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가 이야기하는 진실을 규명하는 법의학 드라마 <싸인>은 출연진들의 탁월한 연기와 흥미진진한 전개로 연일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유명 스타였던 김성재 사건을 떠올리게 하며 주목을 끌었던 <싸인>에서 중요한 인물은 바로 윤지훈입니다.

윤지훈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시대 찾기 힘든 존재이기 때문

유명 아이돌 스타의 죽음을 둘러싼 권력 기관의 대립과 부검의들의 신념의 대결은 회를 거듭할수록 치열하게 진행됩니다. 부검을 둘러싸고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권한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윤지훈과 이명한은 2라운드를 통해 본격적인 진실 찾기에 접어듭니다.

기도에서 발견한 푸른색 미세 섬유는 건강한 남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명확한 단서임에도 사건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아이돌 스타의 코디네이터가 범행을 자수하며 청산가리로 살해했다고 밝혔기 때문이지요. 직접 해부를 한 집도의로서 그녀의 자백이 거짓임을 알고 있는 윤지훈은 진실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게 됩니다.

명확한 증거들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말도 안 되는 사인을 들고 나오는 이유가 궁금한 것은 당연하지요. 사건을 맡은 정우진 검사 역시 상부의 지시로 강압적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있지만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우진 검사실에서 일하는 최이한(정겨운) 형사만이 사건의 핵심이 무엇인지 확인하려 노력할 뿐입니다. 거대한 로펌을 통해 사건이 조작되고 있는 상황을 감지하고 중요 인물들에 접근해 가는 상황에서, 폭행까지 당하며 그가 알 수 있었던 것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조직이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공권력에 대항하면서도 당당한 로펌 변호사의 모습만 봐도, 숨겨진 진실에 거대한 음모와 힘이 도사리고 있음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거대한 힘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이명한은 그들과 손을 잡고 적극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사인을 조작합니다.

CCTV실에서 모든 녹화분을 샅샅이 뒤진 윤지훈과 고다경은 의문의 여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죽은 사체의 기도에서 나온 푸른색 미세 섬유의 증거인 쿠션을 가지고 사라진 여인을 쫓는 그들은 주차장에서는 사라진 증거물을 찾기 위해 공연장을 모두 뒤집니다.

최고급 승용차와 의상을 통해 그녀가 VIP임을 확신하고 그녀의 동선을 다시 따라 추적하다가 쓰레기통에 버렸음을 확신하지만 이미 그 쓰레기들은 소각장으로 향한 이후였습니다. 때마침 비까지 내리고 증거로서의 가치를 상실해 버린 상황에서 그들이 느끼는 좌절합니다.

진실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용의가 있는 윤지훈으로서는 자신이 직접 해부해 사인을 밝힌 상황에서 거대 권력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윤지훈은 징계 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반격을 시작합니다.

이명한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소량의 청산가리로도 죽음에 이르기 위해서는 폐에 결함이 있음을 확인해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부검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국과수 원장은 죽은 이 부모의 동의를 얻어 재부검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둡니다. 그들에게는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지요.

1회에서는 윤지훈의 법의학자로서의 소신이 중요하게 거론되었다면 2회에서는 거대 권력에 대한 현실적인 정의를 내보였습니다.

이명한과 윤지훈이 엘리베이터에서 나눈 대화는 이 드라마의 핵심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정의와 진실. 우리 사회에서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해줍니다.

<싸인>은 절대 허물어질 수 없는 성역에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잘못된 권력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과연 그들의 도전이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진실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