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마이 프린세스'는 송승헌과 김태희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스토리 보다는 그 둘이 한 화면에 잡힌다는 외모적인 부분이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동시간대 함께 방영을 시작한 '싸인'에 연기력이 뛰어난 박신양과 전광렬이 출연하면서, '싸인'과 '마이 프린세스'는 연기력과 비주얼의 대결이라고 평가가 되어졌는데요. 그리고 그간 연기력 논란을 일으켜왔던 여주인공 김아중과 김태희를 두고, 이번에는 과연 누가 더 연기력 논란으로 주목을 받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일단 시작은 김아중과 김태희 둘 다 연기력 논란에서는 비껴나간 모습인데요. 특히 김태희는 철저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억척녀, 푼수녀, 깨방정 등의 말과 함께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망가지는 김태희, 이런 모습 처음이야
김태희가 '마이 프린세스'에서 맡은 역할은 50만원 짜리 여행가방에 꽂혀서 그것을 사기 위해 오전 오후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하는 억척녀 이설입니다. 또한 그 여행가방을 사려는 이유도 짝사랑하는 남정우(류수영) 교수가 방학 때 이집트에 간다는 말에, 피라미드 앞에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으로 사랑고백을 하기 위해서인데요.
그런 그녀가 박해영(송승헌)을 만나면 비록 실전경험은 없지만, 빠삭한 이론만으로도 연애고수가 되는데요. 600만원 반지를 일시불로 사는 해영에게 상품권을 타게 영수증을 달라고 조르며, 여자에게는 그런 선물보다 남자의 노력과 마음이 중요하다고 청소를 직접 해주라며 고무장갑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또한 해영이 좋아하는 오윤주(박예진)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질투를 느끼게 해야 한다며, 가짜 애인행세를 하고 연애코치를 자처하기도 하는데요.
그리고 할아버지의 명으로 이설을 데리러 펜션에 온 해영을 이설은 제대로 바가지 씌우는데요. 하룻밤에 15만원, 정식 5만원, 온수 5천원 등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정말 웃음을 자아내었습니다.
김태희는 과연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난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망가지는 김태희가 연기력 논란에서 이제 벗어날 정도로 연기력이 향상된 것일까요? 사실 이번 김태희의 연기는 특별히 연기력이 향상되었다기보다는 캐릭터가 가지는 힘을 잘 흡수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어울리지 않는 옷만 입던 사람이 드디어 자신에게 꼭 맞고 어울리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랄까요? 또한 그동안의 지적인 이미지를 과감히 깨고, 망가지는 그녀의 모습이 더욱 호감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지요.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김태희의 연기력이 향상되었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것 같습니다.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나 그간 연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돋보였던 것이죠. 실질적으로 김태희가 그동안 연기력 논란으로 비난을 받은 것은 진지한 감정 연기가 필요한 부분들이었습니다. 김태희의 연기력을 평가하려면 초반의 발랄한 이미지보다는, 극 중반이 지나 캐릭터가 다소 진부해지고 감정 연기가 잦아지는 시점이 되어야 합니다. 2화에서도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된 이설이 우는 모습이 보여졌는데, 발랄하던 모습을 보다 갑자기 슬픈 감정이 오버된 모습을 보니 약간 어색하긴 하더군요.
그렇게 김태희의 연기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일단 김태희의 러블리한 모습은 상당히 보기 좋습니다. 또한 권석장 PD가 '파스타'를 통해 이선균과 공효진 커플의 그 감질맛 나는 달달한 연기를 잘 이끌어냈던 것처럼, 이번 김태희와 송승헌 커플 역시 PD의 그 연출만으로도 그 둘의 장점을 잘 이끌어낼 것 같아 기대감을 가지게 만듭니다.
또한 장영실 작가 역시 '파리의 연인', '시티홀', '시크릿가든'과 같은 감각적인 대사와 흥미로운 스토리로 인기를 끌었던 김은숙 작가의 밑에서 10년 이상을 함께 작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과연 장영실 작가가 이번 '마이 프린세스'에서 김은숙 작가처럼 감각적인 대사와 스토리 라인을 통해, 김태희와 송승헌의 명대사 명장면을 지원사격해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아무튼 정말 이번 '마이 프린세스'가 김태희의 재발견과 함께 연기력 논란을 떨쳐버리는 대표작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텐데요. '마이 프린세스' 앞으로의 이야기가 상당히 궁금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