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의 스타킹이 유재석의 무한도전 시청률을 압도하게 된 경위는 이러저러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유를 들라면 12월에 세상을 놀라게 한 야식배달부 김승일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야식배달부, 늦은 밤 출출한 사람에게 가장 반가운 이름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도 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야식배달부의 입에서 나온 소리라고 믿을 수 없는 아름다운 노래는 식스센스의 반전에 견줄 만큼 큰 충격과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노래만이 아니었다. 야식배달부 김승일에게는 세상을 울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어머니의 병환과 그로 인한 자괴감 등 그는 더 이상 고급스러운 음악을 지속할 수 없었다. 성악 등 클래식은 재능과 열정만으로 배우고 또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김승일이 가진 소리는 성악계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 천상의 목소리라는 칭호를 들은 배다해가 엄격한 박칼린에 의해서 제1 솔로 자리를 선우에게 내줘야 했듯이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배다해에게도 역시 김승일과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 김승일에 대해서는 요약된 이야기만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배다해에 대해서는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 그녀의 노래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알 수 있었다. 누구라도 인정할 수 없는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가진 배다해가 성악을 그만두고 대중가요계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진작 성악계가 배다해를 인정하고 붙잡았다면 굳이 험난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을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다해와 김승일은 분명 2010년 성악으로 스타가 된 두 사람이다. 배다해는 이미 그 인기를 충분히 겪었고, 김승일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성악을 그만둔 지 꽤 오래 됐다는 것이다. 그러니 성악에서 엄격하게 요구하는 부분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중은 선우보다 배다해에게 환호하듯이 8일 스타킹에 다시 나온 김승일에게 환호하고 있다. 히스토리의 힘이 크다지만 그보다는 김승일의 먼지 덮인 소리지만 대중의 귀에는 그것이 훨씬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세계 3대 테너의 노래는 다 듣지 못했더라도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를 들은 사람은 많을 것이다. 클래식이 스칼라좌를 벗어나 낮은 광장으로 내려왔을 때 대중도 가슴을 열고 그 노래에 반응했다. 그런 것처럼 김승일의 노래는 연습과 훈련이 아주 잘된 성악적 발성보다도 대중의 귀에는 더 아름답게 들린다. 거기다가 그에게는 이 힘든 시기를 걸어가는 젊은이들이 동병상련을 가질 수 있는 아주 힘들고 아픈 사연까지 있으니 그의 노래에는 감동과 설득이 실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배다해와 김승일이 성악으로 스타가 되는 동안 정작 성악계에서는 누구도 그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 물론 성악계 자체에서는 분명 주목받는 신인과 떠오르는 스타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만의 경계 속의 일이고 대중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배다해와 김승일은 역설적으로 성악을 버린 후 성악으로 스타가 됐다. 이 역설의 성공과 승리는 달리 말하자면 방송의 위력이고, 대중의 선호를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이제 성악 혹은 클래식도 연미복을 고집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스타킹 제작진이 8일 출연한 김승일에게만 다른 출연자와 달리 평상복을 입힌 이유이다.

김승일을 발굴하고, 그로 인한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스타킹이 김승일에게 연미복 하나 입혀줄 성의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타킹 PD는 대중이 김승일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목청킹 출범식 자리에서 김승일에게 멋들어진 턱시도를 입혔다면 그가 주는 감동은 왠지 모르게 작아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성악을 하기에는 마른 체형에다가 배다해처럼 귀여운 얼굴을 가진 김승일. 그가 이제 와서 다시 레슨을 받고 학업을 계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가 갖고 있는 타고난 목소리, 신이 그에게 주고 되찾아가지 않은 그 목소리로 대중적인 성악을 해서 한국의 보첼리가 되기를 기대하게 된다. 아주 오랜 승일앓이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야식배달부 성악가 김승일에 이어 지난주 청각장애인들의 천수관음무까지 스타킹의 행보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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