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 시즌2가 마무리된 지도 벌써 해를 넘겼지만 이들 중 행보가 뚜렷하게 결정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여전히 대회의 주최측인 Mnet에 한시적으로 소속되어 어중간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죠. 각자가 대회 기간 중 선곡했던 곡을 싱글로 발표하기도 하고, 허각이나 존박의 경우 인상적인 음원 실적을 내기도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활동을 했다고 말하기에는 미미한, 충분히 더 큰 성과를 노릴 수 있는 발판은 마련되었지만 초기의 화제를 이어가기에는 다소 아쉬운 시도들의 연속이었죠.

분명 이들의 음원은 대박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활동 반경은 전혀 넓지 못했어요. 공중파의 견제로 인해 이들 중 누구도 연말 가요 프로그램은 물론 매주 진행되는 각 방송사의 무대 위에서 노래할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터울이 낮은 SBS에서는 엉뚱하게도 뉴스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 기회를 얻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화제를 활용하고자 했던 얄팍한 노림수 덕분이었죠. 연말 콘서트에서 이들의 이름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고, 여러 행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면면들이었지만 정작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경력을 시작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슈퍼스타K2의 사람들은 아직도 출발선에 머물러 있어요.

그 와중에 흥미 있는 돌파구가 하나 생겼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은 허각과 존박, 장재인과 강승윤의 톱4를 중심으로 삼성에서 시작한 갤럭시텝 홍보 참여가 그것이죠. 일전에 삼성에서 시도했던 4명의 잘나가는 여자 아이돌 멤버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형식과 유사한, 하지만 슈퍼스타K 스타들에게 최적화된 광고입니다. 신제품의 모델로 발탁되어 4명이 같은 곡을 각기 다른 스타일로 소화하며 경쟁을 붙이는, 자신들이 유명세를 얻은 방식 그대로를 차용한 괜찮은 전략이에요. 자신을 알리기에도 효과적이고, 광고 모델로 삼성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 자체로도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이나 음색을 정면에 내세우고 있거든요.

크게 내지르는 허각의 창법을 살린 그만의 발라드버전, R&B 스타일의 존박, 재즈풍의 노래에 몸을 맡기는 장재인, 그리고 일레트로닉락 버젼의 강승윤까지 저마다 제법 어울리는 곡을 소화하는 모습은 반갑고 재미있습니다. 정작 그동안의 활동들이 일전에 경쟁을 거치며 소화했던 기존의 곡들이 대부분이었던지라 비록 제품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곡이라 해도 새로운 노래를 적절한 장르에 맞추어 부르는 모습은 무척이나 반갑고 흥미로운 장면이에요. 이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이런 저런 행사에 끌려 다니며 다른 이들의 노래를 부르거나, 흥미 위주의 쇼에 동원되어 과거와 지금의 달라진 모습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노래를 부르는 것. 즉 가수로서의 역량을 뽐내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역시도 기업의 특정 제품 홍보를 위한 활동의 일환이고, 이 노래들이 순수하게 그들의 성장이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소속사 결정을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한번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에요. 쇼케이스에서 만난 그들의 무대는 그래서 더더욱 반갑고 기대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수많은 이들이 슈퍼스타K에 관심을 가지고 그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사랑과 성원을 보냈던 이유는 결국은 노래하는 가수에 대한 갈망, 이들의 목소리와 무대가 가지고 있던 힘에 매료되었기 때문이거든요. 이번 삼성 갤럭시텝 홍보 활동은 이런 오랜 기다림에 어느 정도 응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 현재로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적절한 방식의 측면 승부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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