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 KBS <한국사전> '세종대왕-밥은 백성의 하늘이다'편의 한장면이다.

막연히 훌륭했던 임금이라는 이미지 밖에 없던 세종대왕이 최근들어서는 꽤나 입체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KBS 드라마 <대왕 세종> 덕분이다. 교양프로그램도 동참했다. 26일 방송된 KBS <한국사전> '세종대왕-밥은 백성의 하늘이다'편은 과학영농으로 백성들을 구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분석했다.

대체로 감동스럽다. 이런 어질고 훌륭하고 똑똑한 임금이 있었다니 놀랍다. 예상했던 세종대왕의 이미지를 전혀 배반하지 않는다. 당시에 세종대왕이 내놓은 <농사직설>은 현재 똑같이 재연해봐도 매우 과학적인 방식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방송 후반부에 나온다. 세종대왕은 세제개편을 단행하면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내용은 이렇다. 지방유지들에 의한 착취를 막기 위해 국가가 세금을 거두는 과정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의도였다. 그래서 토지세를 일정하게 고정시키는 '공법'을 시행하고자 했다. 여론조사는 관리에서부터 일반백성까지, 그 사이에서 오가는 찬성, 반대 의견을 모두 귀 기울여 들었다. 그래서 무려 17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17년? 너무 길어 비효율적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당시의 시간의 속도를 현재와 단순비교할 수도 없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인구도 17만명이 넘었다. 여론의 왜곡을 막기 위해 관리들이 직접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핵심은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데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일부 지역의 반대여론이 나오자 그 내용을 받아들여 수정했다.

전문가는 이렇게 분석했다.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의 말이다.

"15세기 초에 관련된 각 계층의 의견을 물었다는 것은 세계역사상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세종은 절대로 새로운 제도를 할때 그냥 급조를 하는게 아니고 실제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겠는지 이것을 계속 확인하는 그런 왕정을 펼치고 있는 왕이라는 것을 느낄때가 많습니다. 자기가 실제 직접 경북궁 안에서 농사를 지어본 것이 가장 표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유교정치 사상 속에서도 세종과 같은 리더십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역사의 큰 자랑거리로 평가해서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꼭 봐야할 프로그램이다. 방송이 너무 길면 뒷부분 10분만 봐도 된다. 이 가운데 영어교육 논란이 세종대왕을 따라해보는 데 가장 적합할 것같다.

일단 현직 고등학교 영어교사를 초빙해 영어을 영어로 배워보라. 다음은 일반과목 차례다. 초등학교 과정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과목별로 순서대로 영어로 수업을 받아봤으면 좋겠다. 영어로 수업을 받으니 교과서도 영어로 준비하고, 시험도 꼭 영어로 쳐야 한다. 반구성을 할때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을 꼭 골고루 배치해야 한다. 물론 교사도 영어를 아주 잘하는 영어교사, 영어를 일반적인 수준에서 잘하는 영어교사, 영어잘하는 일반과목 교사, 영어못하는 일반과목 교사를 다 포함 시켜야 한다.

혹시나 아무런 대책없이 그냥 뱉은 정책이었다면 세종대왕의 후손임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교육정책이야 말로 17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방송은 KBS 홈페이지(http://www.kbs.co.kr/1tv/sisa/hankuksa/index.html)에서 무료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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