 3회 남은 <시크릿 가든>은 폭풍 같은 눈물과 함께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멋진 이야기 속으로 시청자들을 몰아넣어 버렸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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