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지난 3월 5G 이용약관 인가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부실심의가 의심된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민생희망본부는 과기정통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에 눈이 멀어 무리하게 이용약관을 인가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4일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5G 인가 및 신고자료 정보공개 청구 결과를 발표했다. 민생희망본부는 앞서 과기정통부에 5G 이용약관 인가 및 심사자료 일체와 요금산정 근거자료,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 명단 등의 자료를 정보공개청구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부분공개 결정을 내리고 이용약관심의자문위 명단은 비공개했으며 5G 요금산정 근거자료에서 가입자수 예측, 공급비용 예측, 예상수익 등의 자료는 기업의 영업비밀을 사유로 수치를 삭제해 부분공개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4월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 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 행사에서 5G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생희망본부는 "5G 이용약관 심의·인가 과정에서 과기정통부의 역할·입장을 찾아볼 수 없고 법적기구가 아닌 이용약관자문위에 사실상 결정의 책임과 권한을 떠넘겨 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훼손시켰다"고 지적했다. 민생희망본부는 "결국 자문위 결정이나 통신사의 인가신청 자료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현재의 인가심의 구조에서 피해를 입는 건 높은 통신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대다수 국민들"이라고 했다.

민생희망본부는 "과기정통부가 이용약관자문위에 제출한 심사 자료를 보면 과연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이 제출한 자료에 대해 자체적인 검증이나 검토과정을 거쳤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내용이 동일하다"며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이 제출한 데이터와 자료를 그대로 옮겨적었을 뿐 그 어떤 사전 검토의견이나 자체적인 분석자료를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생희망본부는 "과기정통부가 SK텔레콤이 제출한 자료에 대한 자체적 검증 없이 그대로 자문위에 제출하다보니 SK텔레콤이 제출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예측, 단위요율 인하율 등의 예측이 다소 현실과 차이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자문위에서 고려되지 않았고 결과 보고에 그대로 인용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민생희망본부는 "특히 가입자당 평균매출 예측의 경우 고가요금제 중심의 5G 요금구조로 인해 가계통신비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중요한 근거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선택약정할인을 감안'해 ARPU 증가액을 낮춰잡고, 'LTE, 5G 요금제의 합산 ARPU 증가액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계통신비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이라는 SK텔레콤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며 인가신청 요금제에 정당성을 실어줬다"고 비판했다.

민생희망본부는 "저가요금제 이용자에 대한 차별의 근거로 줄곧 지적됐던 데이터 단위요율의 경우 자문위에 제출된 수치 자체에도 오류가 있을 뿐 아니라, 1인당 10%의 요금 상승에 대한 고려 없이 데이터 단위요율만 직접 비교해 인하율에 45%에 이른다는 SK텔레콤의 자료를 그대로 심사자료에 인용했다"며 "그러나 실제 같은 요금(5만5000원)으로 맞춰 데이터당 요금을 비교하면 데이터 1GB당 실제 요금 인하율은 27%에 불과한데도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자체분석 없이 SK텔레콤이 제출한 엉터리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자문위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민생희망본부는 과기정통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앞세우기 위해 소수의견을 묵살하고 무리한 인가를 강행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3월 5일 자문위에서 SK텔레콤이 제출한 이용악관인가 신청서를 반려한 직후인 3월 13일 버라이즌이 4월 11일로 5G 상용화 일정을 확정 발표하자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미국에 뺏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졸속심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민생희망본부는 "과기정통부는 3월 18일 언론을 통해 삼성 갤럭시 S10 5G 모델이 방송통신기자재 적합성 평가의 적합인증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언론은 정부와 이통사가 4월 5일로 세계 최초 5G 상용화 행사를 잠정 합의했다는 기사를 앞다퉈 보도했다"며 "인가제 재심의 일정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5G 상용화 기념행사 일정까지 논의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월 25일 기존에 제출한 3구간에 5만5000원 요금제 구간을 추가한 재인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과기정통부는 26일 자문위를 열어 재심의를 진행했다. 자문위는 "최저구간을 추가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 점을 긍정 평가한다"며 이용약관 인가를 권고했고, 과기정통부는 29일 이용약관 인가 발표를 했다.

민생희망본부는 "이 과정에서 최저구간 요금제의 제공량이 상위구간에 비해 적게 설정됐다는 소수의견은 묵살됐고 '최저구간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빠른 시간 내 확대 필요’라는 선언적 문구만 확인됐을 뿐"이라며 "결과적으로 자문위와 과기부는 저가요금제 이용자의 5G 진입기회를 박탈하고 5만5000원 요금제 이용자의 경우 최소 13배 비싼 데이터당 요금을 내야 하는 명백한 차별을 사실상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기지국 미비, 통신장애, 불법보조금 등에 대한 우려에도 인가를 서둘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생희망본부는 "기지국 부족에 따른 불완전 판매 논란, 5G Network와 LTE망을 혼용하는 NSA(None Stand Alone)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통신장애 등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그 결과 5G 서비스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7월 현재도 5G망과 LTE망이 전환될 때 발생하는 통신장애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고, 단말기에서 아예 기본 이용망을 LTE로 설정해 사용하는 사례도 접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생희망본부는 과기정통부의 부분공개 결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민생희망본부는 "이미 지난 2011년 참여연대가 정보공개한 통신정책TF 명단을 공개한 사례가 있고,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2G, 3G 이용약관 심의자료에 포함된 예상수익, 예상 가입자 수 등의 자료가 공개됐던 만큼 이번 비공개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과기정통부의 부분공개 및 비공개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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