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무한도전은 정형돈의 다리부상에 이어 길까지 다리부상을 당함에 따라, 준비했던 특집을 접고 긴급회의를 통해 '정총무가 쏜다'를 촬영하고 방영하였습니다. '정총무가 쏜다'는 지정된 장소에서 해당 사람들이 먹고 고르는 모든 것들을 정총무가 계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요. 단 계산되는 총 금액을 정해진 오차범위 내로 정총무가 맞힐 경우에는, 정총무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계산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무한도전의 '정총무가 쏜다'가 방영된 이후, 무한도전 게시판과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과소비 논란이 일면서 비난을 하고 있는데요. 서민들의 한 달 봉급과 같은 돈을 하루에 지출하고 돈으로 게임을 하냐며, 차라리 그 돈으로 가난한 아이들 먹을 것 사주거나 양로원이나 장애인 봉사 등을 통한 기부를 했으면 더 좋았다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 '정총무가 쏜다'에서 지출된 비용을 가지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거나 기부를 했다면, 추운 연말 연초부터 그것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훈훈함을 느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정총무가 쏜다'편이 돈자랑질에 무의미하기만 한 그런 과소비 형태의 지출이었을까요?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무한도전 멤버들은 먼저 MBC 내 미니마트에서 대결을 시작하는데요. MBC 연예대상 이후 밤을 새우고 바로 6시부터 촬영을 시작한 터라, 칫솔과 양말, 아침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 등을 구매하게 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는 것들도 있기는 했는데요. 하하가 가글을 한 모금씩만 마시고 8개나 구입하는 장면이 보여지면서, 이것을 과소비의 이유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한 이번 '정총무가 쏜다'는 일방적으로 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고, 금액대를 정준하가 맞출 경우 그 희비가 바뀔 수도 있는 반전의 재미까지 더했는데요. 게임에서 이긴 정준하에 의해 더치페이로 자신이 직접 계산을 하게 됨으로써, 하하의 그런 잔머리는 결국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그 결과는 단 400원이 모자란 금액을 부른 정총무의 승리였는데요. 총 금액을 귀신같이 맞추는 모습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두 번째 대결은 MBC 구내서점에서 진행이 되었는데요. 1패 후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공격에 나선 멤버들은 각자가 읽을 책들을 고르게 됩니다. 그런데 또 여기서 멤버들이 책을 수십 권이나 막 고르는 모습을 보고, 읽지도 않을 책을 고른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분명 시작하기 전부터 고른 책은 두 달 안에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기로 규칙을 정하고 시작을 하였습니다. 멤버들이 수십 권을 고르든, 수백 권을 고르든 자신이 고른 책을 두 달 안에 다 읽기만 한다면, 그것은 결코 비난할 것도 아니고 칭찬해주어야 할 일인 것이죠.
'정총무가 쏜다'의 취지와 유재석의 의도
그렇게 무한도전 멤버들은 MBC 내 미니마트와 구내서점에서 연습게임을 한 뒤, 본격적인 대결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 첫 번째로 무한도전 멤버들은 일산에 있는 MBC 개그맨실을 찾아 20여명의 후배 개그맨들을 데리고 회전초밥집에서 대결을 하는데요. 덕분에 MBC 개그맨들은 배부르게 한 끼 식사를 하게 됩니다.
개그맨들이 배고프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갈수록 개그 프로그램들이 외면을 받고 사라져가면서 더욱 힘들어 지고 있는데요. 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도 인기 많은 아이돌들이 그런 개그맨의 자리를 대신함에 따라, 점점 개그맨으로서 설 자리가 없어져 가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대결에서 개그맨 후배들에게 쏘러가자고 제안을 한 것은 바로 유재석이었는데요. 사실 '정총무가 쏜다'의 취지는 바로 이것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MBC 연예대상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던 MBC 개그맨들에게, 그리고 마침 MBC 연예대상이 끝난 다음날 촬영이었기에 개그맨 선배들로서 밥 한 끼 사주면서 기운을 북돋아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어이없는 과소비 논란, 금액만 크면 무조건 과소비인가?
이처럼 MBC에서 개그 프로그램들이 사라지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개그맨 후배들에게 힘내라는 의미로, 그리고 지난 1년간 길게는 5년간을 함께 하면서 고생했던 스태프들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무한도전 멤버로서 한턱 쏘는 것이 과연 과소비일까요?
기부를 했으면 더 좋았다? 물론 그 금액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기부를 하는 것도 정말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기부만 의미 있는 일이고, 힘든 후배 개그맨들과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쏘는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실제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무한도전보다 기부를 많이 한 프로그램이 있던가요? 무한도전은 그렇게 그동안 기부도 많이 해왔고, 이번에는 개그맨으로서 그리고 무한도전 멤버로서 의미 있는 지출을 한번 한 것이 그토록 비난을 받아야 하는 일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 달 봉급에 가까운 돈을 하루에 지출하는 것에 돈자랑이다? 후배 개그맨 20여명과 무한도전 멤버들에 시민커플 1쌍까지 30여명에 가까운 인원이 회전초밥집에서 869,330원이 나왔습니다. 1인당 계산하면 28,900원 정도 될 텐데요. 그리고 전집에서 무한도전 멤버포함 110여명이 먹은 전값이 446,000원이 나왔습니다. 이것도 1인당 계산하면 4,000원 정도 되겠지요.
이것은 배고픔에 매일을 김밥과 라면으로 때우던 개그맨 후배들에게 고작 28,900원짜리 식사로 생색을 내며 배를 채워준 것이요, 고생했던 스태프들에게 1끼 식사값도 되지 않는 4,000원으로 고마움을 대접한 것입니다. 이것이 과소비일까요? 인원수가 많았기에 금액이 컸던 것일 뿐이지, 결코 이것을 과소비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1명이서 억지로 돈을 내게 만드는 것이 가학적이다? 물론 가학적입니다. 방송으로 볼 때는 말이죠. 하지만 그것이 이번 방송의 주된 재미의 목적이었고, 일부러 오버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긴급회의로 '정총무가 쏜다' 아이템을 결정할 때도, 정작 정준하가 걱정한 것은 과연 자신이 울그락불그락 하는 것만으로 웃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지요. 멤버들 역시 거기에 무조건 정준하가 다 쏘도록 한 것이 아니라, 금액대를 맞추는 룰을 만들어 반전의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비를 들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은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무한도전에 대한 애착과 멤버들 간의 끈끈한 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또한 방송에서는 그렇게 큰 금액으로 혼자 부담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해도, 실제로는 어느 정도 함께 보태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도 이번 '정총무가 쏜다'를 통해 정준하는 전자두되라는 별명을 얻으며 주목을 받고 자신의 주가를 올릴 수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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