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시안컵 개막이 하루 앞입니다. 세계 축구에서 아직은 유럽과 남미에 밀려 있는 아시아 축구의 또 다른 반전을 꿈꾸는 대회 아시안컵! 2022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 중동에서 펼쳐지는 7번째 아시안컵 대회에도 축구팬들의 염원은 역시 우승이겠죠?

카타르 아시안컵 슬로건도 '왕의 귀환, 아시아의 자존심(Return of the King, Pride of Asia!)'이라고 하는데, 우리 축구대표팀의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아시아 축구 강국의 자존심을 건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데요.

하지만, 아시안컵 정상을 노리는 한국축구에 마냥 기대감으로 가득한 두근거림만 있는 건 아닐 듯합니다. 어제 AFC 총회에서 거행된 FIFA 부회장 투표, 결과는 AFC의 핵심인사 가운데 한국인은 아무도 없게 됐다는 거!

16년 동안 4선에 성공하며 한국 축구외교의 수장을 맡아왔던 정몽준 회장은 다섯 표 차이로 후세인 요르단 왕자에 졌습니다. 세계 축구의 거물로 활동했던 정몽준 회장, FIFA내에서 야당으로 활동했던 그의 힘은 블레터 회장의 견제로 결국 무너졌죠.

가까이는 지난 2002년 블래터 회장의 재선 당시 반대파에 서면서 극명하게 갈렸던 기억도 있습니다만, 블레터 회장과 정몽준 회장의 껄끄럽고 어색한 관계는 그 역사를 꽤 깊게 가져왔습니다.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부터 두 사람의 어색한 기류는 감지됐습니다. 당시에도 요한손 유럽축구협회장을 지지했던 정몽준 당시 부회장, 블레터 회장과의 관계는 좋을 리 없었죠.

그런 가운데 1998월드컵부터 강화된 백태클 금지 조항에 본보기로 멕시코전에서 첫 골을 넣은 하석주 선수가 퇴장당하게 됩니다. 득점을 올리고 2분 만에 퇴장을 당하며 가린샤 클럽에 이름을 올린 하석주 선수, 결국 이 퇴장으로 우리 대표팀은 역전패를 당했다는...

직접적인 영향의 증거는 없지만, 블레터 회장의 정몽준 부회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사건이라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그 밖에도 당시 신임회장이던 블레터는 전임 아벨란제 회장이 공을 들이던 2002월드컵 남북한 분산 개최 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죠.

역사 깊은 반목은 2010년에도 여전히 이어졌고 결국 정몽준 부회장에게만 의존했던 한국축구의 세계무대 영향력은 확 줄었다는 거. 이 같은 현상의 반대급부로 아시아 축구에서 득세하게 된 쪽은 바로 "중동"이죠.

이미 카타르 출신의 모하메드 빈 함맘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을 맡으며 2022년 월드컵도 카타르에 빼앗긴 가운데, FIFA부회장직을 포함해 아시아축구계의 요직을 모두 중동 쪽에 빼앗겨 버렸다는 겁니다.
축구실력으로 중동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동북아시아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의 단결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하는데요. 중동 쪽으로 아시아축구의 중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우리 축구계의 마지막 파워를 잃은 듯한 이번 선거는 여러모로 의미가 큽니다.

그런 시점에서 우리 축구 대표팀이 아시안컵을 치른다는 것, 그것도 중동에서 아시안컵을 치른다는 건 더욱 의미 있는 사건일 터. 막대한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한 자본의 힘으로 세계 축구계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동축구에 우리에게 남은 건 축구 그 자체뿐.

축구, 그 자체만을 따지고 봤을 땐 아직까지 우위라고 주장하기 위해선 그 우위를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 대회가 바로 이번 아시안 컵일 듯합니다.

월드컵을 포함한 국제대회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여 왔다곤 합니다만, 그동안의 아시안컵을 돌이켜보면 결코 우리가 중동축구보다 앞섰다고 이야기하기도 힘든 결과였는데요. 아시안컵을 앞둔 우리 대표팀에게 여러 고민과 자존심이 교차하는 순간은 아닐런지, 또 자칫 중동 일변도의 축구가 이로써 굳어지는 건 아닌지...

하루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 개막에 우리 축구계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는 대목입니다. 이런저런 고민 없이 따지고 보면 그저 축구팬의 마음으로 이런 스포츠 이벤트가 마냥 즐거운 노릇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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